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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Oct 26. 2019

나는 신의 '사랑'을 오해하고 있었다

삶은 '무엇'을 하는가보다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있다

요즘 일을 선택하는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
함께하는 이들에게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일인가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사랑'이란 내가 과거 남친들과 나눈 그런 사랑은 아니다. 우리는 서로 분리된 객체가 아니라는 사실, 다시 말해서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느껴지는 감정이 내가 의미하는 '사랑'이다. 


낯선 곳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내 차비를 대신 내 줄 때 느끼는 감정, 큰 실수를 했는데 진심으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상사에게 느끼는 감정, 술과  고기를 먹지 않는 나를 위해 회식 장소를 뷔페로 정한 총무팀에 느끼는 감정, 바쁜 와중에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시간을 내 준 친구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내가 일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내 삶과 별 상관이 없다


최근 어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회사에서 어떤 타이틀을 가졌는가는 내 삶과 별로 관련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중요한 건 그걸 통해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 주는가이지, 내가 그 일에서 '무엇'을 얻을 것이냐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고를 때, 이 일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 더 수준 높은 사랑을 더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일인지가 지금은 첫 조건이다. 그게 없다면 일단은 우선순위가 밀릴 것이고, 필요하다면 돈과 시간 같은 숫자들을 보게 될 것이다. 사실 일과 관련된 숫자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내 선택에서 우선순위가 밀렸다는 의미이긴 하다. 



나는 지금 왜 일하고 있는가?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을 리뷰해 보면 이 생각을 한번 더 확인하게 된다. 


모 스마트워크 프로젝트 TFT팀과의 킥오프 미팅 (c)최두옥


A 프로젝트는 곧 직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더 좋은 오피스를 만들어 주게 된다. 직원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업무공간에 반영된 것을 알고 존중감을 느낄 것이고, 지금은 거래처 직원들조차 데려오고 싶지 않은 사무실에서 자기 가족들을 데려와 자랑할 수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자긍심을 느낄 것이다. 임원들은 회사의 공간과 방식을 변화시킨 장본인으로서 큰 보람을 느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스마트워크'의 마인드셋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B 프로젝트는 '리모트워크'라는 앞선 업무방식을 건강하게 정착할 수 있게 물심 양면으로 도와준다. 육아와 노부모 때문에 일을 그만두려고 생각하는 직원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일이고, 당신의 걱정을 이렇게 많은 회사들이 함께 걱정하고 있다는 위로가 되는 일이다.


C 프로젝트는 서울시의 교육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의 신청사를 기획하는 일인데, 시대와 시차가 큰 업무방식과 업무공간에서 각자 힘들어하는 개인들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 공공기관은 안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공공기관이 더 유연해지는 길을 열고 있다.


D 프로젝트는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사들의 질문을 모아서 책과 유투브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이 프로젝트는 나를 포함한 제작진에겐 누구도 하지 않은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을 주고, 이 책을 책는 이들에겐 인생의 전환점을 선물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집필에 참여한 연사들에게는 수십명의 유명한 다른 연사들과 함께 한 의미있는 콜라보 작품을 선물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내가 앞에서 이야기한 '사랑'의 핵심 개념인 '연결'이다.



나는 그동안 신의 '사랑'을 오해했다


정말이다. 


나는 교회와 성당과 절과 사원에서 외치는 절대자의 사랑을 '군주가 자신에게 복종하는 이들에게 돌려주는 조건적 베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내 오해이거나, 나처럼 신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만든 수많은 제도와 규칙 때문이었다. 


인간의 삶 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에 있는 존재의 사랑이란, 문자 그대로 조건이 없고, 변함이 없고, 누구에게나 따뜻하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 어쩌면 우리 인간은 비슷하게 조차 살 수 없는 그런 사랑이 곧 신이고 우주이고 절대존재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 우주에 태어난 내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란, 나를 존재하게 한 그 사랑을 인간의 삶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먼저 주고, 들어주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옆에 있어주는 것들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고, 그 연결됨에서 오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나는 스마트워크 디렉터로서, 

내가 서 있는 이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 그 온전한 우주의 '사랑'을 표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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