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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Mar 02. 2019

언제나 성공하는 삶의 비밀

집착의 대상을 '결과' 가 아니라 '과정'에 둘 때 삶의 질이 변한다.

두 개의 도시에서 열리는 시험이 있다. 

똑같이 전문영역을 평가하는 시험인데,  한달에 한번씩 같은 날 열린다. 두 도시의 시차도 없어서 두 시험을 복수로 응시할 수는 없다. 당신은 어느 지역에서 열리는 시험에 응시할 것인가?



'틀루세' 지역 시험


이 시험에서 통과하면 상금 300만원을 받을 수 있고, 실패하면 당연히 상금이 없다. 이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은 보통 한달인데, 이 시험에서는 준비기간에 대해서는 아무런 가중치도 두지 않는다. 시험을 통과하면 300만원의 상금을 받을 수 있고, 통과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다.  



'에루데콥' 지역 시험


이 시험 역시 통과하면 상금이 있다. 150만원이다. 하지만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시험의 결과와 상관없이 준비하는 기간에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각각 돈이 쌓인다. 이 시험을 위해서 심도있는 외국어 자료를 읽었다면 30만원이 적립되고, 이 시험을 위해서 전문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면 40만원이, 이 시험을 위해서 외국어 학원을 다녔다면 60만원이 적립되는 식이다. 한달 간 준비하면서 적립하는 금액이 대략 900만원 정도인데, 그래서 이 시험에서 실패한 사람도 보통은 '틀루세'시험을 통과한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번다. 과정에서 충실하게 공부하고 에루데콥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버는 돈이 가장 많다. 



나는 어떤 시험에 응시할 것인가?


어떤 사람은 이미 이 시험에 통과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어서, 틀루세 시험에 응시해서 별 노력없이 300만원을 벌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에루데콥 시험에 응시해서 통과/실패와 상관없이 열심히 준비를 할 것이다. 


어차피 한달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서 시험을 봐야한다면, 나라면 에루데콥시험에 응시할 거다. 통과할 수준으로 열심히 준비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틀루세 시험 보다는 큰 상금을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통과 상금 200만원은 그에 비하면 보너스 수준이므로, 통과하면 좋지만 아니여도 큰 상관은 없다.



우리는 일상에서 늘 이런 시험을 치른다


결재를 받기 위한 기획서를 쓸 때, 투자를 받기 위한 제안서를 쓸 때, 내 분야에 대한 강연을 준비하거나 원고를 청탁받을 때, 누군가를 고용하거나 어딘가에 지원할 때. 정해진 시간 동안 우리는 '틀루세'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처럼 준비할 수도 있고, '에루데콥'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처럼 준비할 수도 있다. 


기획서를 쓸 때 '결재'를 받는다는 목적을 갖는 건 갖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장조사를 충실하게 진행하고, 고객들의 인터뷰를 깊이있게 분석하고, 관련된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 굳이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 자체로 공부가 되고 나의 실력이 된다. 에루데콥 시험처럼 '상금'이란 명목으로 주어지 않을 뿐이지, 그 가치는 돈 보다 크다. 목적을 달성하지 않아도 충분하고, 목적을 달성하면 의미있는 보너스를 받은 셈이 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집착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집착의 대상을 '결과' 가 아니라 '과정'에 둘 때 삶의 질이 변한다. 


고백컨데, 나는 고등학교까지는 늘 '틀루세' 시험에 응시하는 삶을 살았다. 정확하게는 세상엔 이런 제로섬 시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나는 기를 쓰고 통과를 하려 노력했고, 한편으로는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다. 학교는 입으로는 '과정'을 중요시한다고 했지만, 실제 점수에는 '결과'만 반영되었다. 나는 제도를 바꿀 생각 보다, 이 제도 안에서 살아남을 생각만 했다. 늘 통과했지만, 늘 하루살이 같은 느낌이었고 그래서 불안했다. 


'에루데콥' 같은 시험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대학에 들어와서였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싹 사라져버린 지난 12년간의 통지표. 그걸 잃고 나니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결과'가 아니라 결과를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했던 '과정'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결국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측면에서는 달라진 게 없지만, 집착의 대상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둔다는 것은  삶의 질을 바꿔놓았다. 힘들게 얻어낸 것은 쉽게 얻어낸 것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되면, 목적을 향해 나가는 그 과정 과정에 충실하게 된다. 그만큼 삶의 밀도가 높아지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희한하게 뿌듯하고 행복하다. 비로소 내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과장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일상에서 어떤 시험을 치를 지 결정한다. 

여름 휴가 계획을 짤 때에도, 최종 목표는 예산 안에서 가족들이 같이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들이 원하는 것을 들으면서 서로를 더 이해할 수도 있고, 여행사 추천 리스트에 없는 버마의 마을을 리서치하면서 몰랐던 세상을 접할 수도 있다. 그 과정은 차곡차곡 삶의 통장에 적립되어 '행복'이라는 이자를 가져다준다. 


책을 읽을 때에도 비슷하다. '<사피언스>를 일주일 안에 읽기'라는 똑같은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책 속에 나오는 예들을 유투브로 찾아보면서 해당 키워드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전혀 몰랐던 영상을 찾아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도 있고, 그 내용을 기꺼이 블로그나 SNS에 정리하면서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들을 접할 수도 있다. 이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그 이상의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이다. 이 순간순간 우리의 인식은 더 확장되고, 깊어지고, 이해는 단순해진다. 책 한권 읽었다는 한 줄로는 표현할 수 없는 진짜 '배움'이 일어난다. 


중요한 면접이 있다고 가정하자. 합격이 중요한 목적이긴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우리는 내 자신에 대해서 깊숙히 알게 되고, 내가 들어가려는 회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공부하게 된다. "면접에서 질문을 받으면 뭘 대답해야 할까?"라는 생각으로 준비를 하면 가장 무난한 답변을 달달 외우는 게 다지만 - 이 마저도 면접이 끝나면 새하얗게 잊게 되겠지만 - "이 회사는 정말 어떤 회사일까? 나는 이런 곳에서 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리서치를 하다보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런 생각은 나 다운 답변을 만들고 면접에서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음 지원에는 더 자신에게 맞는 회사를 찾을 수 있는 눈이 생긴다. '에루데콥' 시험을 준비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상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성공하는 삶의 비밀.


항상 이기는 게임의 비밀은 게임을 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항상 성공하는 삶의 비밀도 비슷하지 않을까. 성취를 향한 과정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남들에 의해서 흔들리지 않는 가장 확실한 행복의 비밀일 것이다. 가끔 주어지는 성취는 반가운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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