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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Jan 15. 2020

새해, 비우고 시작합시다

온리인을 가볍게 하는 노하우

연말 비우기의 두 단계


매년마다 하는 연말 비우기는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1단계는 온라인 비우기로, 웹과 하드디스크의 레거시를 제거하는 작업이다. 2단계는 오프라인 비우기로, 의류/책/명함을 포함한 모든 물건들이 포함된다.


현재 시간 새벽 1시.

2단계는 오프라인 비우기는 소음이 꽤 나는 관계로, 가족이 모두 잠든 지금은 1단계 온라인 비우기 작업부터 들어간다.



1. 사진첩 비우기


스마트폰, 컴퓨터, 그 외 각종 디바이스에 있는 모든 사진을 버리거나 혹은 분류해서 외장하드로 옮기는 작업이다. 나는 폰 사진을 자주 찍진 않지만 1년 치를 합치면 무시 못할 양이다. 어느 정도는 인내심을 가지고 돌입해야 한다.


우선 기록이나 메모를 위한 찍은 사진은 내용을 확인한 후 캡처한 정보를 액션플랜 전 단계까지 넣어두고 모두 버린다. 예를 들어, 2019년 한 해 동안 읽고 싶은 책들을 페이스북에서 캡처해 두었다고 치자. 그럼 그 책을 내가 이용하는 전자책 사이트에서 찾아 Wish List 에 넣어둔다.


나는 국내 서적의 경우 리디북스(Ridi Books)와 구글북스(Good Books)를, 해외 서적의 경우 아마존 킨들(Kindle)에서 구입한다.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은 책은 재작년부터 포기하기로 했다. 읽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충동이 일지 않는 이상 라이프스타일 특성상 종이책으로 구입해도 진도가 안 나가더라.

기록이 아닌 일반 사진은 이벤트별로 묶어 외장하드에 옮긴다. 이때 꼭 간직하고 싶은 사진만 남기고 후 나머지는 모두 버려야 하는데, 사진을 하나하나 보면서 이걸 버릴까 간직할까 고민하면 절대 못 버린다. 꼭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최소한으로 폴더로 옮긴 후, 나머지는 미련 없이 삭제해야 한다.


영상도 마찬가지다. 혹시 몰라 소스로 찍은 사진은 무조건 휴지통행이다. 그런 영상은 다시 봐도 지루하다.


이런 식으로, 외장하드 외에 클라우드나 로컬 디바이스에는 사진도 한 쪼가리도 남기지 않는다. 대략 70% 의 사진과 영상이 삭제된다.


사진 조각 하나 남지 않은 아이폰 앨범



2. 메일함 비우기


모든 메일을 지메일(웹메일)로 일원화한 지가 꽤 돼서, 내 경우 지메일 하나만 정리하면 한 번에 메일 정리가 된다.


메일 정리의 핵심은 두 가지.

우선, 1년 이상 된 메일이면서 첨부파일이 1M 를 넘는 파일은 모두 버린다. 필터링을 활용하면 간단히 되는데, 버리면 안 될 중요 파일을 골라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린다.


그다음에는 Inbox 를 비우는 작업이다. 메일함 첫 화면인 Inbox 에는 내가 처리해야 할 메일만 남겨둔다. 바꿔 말하면 모든 메일은 처리하거나, 삭제하거나, 특정 폴더로 기록용으로 넘긴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주 보는 Inbox 에 중요하지 않은 메일들이 널려있으면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는데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책상 위에 물건이 많으면 신경이 분산되듯이, 온라인의 책상인 Inbox 에는 내가 집중할 메일만 남겨둔다. 이런 방식의 Inbox 관리는 대부분의 메일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라벨이나 스티커 기능을 사용하면 평소에도 활용할 수 있다. 나는 메일함을 이렇게 쓴 지가 두 해 정도 된다.


2020년을 맞아 깨끗하게 정리된 '받은 편지함'



3. 클라우드 비우기


클라우드는 업무 효율성과 직결된다. 그래서 평소에도 자주 정리하지만, 해가 바뀌면서 끝나거나 새롭게 시작되는 프로젝트가 생기기 때문에 특히 신경을 쓴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클라우는 드롭박스(Dropbox)와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 드롭박스는 진행 중인 모든 업무파일이 보관되는 곳이고, 구글 드라이브는 협업 중인 문서를 보관하는 곳이다. 많은 스마트워커들이 그렇듯 나도 대략 5년 전부터 모든 업무파일을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있어서 컴퓨터 로컬 문서함에는 어떤 파일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빈도 위주로 정리된 드랍박스


클라우드를 정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은 이미 끝난 프로젝트의 파일을 정리한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중복되는 버전의 문서도 많고, 당시엔 참고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필요 없는 정보도 많다. 이런 것들을 모두 정리한다. 그런 다음에는 프로젝트의 이름이 적힌 폴더를 통째로 외장하드에 옮긴다. 해놓고 보면 전체 용량의 절반 이상은 이런 파일들이다.


