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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Mar 16. 2020

일곱 번의 사랑, 일곱 개의 키워드


사랑에 빠진다는 게 어떤 건지 안다.

연고전에서 첫눈에 반한 첫 남친을 시작으로 내겐 일곱 번의 열병 같은 사랑이 있었고, 상황은 매번 달랐지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충만해지는 느낌이 좋았고, 상대를 위해 기꺼이 변하는 내 모습도 좋았다. 사랑할 때의 나는 열정적이었고 투명했으며, 머리속에 계산기도 굴리지 않았다. 


사랑을 이야기하던 네덜란드 친구들과, 2007년 가을



연고전


연고전에서 만난 첫사랑은 동갑이었다. 종로에서 직접 쓴 시와 김광석 CD를 주며 로맨틱하게 고백했던 문과생. 우린 연대와 고대를 오가며 데이트를 즐겼는데, 수업 중에 삐삐 암호 숫자를 주고 받으며 롱디(?)의 설렘을 느꼈다.



나우누리


두 번째 사랑은 나우누리에서 만난 대학원생이었다. 내가 일년을 짝사랑했고 포기할 즈음 역으로 고백을 받았다. 그 해 봄, 나는 처음으로 4월의 벗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았다. 데이트를 마치고 신촌역에서 헤어질 때마다 가슴이 쿵쾅거려서 내릴 역을 지나친 적도 있다. 



휠체어


세 번째 사랑은 씨애틀에 사는 친구였다. 온라인으로만 수년을 알고 지내다 미국 여행에서 만났는데 사진이 사기였다. 친구는 당시 사고 때문에 휠체어에 앉아 있었는데 볼 때마다 휠체어 모델 같았다. 미국으로 이민올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다. 



성당동생


네 번째 사랑은 성당에서 오래 알고 지내던 연하였다. 일 끝나고 장난처럼 데이트를 하다가 사귀게 됐는데, 워커홀릭인 내가 인생에서 유일하게 퇴근시간을 기다렸던 시기다. 교회 오빠 대신 성당 누나로 활약했던 시절. 



소울메이트


다섯 번째 사랑은 네덜란드 사람이었다. 내 네덜란드 친구의 친한 형이었는데, 친구와 화상 채팅 중에 우연히 만난 이후 따로 연락을 하게 됐다. 처음 로테르담 중앙역으로 나를 픽업왔을 때, 나는 처음으로 사람에게 빛이 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남 이야기만 같았던 텔레파시와 소울메이트란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소나기


여섯 번째 사랑은 오랜 친구였다. 우연한 계기로 친구일 때와 다른 모습을 보면서 감정이 생겼는데, 대학 새내기가 입학을 준비하는 것처럼 하루하루가 설렜다. 고등학교 이후론 쓰지 않던 시도 쓰고, 선물도 만드는 내 모습이 소녀 같았다. 중학교 때 읽었던 '소나기'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시간이었다.



Parisien


일곱 번째 사랑은 키크고 잘 생긴 파리지앵이었다. 처음엔 외모 때문에 거리를 뒀는데, 시간을 두고 알아갈수록 철학과 행동력에 매료됐다. 이 사람과는 열병같은 사랑과 바다같은 사랑을 동시에 느꼈는데,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다는 것이 한 인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경험하게 됐다. 



사랑과 자유


내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치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나는 '사랑'과 '자유'라 말한다.  자유로워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는 자만이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상대의 존재가 삶의 이유인 사랑을 여러 번 경험한 사람으로써 단언컨데, 사랑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 중에 하나이고, 인간을 가장 가치있게 성장시키는 경험이다. 그리고 사랑에는 적절한 대상도, 적절한 시기라는 것도 없다.

그러니 당신

지금, 사랑에 빠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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