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무엇'을 하는가보다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있다
요즘 일을 선택하는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
함께하는 이들에게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일인가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사랑'이란 내가 과거 남친들과 나눈 그런 사랑은 아니다. 우리는 서로 분리된 객체가 아니라는 사실, 다시 말해서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느껴지는 감정이 내가 의미하는 '사랑'이다.
낯선 곳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 내 차비를 대신 내 줄 때 느끼는 감정, 큰 실수를 했는데 진심으로 괜찮다고 말해주는 상사에게 느끼는 감정, 술과 고기를 먹지 않는 나를 위해 회식 장소를 뷔페로 정한 총무팀에 느끼는 감정, 바쁜 와중에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시간을 내 준 친구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최근 어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회사에서 어떤 타이틀을 가졌는가는 내 삶과 별로 관련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중요한 건 그걸 통해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 주는가이지, 내가 그 일에서 '무엇'을 얻을 것이냐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고를 때, 이 일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사랑, 더 수준 높은 사랑을 더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일인지가 지금은 첫 조건이다. 그게 없다면 일단은 우선순위가 밀릴 것이고, 필요하다면 돈과 시간 같은 숫자들을 보게 될 것이다. 사실 일과 관련된 숫자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내 선택에서 우선순위가 밀렸다는 의미이긴 하다.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을 리뷰해 보면 이 생각을 한번 더 확인하게 된다.
A 프로젝트는 곧 직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더 좋은 오피스를 만들어 주게 된다. 직원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업무공간에 반영된 것을 알고 존중감을 느낄 것이고, 지금은 거래처 직원들조차 데려오고 싶지 않은 사무실에서 자기 가족들을 데려와 자랑할 수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자긍심을 느낄 것이다. 임원들은 회사의 공간과 방식을 변화시킨 장본인으로서 큰 보람을 느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스마트워크'의 마인드셋을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B 프로젝트는 '리모트워크'라는 앞선 업무방식을 건강하게 정착할 수 있게 물심 양면으로 도와준다. 육아와 노부모 때문에 일을 그만두려고 생각하는 직원들에게는 희망을 주는 일이고, 당신의 걱정을 이렇게 많은 회사들이 함께 걱정하고 있다는 위로가 되는 일이다.
C 프로젝트는 서울시의 교육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의 신청사를 기획하는 일인데, 시대와 시차가 큰 업무방식과 업무공간에서 각자 힘들어하는 개인들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 공공기관은 안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공공기관이 더 유연해지는 길을 열고 있다.
D 프로젝트는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사들의 질문을 모아서 책과 유투브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이 프로젝트는 나를 포함한 제작진에겐 누구도 하지 않은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을 주고, 이 책을 책는 이들에겐 인생의 전환점을 선물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집필에 참여한 연사들에게는 수십명의 유명한 다른 연사들과 함께 한 의미있는 콜라보 작품을 선물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내가 앞에서 이야기한 '사랑'의 핵심 개념인 '연결'이다.
정말이다.
나는 교회와 성당과 절과 사원에서 외치는 절대자의 사랑을 '군주가 자신에게 복종하는 이들에게 돌려주는 조건적 베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내 오해이거나, 나처럼 신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만든 수많은 제도와 규칙 때문이었다.
인간의 삶 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에 있는 존재의 사랑이란, 문자 그대로 조건이 없고, 변함이 없고, 누구에게나 따뜻하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 어쩌면 우리 인간은 비슷하게 조차 살 수 없는 그런 사랑이 곧 신이고 우주이고 절대존재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 우주에 태어난 내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란, 나를 존재하게 한 그 사랑을 인간의 삶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먼저 주고, 들어주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옆에 있어주는 것들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고, 그 연결됨에서 오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나는 스마트워크 디렉터로서,
내가 서 있는 이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 그 온전한 우주의 '사랑'을 표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