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삭막한 횡단보도
군중속에 항상 내가 있다
비장한 표정 비슷한 옷차림
지옥의 문 앞 신호가 들어오면
마치 늘 선봉에 선 돌격대처럼
산전수전 백전백승의 장군처럼
본능적으로 경쟁적으로 선두를 치고 나간다
군중의 시선 속에 있고 싶지 않아서다
군중의 걸음속도에 애써 맞추고 싶지 않아서다
군중의 측간거리에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다
아니, 나나 너나 걸리적거리는게 싫어서다
그러다가 맨 뒤에 있어봤다
군중속으로 들어가기 귀찮아서
한번쯤은 이것조차 치열한게 싫어서
아, 여기 있어도 군중 시선속에 있지 않구나
아, 여기서 이렇게 걸어도 걸음걸이, 측간거리 신경쓸 필요가 없구나
군중의 뒤통수를 본다
바람, 아니 여유가 솔솔 불어온다
선두에서 맞서 이겨내는 세찬 아침바람이 아니라,
그냥 진짜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