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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Dec 16. 2017

프랑스 화장실에는 왜 성냥이 있을까?

프랑스 화장실에 있는 두 가지 : 성냥과 향수


프랑스의 가정집을 가보면 서울의 가정집과는 다른 점들이 발견된다. 그중에서도 화장실은 컬처쇼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인데, 세세한 차이까지 담으면 무리가 될 정도로 많으니, 가장 눈에 띄는 두 가지 차이를 소개해 볼까 한다.


Bathroom 과  Toilet 은 다르다


영어 시간에 분명히 배웠다.

화장실은 'toilet' 이고, 욕실은 'bathroom' 이라고. 즉, 변기가 있는 화장실과 샤워를 하는 욕실을 영어에서는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당시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욕실과 변기가 한 공간에 있는 주택에 사는 나는 도대체 이해가 안돼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럼 우리집에 있는 화장실은

'toilet' 인가 'bathroom'인가..?"


프랑스의 욕실(bathroom)에는 변기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프랑스의 화장실은 'bathroom' 과 'toilet' 이 다른 공간에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욕실(bathroom)에는 변기가 없다. 이 곳은 샤워를 하고, 화장을 하고, 손을 씻고, 머리를 하는 '깨끗한' 곳이다. 내가 자주 머무는 프랑스 친구 집에는 욕실에 세탁기와 다림질 세트도 있다. 그만큼 이곳은 가족들이 깨끗하게 씻고 정리하는 곳이다. 그렇다 보니 한국의 욕실보다 꽤 공간이 넓다.


프랑스의 화장실(toliet)에는 변기만 있다

욕실에 없는 변기는 근처의 '화장실(toilet)'에 있다. 이곳은 한 평이 채 안 되는 작은 공간에 변기만 달랑 있는, 한국인들이 처음 맞닥뜨리면 흡사 감옥을 연상시킬 수 있는 곳이다 - 변기가 발명되기 전에 이곳을 왜 W.C.(Water Closet)라고 불렀는지 이해가 된다 - 공공 화장실 한 칸이 집 안에 쑥 들어와 있는 느낌이 꽤 낯설다.


하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여기만큼 집중이 잘 되는 곳도 드물다. 고백컨데 친구네 집에서 프랑스어로 대화를 나누다가 끊임없는 프랑스인들의 토론 모드에 잠시 휴식이 필요할 때면, 나는 여기 toliet 으로 피신하곤 했다.


프랑스 화장실에 꼭 있는 것: 성냥과 향수


남의 집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고 냄새 때문에 바로 화장실을 나서지 못한 경험, 누구나 한두 번쯤은 있을 거다. 급한 마음에 향수와 방향제를 뿌려보지만 냄새가 없어지긴 커녕 두 냄새가 동시에 공기 중에 떠도는 상황이 되기 십상이다.


이때를 위해서 프랑스 화장실에는 성냥과 향수가 있다.  

내가 자주 머무는 파리 가정집 화장실(toliet)에 있는 성냥과 향수

방법은 간단하다.

큰 일을 본 후, 성냥개비 하나에 불을 붙여 최대한 끝까지 태운다. 성냥 머리가 아래로 가도록 잡으면나무가 아주 잘 타는데 최대한 끝까지 태우는 게 요령이다. 손을 데기 전에 불을 끄면 검게 탄 나무에서 연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 연기가 냄새를 재빠르게 없애는 공신이다. 연기가 나오는 성냥을 변기 속에 넣지 말고 최대한 연기가 많이 나오게 놓아둔다. 보통은 하나로 충분하지만, 필요하다면 한두 개 더 태울 수도 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하고 나면 냄새가 깜쪽같이 사라진다. 어떤 사람은 이걸 화학적으로 풀어서 설명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말이 안 된다고 하던데.. 중요한 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성냥을 사용하면 30초도 안돼서 민망한 냄새가 깜쪽같이 사라진다.


성냥을 다 태운 후에는 옆에 있는 향수를 공기 중에 두 번 정도 뿌려준다. 기분 나쁜 냄새가 제거된 후라 향수의 향기가 그대로 남는다. 이렇게 하면 볼일을 본 직후에 잘생긴 프랑스 남자가 들어온다 해도 민망할 일이 없다.   



우리나라에도 화장실에 초를 구비해 두는 집이 늘어나고 있는데,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성냥의 새로운 효능을 알게 된 이후에는 서울 집 화장실에 향초를 놓아뒀는데, 기분일지는 모르겠지만 성냥만큼의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는 것 같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도 그때는 화장실에 성냥과 프랑스 향수 한 병을 필히 갖다 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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