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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Jul 04. 2018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아름다움의 조건 : 자연스러움, 균형, 관계, 표현

오늘처럼 하늘에 구름이 세수를 하고 나를 기다릴 때면 트는 음악이 있다. Paul 의 <Sleeping Beauty>. 가사 하나 없는 연주곡인데, 이렇게 많은 메세지를 담고 있는 음악도 없다. 



좋은 음악이 갖는 실용적인 측면 중에 하나는 내 안의 '선함'을 끌어내 준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인간이라는 존재는 선과 악, 나눔과 욕심, 배려와 이기심, 보존과 파괴.. 이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두 가지가 모두 인간이 생존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더 잘 발휘되느냐는 개인 성향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내가 처한 상황이나 호르몬 분비 상태에도 영향을 받는다. 음악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좋은 음악은 확실히 내 안의 선한 측면을 더 많이 끌어낸다. 함께하고 나누는 것의 장점에 나를 더 집중하게 만든다. 오늘 <Sleeping Beauty>를 들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1. 보기에 좋은 사람 


생긴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사람
남과의 다른 외모를 '개성'으로 다듬을 줄 아는 사람은 아름답다. 자연스러운 것은 그 자체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골든 게이트 파크(Golden Gate Park)'에서 수천 종의 식물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한 적이 있었다. 모두 다르지만, 모두 아름다웠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생긴 그대로의 모습은 우주의 에너지가 균형을 갖춘 모습이기 때문에. 

2015년 Golden Gate Park 에서 찍은 자연의 아름다움

나는 눈가에 겹주름이 많고 앞니가 많이 나왔다. 얼굴을 갸름하지만 둥그랗다. 팔목은 가늘고 발목은 굵다. 그런 내 모습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안에 내 역사도 들어있을 것이고. 나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항상 너그러움과 수용의 웃음을 짓는 사람
웃음이라는 게 신기하다. 그 표정 자체가 상대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내가 호감을 가진 사람들의 99%는 평소에도 웃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얼굴은 화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에너지의 분출구다. 그런데 웃음에도 종류가 있다. 상황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서의 웃음도 있고, 눈앞의 상황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웃음도 있다. 물론 상대를 비웃는 웃음, 승리와 정복의 웃음도 있다. 사람을 아릅답게 하는 웃음은 바로 너그러운 웃음이다. '당신과 이 상황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겠어요'라고 말하는 웃음은 평화롭고, 기분좋고, 아름답다. 나는 이런 웃음을 갖고 싶은데, 이 웃음은 연습이 아니라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몸으로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
골프나 탁구 같은 운동이여도 좋고, 탱고나 얼반댄스 같은 춤이여도 좋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나는 머리로 무언가를 배우는 데는 능숙한 반면 몸으로 배우는 것에는 어눌하기 짝이 없다. 머리는 비대하고 몸은 빈약하다. 불균형이다. 이 불균형은 직.간접적으로 상대에게 전달될 수 밖에 없다. 내가 몸으로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있다. 나는 머리의 능숙함 만큼 몸도 능숙하길 바란다. 아는 것이 많으면서 그 만큼을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어디서나 빛이 날 수 밖에 없다. 



2. 소중한 사람들에게 한가한 사람


우리는 바쁘다. 
뭔가를 꼭 해야하기에 바쁜 게 아니라, 바쁘고 싶을 때 핑계가 될 꺼리가 많아서 바쁘다. 바빠야 유능해보이는 세상에서, 바빠서 바쁜 게 아니라 바빠야만 될 것 같아 바쁘다. 그게 습관이 되면 스스로도 착각한다. 나는 할 일이 많고 그래서 바쁘다고. 하지만 그 사이에 정작 소중한 것들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흔한가. 부모님, 형제, 남편 혹은 부인, 연인, 아이들, 동료와 친구, 그리고 내 자신. 


그들과 관계를 튼튼하게 만들어 가려면 관심이 필요한데, 관심은 시간을 토양으로 뿌리를 내린다. 큰 선물 하나 혹은 수식어로 가득찬 한 번의 메세지로는 결코 뿌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봄/여름/가을을 다 지내지 않고 열매를 맺은 관계는 없다. 혹 있다면 '관계'라는 포장지로 싼 '계약'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시간이란 게 참 그렇다. 인생에서 한번 잃으면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시간이거든. 돈은 써도 다시 벌 수 있고, 필요하면 얼마든지 많이 벌 수도 있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다. 슈퍼파워를 가졌대도 더 가질 수 없고, 그 시간이 없으면 그 무엇을 가져도 소용이 없다. 그렇다. 시간은 우리에게 가장 비싸고 소중한 자원이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을 기꺼이 내 준 사람에게 감동한다.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을 나를 위해 내어 준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그 마음이 서로 교차할 때 관계라는 나무에 튼튼한 뿌리가 만들어진다. 