프로젝트와 상관없는 파일도 지난 6개월간 사용 여부를 기준으로 외장하드로 옮긴다. 지난 6개월간 사용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급하게 필요한 일은 거의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필요할 때 외장하드를 연결하는 수고쯤은 얼마든지 해도 괜찮다.


이렇게 클라우드를 정리해서 드롭박스는 2G로 낮추고, 구글 클라우드도 1G 수준으로 낮췄다.


메일과 드라이브를 합쳐 13G 였는데, 정리 후 3G 정도로 줄었다




4. 북마크 비우기


몇 년 전부터 북마크를 해 두는 페이지(사이트)가 많아졌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내 키워드이다 보니,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사이트도 많고, SNS를 통해서 알게 되는 기사들도 많다.


한때는 야심에 가득 차 에버노트 스크랩도 시도해 봤지만, 스크랩하면 뭘 하나. 다시 에버노트를 열어보질 않는 걸. 그래서 가장 자주 이용하는 브라우저인 크롬(Chrome)에 직접 북마크를 걸어 놓는다. 이런 식으로 하면 언제, 어떤 디바이스를 가지고 있든지 짬을 내서 기사를 읽을 수 있다.


북마크를 정리하는 기준은 유용성과 직관성이다.


우선 지금 나에게 유용한 것만 남겨두고 모두 버린다. 요즘처럼 정보가 홍수처럼 만들어지는 시대에 만약을 위해 정보를 보관하는 것은 다음 달에 먹을 우유를 미리 사두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사이트와 기사를 골라낸 후 나머지는 모두 삭제한다. 어차피 필요하면 다시 검색하면 된다. 그런 희미한 가능성으로 단순함을 해치면 안 된다.


그런 다음에는 직관적이고 쉬운 기준으로 카테고리를 나눈다. 내 경우 즐겨찾기 폴더를 '기능적'인 기준으로 나누는 것보다는, 내가 언제 필요로 하는지에 따라 '의미적'으로 나누는 게 더욱 활용도가 높았다.


이렇게 정리하면 북마크 개수는 약 30% 수준으로 줄어들고, 원하는 북마크를 찾아가는 시간은 1/3 이상 단축된다.


제대로 가벼워진 2020년 북마크



5. 디바이스 포맷하기


Last but not Least!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중요한 비우기 작업은 전 디바이스 포맷이다. 지금까지의 작업들이 보이는 쓰레기를 버리는 작업이었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을 잡아야 한다.


가장 깔끔한 방법은 포맷. 아이맥(iMac), 맥북에어(MacBook Air), 아이패드(iPad), 아이폰(iPhone), 외장하드의 일부 파티션까지 모두 포맷을 한다. 앞서 중요한 파일을 클라우드나 (포맷하지 않을) 외장하드로 옮겼기 때문에 따로 백업은 필요 없다. 포맷은 디바이스당 30분이면 충분하다. 전 디바이스 동시에 포맷하면 시간이 확 준다.


디바이스 포맷은 여러가지 면에서 장점이 있는데, 그 백미는 호기심에 다운받고 사용하지 않는 앱을 한방에 지울 수 있다는 점이다. 포맷 전에 따로 앱을 백업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포맷을 하면 설치된 모든 앱(프로그램)이 지워지는데, 포맷 후 이걸 한 번에 다운받지 말고 하루 이틀에 걸쳐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다운로드하는 게 핵심이다. 


내 경우 항상 크롬(Chrome)과 드랍박스(Dropbox)가 처음이고, 그 외에는 필요할 때마다 앱스토어에서 최신 버전을 다운로드한다. 예를 들어 '아버지한테 퇴근 길에 버터 좀 사오시라 부탁해야지'라는 생각이 들면 그제야 카카오톡(Kakao Talk) 앱을 다운받는 식이다.


프로그램을 다운받고 로긴하는 시간은 앱에 따라 보통은 1분 내에 끝나는데, 금융 앱의 경우 인증이 포함돼 10분까지 걸린다. 번거로움이 수반되는 이런 과정 때문에라도 꼭 필요하지 않은 앱은 포맷 후 다운로드를 포기하게 된다.


