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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Mar 13. 2016


"같이 살자"

"같이 살자" 

동생 커플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아주 친한 몇몇 친구들에게도 이미 이런 제안을 한 적이 있다. 프라이버시,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하는 나다. 하지만 내 몸을 쾌적한 환경에 두는 것, 스마트폰 좀비가 아니라 '인간'으로 교류하며 살아가는 것 보다 프라이버시가 우선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게다가 혼자 사는 삶은 비효율적이다. 우리집 거실과 화장실과 테라스는 24시간의 80%는 비어있다. 내 차는 하루에 2시간도 채 움직이지 않는데, 그걸 위해서 집과 사무실의 어마한 공간을 상시 확보해 놓고 있다. 개인용이라서 산 수십만원대의 물건들은 대부분 '사용되길' 기다리다 수명을 마감한다. 따져보면 남이 쓰면 안되는 '개인' 물건이란 사실 몇 되지 않는다. 속옷과 안경, 늘 가지고 다니는 노트북과 핸드폰이 전부일지도. 

단 기업의 입장에선 반대다. 혼자 사는 삶은 그 자체로 큰 수익구조다. 한 집에 한 대만 팔 수 있는 에어콘도 혼자 살면 서너배나 더 팔 수 있다. 그 에어콘을 구동시키기 위한 전기세와 유지관리비도 몇배나 더 거둘 수 있고, 공간도 그만큼 더 팔 수 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수익모델 천지다. 

구매자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문제없지만, 이들 중에는 한 달 벌어 월세내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한 대 팔 에어콘을 세 대 팔아서 남는 이익이 직원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것도 결코 아니다. 수익의 극대화는 이미 여유로운 이들의 여유를 극대화할 뿐. 이건 구조의 문제다. 적어도 구조적인 개선으로 풀릴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진 속의 닭들이 우리 모습과 뭐가 다른가 싶다. 화학물로 만든 열량높은 싸구려 (다른 말료 효율성 좋은) 사료를 집앞 편의점에서 사먹고, 매일 출근해서 이쁜 달걀을 낳고 돌아와, 스마트폰으로 옆집 닭 울음 소리에 답변이나 해주고, 몸이 무거워져 자가용이란 닭장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그러다 죽으면 보험이란 식탁의 한점 고기가 되고 마는 닭들과.

휴가란 일하는 이에게만 존재할 수 있듯, 프라이버시란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때나 의미있는 단어다. 닭장 속의 닭들에게 프라이버시와 감금이 뭐가 다르단 말인가. 닭장같이 좁은 방, 편의점에서 사먹는 화학물, 퇴화된 소통능력과 둔해진 몸. 잘못된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를 비인간적인 환경으로 서서히 몰아넣는 것은 아닐지. 

"같이 살자" 
아직도 이 제안은 유효하다. 
나는 나를 존중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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