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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Sep 29. 2019

'어쩔 수 없다'는 거짓말

인생에서 가장 흔한 거짓말 중에 하나는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인 것 같다

결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책임이 따를 뿐.


법륜스님이 강조하시듯 결정 자체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다만 각 결정에 따르는 업보, 즉 책임이 있을 뿐이다. 모두가 데려가고 싶어하는 인재랑 일하고 싶으면 인건비가 더 들 각오를 해야하고, 인건비를 최대한 안 쓰고 싶다면 경쟁력이 낮은 직원을 교육하며 시간을 더 쓸 각오를 해야한다. 


그런데 우리는 요행을 바라는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종종 결정에 따르는 책임을 피하고 싶다. 내 이익을 위해서 상대방에 불리한 결정을 했으면 상대방에게 비난받을 각오를 해야하는데, 내 이익을 위한 결정을 하고서는 상대방의 비난은 받고 싶지 않다.


 

'어쩔 수 없다'는 변명


그럴 때 하는 변명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다. 내가 결정했지만 그건 내 결정이 아니었다는, 운전하기 전에 술을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었다는.. 그런 말이 아닌 말.


"상황을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

"네가 잘되길 바라지만 어쩔 수 없다"

"널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우리는 좀 더 솔직해질 수 있다.


"내가 곤란해지기 싫다. 미안하다" 

"더 이상 도와주는 게 힘들다. 미안하다"

"내 사랑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미안하다"



'어쩔 수 없다'는 사람을 경계하라


나는 일을 할 때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경계한다. 이건 순전히 경험에 의한 건데, 이런 사람들은 머리를 굴려가며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캐치하는데 능하다. 그리고 그 상황으로 흘러가도록 주변 사람들을 조종한다. 


자신에게 오는 이득 만큼 상대는 힘들어진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그건 결정에 고려할 사항은 아니다. 그렇게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하고 난 후, 힘들어진 사람에게 말하는 레퍼토리가 바로 '나도 어쩔 수 없었다'란 말이다. 


출처 : https://fisherfunds.co.nz/newsroom-archive/general-investing/market-manipulation


나는 이런 식으로 파트너 등에 칼을 꽂는 사람도 봤고, 이런 식으로 양다리를 걸치는 친구도 봤고, 이런 식으로 자신의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중간관리자도 봤다. 


사실 그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기에 이해는 하지만, 내 기준에서 그들은 인생에서 최대한 멀리해야 할 사람들이다. 음양이 공존하는 삶에서 한 쪽을 거부하는, 쉽게 말해 자신에 결정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이 똑똑하게 좋은 것(양)만 취하고 나쁜 것(음)은 피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책임 즉 나쁜 것을 계속 쌓아둘 뿐이다. 그렇게 쌓아둔 것들은 임계점을 넘으면 어느 순간 폭발하는데, 그때 곁에 있는 사람들은 폭발의 파편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은 없다


이쯤에서 나는 어떤지 생각해 본다. 


내가 결정을 망설이는 것 중에 어쩔 수 없는 것어 내리는 결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변명 뒤에는 어떤 비겁함이 숨어 있는지. 이득은 바라지만 책임은 지고 싶어하지 않는, 알고보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전략을 또 쓰려고 하는 건 아닌지, 오늘 밤 조용히 좀 생각해 볼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란 없다. 

다른 걸 선택하고 싶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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