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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Oct 06. 2018

시간 중심의 관리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시간 중심의 관리를 버려야 하는 이유

2019년 1월, 근로시간 단축법 시행


2019년, 내년이죠.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법이 시행됩니다. 이미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긴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면서도, 생산성은 평균에 한참 못 미치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죠. 그래서 내년 1월부터는, 이렇게 비효율적인 업무방식을 근절하고, 특히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치는 국민들의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 수준을 높인다는 취지로, 이 최대근로시간 단축법이 시행됩니다. 


2019년 1월부터 시행되는 최대 근로시간 단축법, ⓒ최두옥


사실 그 동안에도 우리나라의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주말 16시간이 포함되지 않았었죠. 하지만 내년부터는 주중/주말 구분없이 일주일 간의 총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을 수 없게 되면서, 실질적인 업무시간이 약 3/4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이 새로운 법안이 시행되면, 더 짧은 시간에 이전과 같은 혹은 더 많은 양의 업무를 해야하기 때문에, 추가 인력을 보강하거나, 혹은 같은 일을하더라도 더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해야만 합니다.


'시간관리' 중심의 대비책들


이런 변화를 대비해서, 우선적으로 법이 적용되는 300인 이상의 직원들을 가진 국내 회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근로시간을 줄이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한 대형 전자회사에서요, 퇴근 후 특정 시간이 지나면 모든 사무실의 전등과 컴퓨터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는 이른바 '셧다운제'를 시작하기도 했구요, 또 업무 특성상 일하는 시간과 휴식 시간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직종에서는요, 출퇴근 시간은 물론이고 담배를 피거나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일일이 체크해서  52시간이라는 상한선을 넘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법을 대비하는 국내 기업들, ⓒ최두옥 


이렇게 국내 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는 방식들을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보이죠. 바로 '시간'을 중심으로 이전보다 더 빡빡하게 관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것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기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여지긴 합니다. 


하지만, 조직의 낮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반대로 
'시간' 중심의 관리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점점 짧아지는 유럽 선진국의 근로시간


앞서 언급했던 OECD 국가들의 근로시간과 생산성 통계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했던 유럽의 선진국들을 한번 살펴보면요,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1910년대부터, 하루에 8시간만 일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에 시작했던 주 40시간 근로가, 이미 유럽에서는 40년이나 앞선 1960년대에 그 기틀이 마련이 됐구요, 199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주 35시간으로 근로시간은 더 줄었습니다. (출처 :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생산성 향상과 일터혁신' 보고서, 2014년 8월)


이제는 심지어 주 4일 근무제를 시도해서 성공을 거둔 오스트리아의 화장품 회사도 있구요, 네덜란드에는 일하는 시간에 대한 관리 그 자체를 없애고 있는 회사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럽 주요 선진국들의 업무시간 변화, ⓒ최두옥



근로 시간이 계속 줄어드는 이유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성과와 시간이 비례관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주문받은 물건을 공장에서 제조하는 업무가 아니라면, 오래 일한다고 해서 더 잘 팔리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는게 아니라는 얘기죠. 오히려 사무직의 경우에는, 특정 시간 이상으로 오래 일을 하면 오히려 생산성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요, 2000년 이후 초고속 인터넷과 IT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실질적으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24시간 언제라도 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하는 환경에서, 사무실에 앉아있는 시간을 길게 둔다는 건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비효율을 초래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죠. 


결국 이렇게 '시간'을 중심으로 한 관리는 빠르게 의미가 사라지고 있는 게 사실이고요, 어떻게 이 '시간'에서 벗어나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가에 따라서, 향후 얼마나 많은 인재들을 유인할 수 있는가가 결정되고, 결국 이것이 조직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기업들도 이걸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여전히 '시간' 중심의 관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국내 대부분의 중견기업과 대기업이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뤄왔고, 그래서 제조업 기반의 성장에 유리했던 시간중심의 조직구조, 즉 '위계조직' 구조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위계조직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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