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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Oct 04. 2016

오키나와 여행 첫날.. Part 1.

2016. 9. 2. (금)

우리 가족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는 날이다. 

28년만의 가족여행. 아버지, 어머니, 큰누나, 작은누나, 형, 클루 그리고 가족들.


새벽 운전을 해야했기에, 어떤 하루보다도 긴 하루가 될 것임을 예감했기에,

나는 전날 밤 일찍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평소 꿈은 많이 꾸어도, 새벽깸 없이 한번에 자던 나로서는 억울한 일이었다. 왜 하필..

새벽 2시부터 기상 알람 5시 30분까지,, 처음엔 1시간 간격으로 깨더니 5시부터는 그저 눈만 감고있는 지경이었다.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흔하디 흔한 표현으로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이었을까.

아니었다. 완벽히 설레임 100%였다. 

난 초등학교 시절 소풍 전날밤의 기분을 느꼈다.

그건 마치 격한 느낌이라 엔돌핀이 아닌,  주체할 수 없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그래, 몸이 피곤하면 정신력으로 버티면 된다. 


새벽 6시를 갓 넘자마자, 비몽사몽인 싱금이와 임토리를 데리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속이 허했는지, 고속도로에서 식어가는 새우버거 냄새가 그윽하게 느껴졌다.

1시간만에 언제나 즐거운 인천공항 출국장에 다다랐다. 

운전하느라 미처 다 먹지못한 새우버거를 베어물며 항공사 카운터로 가보니,

가족들이 다 모여 이미 수속을 밟고 있었다. 

아버지부터 막내손자 임토리까지 16명이다. 

오손도손 모여있는 그 광경이 흡사 여행사 패키지 고객처럼 보였다.

즐거웠다. 그냥 그렇게 모여서 뭔가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어른들은 어른대로 수다를 떨고, 애들은 애들대로 놀고 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다. 여행 내내..


수속을 끝내고, 출국 심사를 받고, 면세구역 내에서도 다들 제각각이었다.

면세품 찾는 가족, 면세품 구경하는 가족, 간단히 끼니 때우는 가족, 그렇게 뿔뿔이 흩어졌다가도

약속이나 한듯 한곳에 다시 모이는 가족이었다. 

기념사진 한방 찍고, 조금 더 담소를 나누다가, 오키나와행 10:35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륙까지 시간이 다소 지연되었지만, 비행기는 상관없다는 듯 2시간여를 날아가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 착륙했다. 

출국길에 오르는 임토리와 조카

1년 9개월만에 다시 찾은 오키나와.

그러나 감회에 젖어있을 겨를이 없었다.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나에겐 3박 4일간의 미션이 주어진 것이다. 

최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버퍼링 없이 가족들과 계획한 목적지로 떠나 즐기고 이동해야만 한다. 

그때부터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날은 후텁지근하고, 공항은 복잡하고,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일본이다 보니, 앞으로 가족여행이 어떤 의외의 내용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렌트카 업체 셔틀버스가 국내선 청사 정류장에 있다는데, 혹시 없으면 어떡하지? 인원이 너무 많아서 한번에 못타면 어떡하지? 예약한 인원과 다르다고 안태워주면 어떡하지? 예약이 아예 안되어 있으면 어떡하지? 국제선 청사에서 국내선 청사로 약 150m의 거리를 걷는 동안 오직 나만 바라보며 저마다 캐리어를 이끌고 따라오는 가족들의 행렬이 마치 1.4후퇴 때 그림같기도 하여 짠하면서도, 그런 복잡한 머릿속을 리셋하고 마음을 다잡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넉넉히 큼지막한 셔틀버스를 발견했을때, 너무너무너무너무나 진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첫번째 미션 클리어한 느낌이었다. 인원체크하면서 사정을 얘기하자 담당자는 영어를 못한다면서 일단 일행 전부를 셔틀에 태워 보내주었다. 다행이었다. 뭔가 여행이 잘 풀릴것만 같은 좋은 예감도 들었다. 업체가 주로 자국 일본인 위주로 영업을 해서 그런지, 사무실에 도착해보니 전부 일본 여행객들뿐이었다. 데스크에서 예약 서류와 비용까지 지불하고 참 순탄했다. 신속하고, 효율적이었다. 3박 4일동안 우리의 다리가 되어줄 도요타 하이에이스 차량도 깔끔하게 세차를 마친 채로 준비되었다. 

렌트차량 - 도요타 그랜드 하이에이스

자~ 이제 간단하게 설명 듣고 출발만 하면 되는건가. 담당자가 나타나질 않는다. 데스크에 물어보니, 상냥한 미소와 함께 "wait, wait"만 날려준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났다. 대형 차량이다보니, 나의 국제운전면허증 검증과정이 필요했나보다. 대형면허 도장이 찍혀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30분의 시간을 허비하고 나서야, 담당자가 나타나 시동켜는법, 네비게이션 작동법, 주유 관련 사항을 고작 1분만에 알려주고 OK를 외친다. 

드디어 본격적인 오키나와 대가족 여행 시작이다!


"우리 이제 가도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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