나도 바쁘다.
어쩌면 바쁘다는 최면에 걸려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에게만은 한가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들이 내게 시간 있냐고 물어보면 "그럼, 언제든지 말만 해!" 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적어도 내 가족과 연인과 친구, 내 자신에게 그러고 싶다. '아그네스, 오늘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혼자 보러 가자' 라고 생각했다면 그 날 저녁은 기꺼이 내 자신을 위해서 영화관을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소중한 사람에게 한가한 사람은 아름답다.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았다는 반증이니까.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은 이치에도 맞다. 아, 물론 그럴려면 평소에 엄청 열심히 일해야 된다. 내 자신도 잘 챙겨야 하고, 평소에 주변도 잘 정리해 두어야 한다. 그래야 필요할 때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일과 시간을 조정하기가 쉽다.  


나는 바쁘다고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바쁘다는 말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함께 일을 하거나 장기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사람으로서 그를 선택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혹, 그 바쁨이 나에게만 대는 핑계라면, 나는 더더욱 그를 괴롭히지 말아야 할 것이다. 



3. 거슬리지 않는 사람


수년 전, 노자의 '도덕경'을 잃으면서 내 자신이 되고 싶은 이상형을 사물로 빗댄 적이 있는데 '물'이었다. 물은 중력이라는 힘에 의해 자신만의 흐름을 갖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것을 밀어내지 않는다. 물은 존재감을 가지면서도 거슬리지 않는다.  


내 주변에는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거슬리는 사람이 많다.

함께 일을 하자고 하면 조건들을 내세우면서 불안함을 드러내는 사람, 약속을 깰까 날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사람, 잔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 그렇게 살지 말라며 조언하는 사람, 뭔가를 해달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는 사람, 왠지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되는 사람 등...


그런 행동들은 내 행동에 분명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문제는 그 영향력이라는 게, 긍정적으로 자연스럽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떠밀려서 피하듯이 감행하는 거라는 데 있다. 요청하지 않은 자극을 계속 받고 싶지 않아서 그들이 바라는 걸 해 주는 셈이다. 잔소리를 하는 사람 앞에서는 행동을 고치고, 뭔가를 해달라고 하면 그냥 해 준다. 그렇게 했음에도 반복해서 나를 자극하는 경우엔 차단한다. 긍정적이지 않은 자극을 주는 사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인 방법이다. 상대방이 차단을 당할만한 사람이라서 그러는 건 아니다. 차단은 '나의 결정'이지 상대방에 대한 평가가 아니므로. 


반대로 상대를 밀치지 않고 당기는 자극도 있다. 이런 자극은 신선하고 건강하다. 상대의 변화를 유도하지만, 변화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내가 누군가에게 거슬리는 사람이 아닌지, 당기는 자극이 아니라 밀치는 자극을 주는 사람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물처럼, 존재하지만 거슬리지 않는 사람이 되길 바래본다. 



4. 표현할 줄 아는 사람


인간이 예술을 접하면 - 잘 그린 그림, 잘 만든 음악, 잘 추는 춤, 잘 쓰여진 문학을 접하면 - '아름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 '잘했다'의 수준을 넘어 '아름답다'고 말하는 예술의 특징은 인간의 심연 속에 담긴 솔직한 감정을 담고 있다. 표현은 인간의 본능이고, 꾸미지 않은 표현은 특히 아름답다. 


누군가와 어색한 상황, 왠지 기분이 좋지 않은데 상대방을 원망할 수도 없는 상황. 그럴 때 내가 느끼는 것을 과장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담담하게 전하다 보면 마술처럼 감정이 풀릴 때가 있다. 


또, 처음 만난 사람과의 만남.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 지 몰라하다가, 문득 그날 내가 겪은 일과 감정을 솔직하게 공유하면 상대방도 나처럼 솔직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 대화는 시간이 갈 수록 흥미롭고, 시간이 언제 갔는지 모르게 날이 어두워진다. 만남 끝자락엔 "이런 이야기 하는 건 정말 처음이에요" 라는 말도 듣는다. 표현의 힘이다. 


익숙함에 차이가 있을 뿐, 인간에게는 표현의 욕구가 있다.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샤워를 하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강아지의 등을 한번 쓰다듬어 주는 것도 인간이 가진 표현의 욕구가 시초다. 표현은 본능! 그 본능을 과하지 않게 보여주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그래서 나는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던 그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을 보면 시나브로 눈물이 난다. 어릴 적부터 가수가 꿈이었던 50대 교수가 공개 오디션장에서 노래 한 곡을 뽑고는 '드디어 꿈을 이뤘어요. 결과는 상관 없어요' 라며 내려가는 걸 보고 엄청 운 적이 있다. 짝사랑하는 선생님을 위해 몇 시간 째 하트 초컬릿을 만드는 조카를 보고 마음이 울컥한 적도 있다. 자신의 꿈을, 자신의 사랑을 밖으로 끄집어내서 표현하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웠다. 


나는 평생 그 아름다움을 품고 싶다. 
나의 꿈, 나의 생각, 나의 욕망, 나의 부끄러움, 나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실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어서 여러 사람이 모이는 회식 자리보다는 두세 사람이 만나는 조촐한 자리를 선호하고, 내 안의 흥을 표현하고 싶어서 매주 토요일 아침에 얼반댄스 수업을 듣고, 새로 이사를 하면서는 그림도 다시 시작했다. 글은 중학교 때부터 언제나 나를 포현하는 가장 능숙한 언어였다.  

표현할 줄 아는 사람, 
그래서 늘 살아있는 사람. 
나는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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