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북부 여행
어젯밤, 가족들과 오늘 아침 9시로 출발 시간을 잡고 컨디션을 체크해 보니,
그래도 최소한 7시 반까지는 자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또 빗나갔다.
시계를 보니 6시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피곤하지 않았다.
술기운을 빌어 기절해서 잠을 충분히 푹 잔 것일까. 모르겠다. 황당하기도 하다.
잠시 누워있다가 해가 이미 건물 위로 솟았으므로 거실로 나왔다.
부지런하신 부모님.
젊은이들보단 상대적으로 기력소모가 더 크므로 오래 주무실 줄 알았는데, 역시 빗나갔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신 건 아니고, 다행히 막 잠자리를 정리하고 나오신 듯 했다.
인사보다 먼저 표정부터 살폈는데 두 분 모두 해맑으신 것을 보니 우선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잠을 무척 잘 주무셨다면서 만족해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만족스러운 밤을 보낸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가족들이 일어날때까지 한 시간 정도 부모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기다렸다.
일본방송뿐이지만 TV도 틀어놓고, 콘도 내부 구경도 좀 하고, 창밖으로 파란 바다도 감상하고.
해변을 따라 난 길 풍경은 상당히 이국적이었다.
남여 구분없이 섹시한 차림으로 조깅하는 사람도 많았고, 한데 어우러져 체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모님은 그 모습 조차 신기했는지, 연신 동작을 따라하시며 즐거워하셨다.
내게는 아주 많이 인상적인 그림이었다. 그런 두 분의 모습을 카메라에 아니 담을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오키나와에서 찍은 수백장의 사진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가족들이 하나둘씩 잠에서 깨고 그제서야 아침으로 도시락을 전자렌지에 데워 먹었다.
평소 들어왔던 만큼 일본 도시락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기대가 너무 컸는지 기대 이하였다.
그래도 컵라면까지 아침을 든든히 먹고 나서, 오키나와 북부 여행에 시동을 걸었다.
처음 들른 곳은 오키나와의 또다른 명물 슈크림빵으로 유명한 <미쉘양과자점>이었다.
나는 그닥 슈크림을 좋아하지 않지만, 얼마나 유명하길래 많은 사람들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것일까.
천안의 호두과자처럼, 오키나와에 들르면 꼭 먹어봐야 한다길래, 가족들에게도 맛을 좀 보여줄 겸 들렀으나..
이런.. 개점시간이 10시였다.
슈크림빵 하나 맛보자고 아무것도 없는 길거리에서 40분씩 기다릴 순 없었다.
어제의 대관람차처럼 안타까웠지만, 우린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그리고 예정대로 만좌모에 가 닿았다.
류큐무라 왕국 시절이었던가, 만명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 왕의 연설을 들었다나.
2년전 찾아왔던 코끼리코도 그대로 있었고, 햇살, 바람, 하늘도 그대로인 것 같았다.
여전히 뜨거웠고, 가족들은 급하게 기념사진만 남긴채 그늘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2년전에 기념품을 산 가게와 여사장님도 그대로였는데, 나를 진짜 기억하실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핑계로 가족들 기념품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다시 한 시간 가까이 달려, 그 유명한 쿄다 휴게소에 진입했다.
가볍게 구매했던 어묵의 맛을 보고 무거운 충격을 받았던 곳이다.
가볍게 요기할 요량으로 들렀는데, 가족들은 아침을 도시락으로 먹어서 그런지 제대로 점심을 먹고싶어 했다.
시간적 여유가 좀 있다 생각해서 자리를 폈다. 그리고 그나마 유명한 갈릭스테이크와 오키나와 소바로 점심을 해결했다.
맛은 무난했지, 대단한 맛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 많은 인원이 일사불란하게 점심을 해결한 점이 만족스러웠다.
후식으로는 당연히 쿄다휴게소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옵빠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가족들이 아이스크림을 음미하는 동안, 2년전 무거운 충격을 안겼던 어묵과 더불어 튀김 종류를 간식으로 사두었다. 그러는 사이, 휴게소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하여 우리는 서둘러 떠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오키나와 북부 여행을 즐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