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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루 clou Oct 13. 2016

오키나와 여행 첫날.. Part 2.

가족사진 찍기

렌트카 사무실에서의 버퍼링이 생각보다 길어졌고, 

마침내 차키를 건네받아 출발한 시각이 오후 2시를 넘어섰다.   

망설임없이 첫날의 점심식사 장소인 타이-아시안퓨전음식점 <카페 쿠루쿠마>로 차를 몰았다. 

첫날은 일정이 다소 빡빡하기에 계획보다 10분만 늦어져도 초조함이 몰려왔다. 

다들 아침부터 식사를 제대로 못했기에 예민할 터, 별다른 설명없이 운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오른쪽 운전석에 앉아, 반대 logic에 익숙해지려다 보니, 더욱 긴장이 되었다. 

더군다나 16명을 태운 대형 차량이 아니던가. 

바깥 풍경이 그토록 아름다웠음에도, 나는 급속도로 말수가 줄어들었다. 

40여분을 달려, 오키나와 남부에 이름난 맛집 <카페 쿠루쿠마>에 도착했다. 

   

카페 쿠루쿠마 가는 길
카페 쿠루쿠마 입구

카페 주변 구경은 뒷전이었다. 

'우선 가족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야 한다. '

16명 자리를 안내 받자마자, 카페 대표 요리인 <3가지 카레 세트>와 이것저것 시켜본다. 

3가지 카레 세트

주문이 끝나고 나니, 주위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모아진다. 

왁자지껄하다. 조용히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쉬고 싶은 손님들도 있었을텐데.. 

식사 내내 무척 민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감정은 아마 오키나와 여행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 이 곳은 16명이 함께 오기에 적당한 곳은 아닌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2명에서 최대 8명정도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민망함도 잠시, 최고의 음식맛은 여러 감정들을 잊게 해주었다. 한 두가지 요리 빼고는, 가족들도 정신없이 모두 만족스럽게 먹어주었다. 내가 선택한 식당이고, 메뉴도 내가 골라준건데, 맛있게 먹어준 것이 그저 고마웠다. 


무엇보다 <카페 쿠루쿠마>를 선택한것은 음식맛도 중요하지만, 가족들의 기억속에 인상깊은 장면을 하나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카페 쿠루쿠마 카페테리아

물론 식당 내부에서도 식사를 하며 창문 밖으로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지만,

문만 하나 열고 나오면 이 곳에서 커피나 음료를 즐기며 남태평양을 만끽할 수도 있다.

그렇게 30분 정도 휴식을 가지고, 다음 미션 장소로 이동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거듭 고심했던 것 중 하나가 가족사진 배경 장소 고르기였다. 

여행 루트 상의 포인트는 여러 곳인데 딱히 한군데를 선정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단순히 오키나와 대가족 여행 기념 사진이 아니라, 가족 단체 티셔츠를 주문하면서 그 숙제는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얻어걸린 곳이 <치넨미사키 공원>이었다. 공원은 카페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10분 남짓 남쪽으로 좀더 내려가면 바다 배경을 가진 드넓은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어차피 이런 미션은 어영부영하다 놓칠것 같아, 바로 여행 첫날 해결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쭈뼛쭈뼛하던 일부 가족들까지 설득하여 카메라 앵글 안에 피사체로 가두는데 성공했다.  

처음엔 더워서 짜증을 부리던 가족들도 단체 티셔츠를 입고 다들 즐거워했다. 그리고 또 행복했다.

치넨미사키 공원 가족사진


해가 뉘엿뉘엿 하면서, 우리는 서둘러 북진하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 부지런하게 고속도로를 달려서야 오키나와 중부 아메리칸 빌리지 근처의 숙소에 당도했다.

콘도 형태의 크지않은 숙소였지만, 각자 가족들이 오붓하게 머물 수 있는 바다 조망의 괜찮은 숙소였다. 

그렇게 저녁이 되어서야 체크인 했을때만 해도, 모두들 지쳐서 저녁이고 뭐고 그저 숙소에서 쉬고 싶었을 것이다. 

여기저기 관광을 많이 다닌 하루는 아니지만, 여행 첫날이 주는 긴장과 예상을 뛰어넘는 더위에 많이 지쳤으리라.      


시간과 체력을 고려하여 아쉬운대로 일정을 변경해야 했다.  

오키나와에 가면 한번쯤 들른다는 회전초밥집에 가서도 대기를 꽤 오래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장렬하게 푸짐하게 저녁식사를 마친 후, 간식거리 및 내일 아침식사 대용 도시락 및 컵라면을 구매하여 복귀했다. 

원래 예정되어 있던 아메리칸 빌리지 구경도, 대관람차 탑승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겨우 첫날이었기 때문이다. 

나름 오키나와 유경험자로서 여유롭고 한가한 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계획은 계획뿐이었던가. 

씁쓸한 기분을 아버지와 함께 맥주캔 하나로 달래고 잠을 청했다. 

이번 여행의 진정한 하이라이트인 둘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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