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두옥 Jan 15. 2019

2020년, 글로벌 코워킹스페이스 시장의 전성기가 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코워킹스페이스 모델의 조건

네덜란드는 유럽에서도 일 잘하기로 유명하다. 여기서 일을 '잘' 한다는 뜻은 업무시간이 길다거나 워커홀릭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반대로 일을 순서대로, 제대로 한다는 뜻이다. 그것도 짧은 시간에. 한번이라도 네덜란드 회사나 더치와 일해본 사람들은 안다. 절차를 무시한 요구도 없고, 그렇다고 융통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합리적이면서도 원칙적이다. 변화에 오픈되어 있지만 쉽게 하려는 안일함은 없다. 


이런 네덜란드에 코워킹스페이스가 많은 건 우연이 아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미국 브랜드 위워크(Wework)부터, 암스테르담에서 시작된 스페이시즈(Spaces), 코워킹스페이스의 원조격인 임팩트허브(Impact HUB). 게다가 최근에 생겨난 HNK 까지.


네덜란드에 있는 HNK 지점들 (2019년 1월 기준)



HNK 로테르담 


HNK는 'Het Nieuwe Kantoor'의 약자로 '새로운 사무실'이라는 뜻이다. 구글 검색상으로는 현재 네덜란드에 아홉 개의 지점이 있고, 내가 머무는 로테르담에는 두 개가 영업중이다. 두 지점 모두 대로변 1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대형 카페인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다. 그만큼 분위기는 넓고 깨끗하다. 오늘은 마스강(Het Mass) 근처에 위치한  Scheepvaartkwartier 지점을 방문했다.


[밖에서 본 HNK (출처: https://www.hnk.nl)


1층은 HNK 입주자나 온라인 멤버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코워킹 공간과 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코워킹 공간을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방문했는데, 온라인에서 미리 사용료까지 지불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지점에 도착해서는 신분만 확인하면 입장이 가능하다. 하루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특별히 키카드가 필요하지 않다.


HNK Scheepvaartkwartier 지점의 0층 로비 ©최두옥



Flexwerken (코워킹 공간)


코워킹 공간은 네덜란드어로 'Flexwerken (Flex Work)'이라고 쓰인 공간이다. 아래 사진에서는 일부만 찍어서 작아 보이지만, 한번에 50명이 앉을 수 있는 매우 널직한 공간이다. 모든 테이블에는 전원이 있고, 의자와 테이블 모두 큼직해서 긴 시간을 일하기에는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다. 건물 한쪽 면으로 들어오는 자연 채광도 한몫해서 한국의 위워크 코워킹 스페이스보다 1.5배 정도 쾌적하다. 


HNK Scheepvaartkwartier 지점의 코워킹  공간 일부 ©최두옥


카운터에서 온라인 예약을 확인하면 와이파이 ID/PW 가 적힌 카드를 준다. 요즘은 유럽에서도 어렵지 않게 공공장소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지만, 공용 와이파이는 확실히 속도가 느리고 보안상으로도 불안하다. 이렇게 전용 와이파이에 접속하게 되면 속도와 보안 이슈 없이 일할 수 있다. 


예약된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와이파이 계정정보 ©최두옥


Private Office (전용오피스)


코워킹 공간이 있는 0층 위의 1층 부터 5층까지는 전용오피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공간들은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위워크(WeWork)나 패스트파이브(FastFive)의 구성과 비슷하다. 창가를 따라 다양한 크기의 사무실이 위치하고 중간에 전용오피스를 사용하는 입주사들만 이용할 수 있는 코워킹 공간이 있다.


한가지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면 '로테르담'이라는 제 2도시의 낮은 물가 덕인지, 네덜란드 사람들의 큰 체구 때문인지 복도의 간격과 사무실의 크기가 큼직큼직하다는 것이다. 어림짐작으로 한국의 사무실과 비교해도 약 1.5배에서 두배 정도가 넓다. 개인적으로 창의성은 그것이 끼어들 수 있는 공간(Space)이 있어야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위워크처럼 북적이지 않고 여유있는 HNK의 사무실이 더 끌렸다.


HNK Scheepvaartkwartier 지점의 프라이빗 오피스 복도 ©최두옥


Café (카페)


코워킹 공간 반대편에 마련된 카페다. 보통 코워킹스페이스의 카페 공간은 매우 협소하거나 한정적인데 여기는 꽤 넓직하다. 아니다 다를까, 바리스타에게 물어보니 HNK 이용과는 별개로 여기에서 간단한 식사나 커피가 가능하다고 한다. 만약 긴 시간을 일할 께 아니라면 애초부터 이 카페에 들어와서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단가로만 따지면 유럽에서는 커피 한 두 잔을 마시는 게 코워킹스페이스를 두 시간 이용하는 것 보다 저렴하거든.