내 경우 이렇게 자동으로 버리는 앱이 전체의 2/3 가량이다.


공장초기화 포맷  6시간 후 아이폰


6. 수입/지출 분석하기


이건 따로 화면을 제공하기 어렵지만, 매년 하루를 내서 하는 작업이다. 평소에 가계부를 쓸 정도의 의지는 없지만, 적어도 일 년 동안 내가 돈을 얼마나 벌었꼬 어디에 쓰고 있는지는 알아야지 않겠나.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매년의 수입과 지출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하루를 쓰고 있다.


수입을 파악하는 건 간단하다. 실제 입금 내역을 근거로, 언제 어떤 일을 통해 수입이 생겼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물론 매년 종합소득세 기간에 세무사님이 쫘악 수치를 보내주시긴 한다. 하지만 여기엔 수입의 '질'에 대한 정보가 없다. 이 수입이 올해 운이 좋아서 생긴 건지(한마디로 이벤트였는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수입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수입이 몇 개의 출처에서 나오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유용하다. 일부러 수입의 출처를 조정하는 건 어렵지만, 적어도 지금 내 수입이 한 회사 혹은 한 가지 일에만 의존하는 상태인지 아니면 줄 하나가 끊어져도 영향받지 않을 정도로 다른 출처를 가지고 있는지는 파악할 필요가 있다. 수입의 출처가 많아진다는 건 마치 여러 명의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킨 것과 비슷해서 데뷔는 어렵지만 한번 대중에게 노출되면 누가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만약 하나의 전문성으로 여러 수입 출처를 가진다면 이 보다 좋을 수 없다. 내 경우에는 스마트워크라는 전문성 아래 참여형 컨설팅 40%, 자문형 컨설팅 25%, 특강 25%, 기타 10% 정도의 비율인데, 가능한 원소스 멀티유즈가 되도록 지속적으로 최적화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수입을 분석하는 또 다른 기준이 있는데, 내 시간을 쓴 만큼 늘어나는 수입인지, 시간과 상관없이 들어오는 수입인지의 여부다. 이를테면, 특강은 내 일 중에 가장 시간 단가가 높은 수입이지만 내가 시간을 쓰는 양과 수입이 비례한다. 이런 일은 사업화를 하지 않는 한 편의점 알바랑 원칙적으로 다를 게 없다. 한마디로 시급이 엄청 높은 알바와 같아서, 내가 아프거나 휴가를 가면 이런 수입은 금세 제로가 된다.  


반면 에어비앤비 호스팅을 통한 소득이나, 저작권료, 이자, 콘텐츠 수익, 주식 등은 내가 들이는 시간과 상관없이 들어오는 소득이다. 이런 소득은 내 수입에서 퍼센트를 늘려야 한다. 페이가 아무리 많아도 내 시간을 담보로 돈이 들어온다면 그건 호텔처럼 꾸벼진 감옥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관계없는 수입이 늘어야 진정한 자유가 가능하고, 지금 시간을 들이는 일에서도 탁월함을 추구할 여유가 생긴다.


지출 분석은 더 단순하다. 일 년을 기준으로 매월 꼭 써야 하는 돈이 얼마인지를 확인하고, 그 외의 지출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하는 패턴만 인지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내가 최소한으로 얼마만큼의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고, 동시에 지출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액션플랜도 짤 수 있다.


내 경우, 매월 꼭 써야 하는 돈은 약 75만 원. 아마도 돈 새는 구멍인 '자녀'와 '대출'이 없어서 백만 원 이하 수준이 가능한 것 같다. 그 외의 지출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하는 것은 부모님 용돈 > 카페 지출 > 가족 외식 순이다. 매년 다짐하는 거지만, 2020년에는 카페 좀 덜 가고 커피도 덜 마셔야겠다. 개인적으로 가족과 관련된 비용은 별로 줄이고 싶지 않다.



버리는 것이 미덕인 시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유례없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죽하면 계획보다 재빨리 변화에 적응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애자일(Agility)이 트렌드일까.


이렇게 변화가 일상인 삶에서는 소유가 비용이다. 더 발전된 것을 받아들이려면 오래된 것을 버려야 한다. 이때의 핵심은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다 버리는 것'이다. 내가 가진 아이템을 하나하나 살피며 버릴지 남길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비워서 더 많이 담을 수 있는 2020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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