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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Mar 19. 2019

저, 위로와 격려 먼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팩트폭행 : 팩트는 잘 모르겠지만, 폭행은 확실하다


우연히 유투브에서 취준생을 대상으로 한 공개 강연을 보게 됐다. 20대 취준생들에게 취업 조언을 하는 영상이었는데, 안 그래도 자존감이 낮을 이들에게 '실력있는 애들이 없어' '글이라도 잘 써야지' '정말 어이가 없어요'라는 말을 짜증내듯 내뱉는데, 과연 취준생에게 그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난을 받으면 바보가 된다.


인간은 정신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생물적 존재다. 외부의 비난을 받으면 근본적으로 자기방어 기제가 작동해서, 세포는 쪼그라들고 반응의 범위는 좁아진다. 위험에서 빠져나가려는 생존에 빠르게 최적화되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는 이해력도 좁아지고, 판단력도 낮아진다. 비난에서 피하기 위해 안하던 변명을 하고,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기도 한다. 


이런 반응은 모두가 비슷하다. 불특정 다수에게 조언하던 그 작가도 별다르지 않다. 다만 그 영상에서 취준생들은 이야기를 들어야만 하는 관객이었고, 그는 마이크를 잡은 스피커였을 뿐. 내일 모레 사업이 망해서 누군가의 비난을 듣는다면 그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나름의 현실, 나름의 팩트


더구나 '팩트폭행'이라는 그의 몇몇 이야기는 내겐 팩트도 아니었다. 첨부파일이 한번에 안 열려 읽지도 않았다는 말이나, 대용량 파일은 유투브에 올리고 주소만 적으라는 이야기는 특히 그랬다. 채용을 담당한 사람으로서 파일이 안 열리면 회신을 보내 그 상황을 알리는 게 책무일 수도 있다. 유투브 링크를 선호하는 건 자신의 취향이고, 인터넷이 충분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유투브 스트리밍이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가 틀렸다 맞다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개인의 짜증과 귀찮음에서 기인한 판단이 정당화되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그 강연을 듣고 '아- 내가 잘못했구나' '나는 정말 바보야'라고 생각하는 취준생들이 있을까봐 속상했다.   


더 중요한 건 이거다. 만약 그 메일을 보낸 사람이 투자자나 클라이언트였다고 해도 첨부파일을 열지 않았을까? 만약 상대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면,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상대적 약자가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짓을 하면 단박에 잘라버리는 갑질과 무엇이 다른 걸까?



우리는 신이 되기도, 휴지조각이 되기도 한다. 


내가 30대 초반 팀장으로 있을 때, 우리 팀원들은 똑똑했지만 한편으로는 바보같았고, 참으로 당당했지만 한편으로는 참 겁이 많았다. 아마 나를 보는 30대 중반의 상사에게는 내가 그랬을 거고, 또 그의 40대 상사에게는 그가 그랬을 거다. 한마디로 우리는 똑똑했다가 바보같다가, 겁이 없다가도 사소한 것에 쪼는 그런 인간이다. 생명체라는 거다. 


누구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때가 있고, 화장실의 휴지보다 쓸모없는 인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의 성공을 가지고, 나의 모든 선택과 상황을 성공의 이유처럼 말하는 것은 조언이 아니라 제대로 '꼰대짓'이다. 게다가 그런 인위적인 포장은 스스로 화를 자초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에너지의 집합체고 균형을 이루려는 관성이 있어서, 자연스럽지 않은 방향으로 억지 힘을 쓰면 필시 역방향의 힘을 맞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취준생들에게는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


팩트폭행이나 요구하지 않은 조언 이전에 이해와 격려가 먼저다. 그 따뜻함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세포가 통통해지고, 전두엽이 열리면, 그 다음에는 스스로 필요한 공부도 하고, 도전도 하고, 실력도 쌓을 것이다. 혹 그렇지 않다해도 그건 이유있는 선택일 수 있다. 


더 경험하고, 더 많이 배운 인생 선배들이 줘야하는 건 위로와 격려와 사랑이다. 다른 모든 건 그 다음에 해도 괜찮다. 



P.S... 만약 이 글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뭐 그것도 괜찮다.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사는 것 같지만, 다들 각자가 믿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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