HNK Scheepvaartkwartier 지점의 카페 ©최두옥



글로벌 코워킹스페이스 시장


국내에서는 위워크가 비교적 '고급스러운' 코워킹스페이스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유럽에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유럽에서 방문한 위워크의 느낌은 고급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대중적, 글로벌한 느낌이었다. 여기서 글로벌이라 함은 중견/대기업들의 글로벌함과는 다른 미국적인 글로벌함이다. 사람마다 위워크의 미국적인 분위기 보다는 유럽 코워킹스페이스이 차분한 분위기를 선호하기도 한다. HNK에서는 그런 차분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코워킹스페이스란 단어가 일상적으로 쓰이는 시대, 한 도시에서만도 수백 개의 코워킹스페이스를 검색할 수 있는 시대에는 개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미국적인 오픈성이든, 유럽스러운 차분함이든, 한국적인 고급스러움이든 중요한 건 자기의 색을 확실히 가지는 것이다


'이 코워킹스페이스에 들어가면 무엇을 확실히 얻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명료하고 일관된 키워드를 답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선택의 폭이 끝없는 시대에는 열개의 그렇고 그런 '괜찮음' 보다는 하나의 확실한 '최고'를 갖고 싶어한다.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 채우면 되기 때문이다. 


국내의 코워킹스페이스는 지금 선두주자인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 따라가기에 정신이 없다.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일해본 경험조차 없는 사람들이 몇주간 코워킹스페이스를 '경험'하고 새 모델의 핵심 서비스를 기획한다. 그러보니 기획의 대부분을 벤치마킹하는데 써버리고, 거기서 나온 코워킹스페이스는 '지금 경쟁자들에 뒤쳐지지 않는 그저그런 one of them'가 될 뿐이다


그렇게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최고가 되지 못하면 밑빠진 독에 돈만 퍼붓다가 시간을 써 버릴 뿐이다. 탁월한 서비스를 만들려면 기존과는 다른 경험으로 살고 있는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 새로운 기획은 말이 아니라 다른 경험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들에게 권한을 줘야한다. 새로운 팀을 구성할 권한과 전혀 다른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권한이다. 그래야 다른 무언가가 만들어진다. '다름'만큼 코워킹스페이스 시장에서 값진 것은 없다. 



'다른' 코워킹스페이스를 만들려면


우선 통찰력을 가진 이들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 글로벌한 경험과 언어능력, 그리고 미래의 업무방식을 현재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여야 한다. 전통적인 업무 방식에 기계처럼 익숙해져 있는 이들에게 기획을 하도록 하면 현재 사무실의 업데이트 버전을 만들 뿐이다. 협업은 하되 기본 프레임은 새로운 시각을 가진 이들이 짜는 것이 좋다. 


이런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려면, 이들과 네트워크가 있고 그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해 온 사람을 책임자로 앉히는 것이 맞다. 글로벌한 네트워크, 유창한 영어 커뮤니케이션, 글로벌 매너와 스탠다드, 비전을 결과로 만들수 있는 실천력,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지속적으로 내재화시킬 수 있는 열정과 솔선수범, 그리고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들이 일하는 방식은 철저하게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구성원의 선발과 평가는 물론이고, 이들이 일하는 수단이나 제도 역시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한 코워킹스페이스를 만들 수 있는 인재를 뉴욕에서 찾았는데, 한국으로 출퇴근하라고 할 것인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디지털 노마드를 인터뷰하는데 9-5시 출퇴근과 연차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조직의 오픈성이란 기존의 조직 체계를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는 데서 드러난다. 그 범위가 큰 만큼 큰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더 많은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있지만, 나머지는 나의 클라이언트와 파트너들을 위해서 남겨 놓는다. 


한국의 빠른 변화와 학습력은 세계를 접수할 글로벌 코워킹스페스를 만들 수 있는 조건 중에 하나다. 이용자들의 소비 패턴을 빠삭하게 알고 있는 카드사, 이용자들의 생활 패턴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가진 텔레콤, 코리빙과의 연계가 가능한 호텔업. 코워킹스페이스를 수년 간 리서치한 입장에서 코워킹스페이스는 이 기업들에게 딱 맞는 새 비지니스 모델이다. 


디지털 혁명이 일어난 지 20년. 

Z세대가 주류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2020년. 

이제 업무공간과 생활공간의 변혁은 곧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SSWW 2018] 성공적인 스마트오피스 디자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