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낭비러 한명 = 책 2권을 읽을 시간
고백컨데, 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간’이다. 부족하다고 살 수도 없고, 내 삶의 남은 시간에 언제 ‘Game Over’ 얼럿이 뜰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피한다.
물어보지 않은 정보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사람, 해결의 의지없이 자기 고민과 걱정을 반복적으로 상담하는 사람, 논점과 맞지 않는 피드백을 주는 사람, 하나마나한 말을 하는 사람, 미팅에 준비없이 나온 사람,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 환경과 남 탓을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
가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시간낭비러’가 되곤 하기에 안다. 그것은 상대의 시간을 태워버리는 행위이자, 법륜스님의 말씀처럼 원하는 것은 얻고 싶은데 정가는 치루기 싫은 마음 - 즉, 욕심을 먹고 자란다는 걸.
그래서 나는 최근 내 시간을 반복적으로
낭비하는 두 사람과 말을 섞지 않기로 했다.
지난 몇 주 간은 이런 침묵이 실제 도움이 될까 반신반의 했는데, 오늘 구글 캘린더에 기록한 데이터를 근거로 대충 계산하니, 그 둘과 접촉하지 않아서 세이브된 시간이 일주일에 14시간 정도다. 이는 내가 듣는 프랑스어 수업의 한 달치 분량이다. 두 시간낭비러와 말을 안 섞는 것만으로 한 달에 책 네권을 읽을 시간이 생긴 거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혹자는 ‘좋은 게 좋다’며 너스레를 떤다. 솔직히 그 '좋다'는 기준의 모호함도 의문스럽지만, 대체 그 '좋은' 건 누구에게 좋다는 말인가.
내가 시간낭비러의 반복되는 고민을 몇 시간씩 들어주는 동안, 준비없이 나온 미팅을 위해 택시비를 들여 두 시간씩 이동하는 동안, 무책임하게 취소한 약속을 수습하기 위해 몇 배의 돈과 시간을 쓰는 동안.. 과연 그것은 누구를 위한 ‘좋은 일’이었단 말인가.
더 이상 일방적인 호구가 되기 싫어서 ‘그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까다롭다’ ‘너무 강하다’ 혹은 ‘냉정하다’는 식의 단편적인 판단은 하지 않길 바란다. 일년치의 시간을 선물할 정도의 전능함이 있는 게 아니라면, 각자의 시간에 대한 전권은 자신에게 있으니까.
시간낭비러들은 뿔이 두 개 달리고 큰 목소리를 가진 악마의 모습이 전혀 아니다. 그들은 조고조곤하고, 잘 웃고, 친절하다. 그저 자신이 남들의 시간을 갉아먹는단 걸 모를 만큼 무지하거나, 알면서도 계속 그럴 만큼 이기적일 뿐이다.
그런 이들을 적극적으로 피하는 나 역시 눈에 불이 타오르는 까칠한 악마의 모습이 전혀 아니다. 내 삶늘 갉아먹는 것을 본능적으로 캐치하고 적극적으로 피하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