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나 대신 PPT 자료를 만들고 이미지를 편집해 준다
퀄러티가 높은 일일수록 실시간 피드백이 필요한데, 시차가 있다보니 커뮤니케이션을 할 시간을 미리 맞춰야 한다 그러다보면 1시간 짜리 수정을 위해서 하루 이틀을 기다릴 때도 있다. 그런데 AI 가 시차라는 벽을 낮추고 있다. 사람이 아닌 AI 와 일할 때는 내 시간대에 맞춰서 업무를 지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는 업무의 수행도 거의 즉시적이고, 지시만 잘하면 사람보다 이해도도 높다.
아래는 오늘 우리가 AI 로 진행한 업무 중의 아주 일부지만, AI 의 긍정적인 특성을 매우 잘 보여준다. 정말이지 내년이면 웬만한 사무직 업무는 AI 선에서 처리될 것 같다.
PDF 각 페이지가 이미지로 들어간 10장짜리 PPT 만들기
부가세 신고서 (.pdf)의 각 페이지 별 내용을 설명하는 슬라이드(.ppt)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아래 그림과 같이 ChatGPT 에게 pdf 파일을 이미지로 변환하고 ➔ 각 이미지가 들어간 슬라이드를 만들라고 요청했다. 특히 커버 페이지는 제목과 이름과 오늘 날짜가 들어가게 요청했다. 실제로 주고받은 프롬프터(대화)를 보면 내 지시는 네 줄이다.
1차 결과물은 1분 정도 걸려서 나왔다.
근데 이미지를 페이지에 꽉 차게 넣어서 가로세로 비율이 틀어져 있었다. 내가 별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AI 입장에서는 가장 좋아보이게 배치를 한 것 같았다. 아마 사람에게 일을 시켰더라도 아마 비슷하게 결과가 나왔을 거다.
나는 즉시 피드백을 보냈다.
이미지의 원본 비율을 지켜주고, 이미지는 촤측으로 정렬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명령어를 내리자 바로 피드백이 반영된 수정본이 왔다. 이번 결과물은 이미지의 비율이 지켜졌고 위치도 좌측으로 변경되었다. 프롬프터를 보내고 15초 정도 걸린 것 같다. 이후 슬라이드의 색과 폰트를 바꿨고, 이후 작업은 사람이 직접 했다. 적어도 30분 정도의 시간을 단축시켰다.
ChatGPT 를 사용하기 전에는, PDF 문서를 이미지 파일로 변환하는 앱을 직접 만들어서 썼다 (Mac 을 쓴다면 쉽게 할 수 있다). 사용방법은 쉽다. 원하는 PDF 파일을 만든 앱 위로 드레그만 하면, 동일한 이름의 이미지 파일(폴더)가 생성된다.
아직 ChatGPT 가 익숙하지 않은 지인을 위해서 나는 내가 만든 앱을 공유하기로 했다. 근데 막상 파일을 주려고 보니 아이콘이 별로다. 로보트 모양이라 앱 기능과 상관도 없고 촌스럽다. 그래서 여기 들어갈 아이콘 이미지를 만들기로 했다.
우선, 아이콘을 만들어주는 해외 AI 서비스를 이용했다. PDF to JPG 라는 이름의 머리글자를 따서 [PJ] 라는 png 아이콘을 만들었다. 재미있게 내 영어 이름도 넣고, 앱의 이름도 넣었다. 여러 시안을 동시에 요청하고 한번에 골라서 채 3분이 안 걸렸다.
이후 ChatGPT 를 통해, 이 로고 이미지를 Mac 의 어플리케이션 아이콘용 파일로 변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동시에 사각형 모양이 아닌, 원형의 투명한 이미지로 파일로 바꿔달라고 했다.
1분 정도 지났을까. ChatGPT 는 .icns 라는 형식으로 변환된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링크를 보내줬다. 다른 쓰임을 위해 .png 포맷으로도 원한다고 했더니 즉시 다운로드 링크를 보냈다. 원형으로 배경이 잘렸고, 그 외의 부분은 투명하게 작업이 되었다. 이후 바탕색을 에메랄드, 무광회색, 장미빛분홍색의 세 가지로 바꾼 시안을 요청했고, 그 중에 옅은 회색을 최종으로 선택했다.
나는 파일을 다운로드 받아 내가 만든 PDF2JPG.app 의 아이콘으로 등록했다. 아래 보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작업한 이미지로 잘 교체가 되었다. 내가 만든 아이콘이지만, 아이러니하게 나는 지시만 했을 뿐 실제로 디자인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 말도 잘 알아듣고 손도 빠른 디자이너와 원격으로 작업하는 기분이었다.
PDF 파일을 이미지로 변환해 주는 프로그램을 공유해요.
해상도 200, 일반적인 조건으로 세팅했어요. 한장 짜리는 맥 기본 기능으로 되니 필요없고요, DPF 문서를 일일이 이미지로 만들어야 할 때 편해요. 변환시간 3초 걸립니다. (제가 맥 사용자라서 맥용이에요. 흑흑. 맥 사용자라면 이런 앱 금방 만들어요!)
◼︎ PDF ➔ JPG 변환 앱 다운받기 (Mac 전용)
위의 일들은 그 자체가 고난이도는 아니다. 직장인 3년차면 검색으로 얼마든지 혼자 할 수 있고, 나 같은 사람은 한 시간이면 완성도 있게 끝낸다. 하지만 이런 분야가 낯설다면 반나절이 걸릴 수도 있다. 직접 못 해서 사람을 써야 한다면 돈과 시간이 든다. 일머리가 없는 사람을 만나거나 방어적인 사람에게 요청한다면, 피드백을 두세 번씩 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을 고려했을 때 AI의 효용은 단순히 "혼자서" 해내는 것을 넘어선다. 나만 잘 지시하면 상당히 번거로운 일을 순식간에 완성도 있게 끝낼 수 있다. 비용은 거의 없고, 결과물이 나오는 시간도 (사람이 직접 할 때와 비교하면) 거의 제로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고, 그 결과도 바로 볼 수 있어서 나의 업무 지시력도 높아진다.
여담이지만, 작년 이맘 때 나는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특히 파이썬을 배울 때는 '와, 이게 코드 몇줄로 가능하다니?!' 하면서 놀랐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근데 1년 후인 지금은 같은 일을 코드조차 쓰지 않고 해낸다. 이 분야의 학습 가성비는 놀랍게 가파르다.
오늘 내가 이렇게 - 위 결과물을 뽑는데 걸렸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스마트워크에 대한 의미를 내 스스로도 다시 생각해 보고 싶어서다. 이 시대에 작동하는 일하는 방식이 무엇이고, 그걸 구체적으로 어떻게 내 일에 적용할 수 있는지 이 글을 보는 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지금 마음속에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열심히 하기 보다 똑똑하게 일하고 싶다면
그렇게 남긴 시간으로 삶을 즐기고 싶다면
우린 참 좋은 시대에 태어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