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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두옥 Jun 23. 2018

리모트워크의 천국,
네덜란드 로테르담

일하기 좋은 나라 네덜란드, 살기 좋은 도시 로테르담

사무실 밖에서 몇 달이라도 일을 해봤거나 선진국의 일하는 형태에 대해서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리모트워크가 미래의 일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사회에서는 효율 - 흔히 말하는 가성비라는 게 아주 중요한데, 고정된 장소에서 대면 위주로일을 하게 되면 비용이 늘어나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효율이 낮아진다. 기술이 없을 때야 어쩔 수 없었지만, 비대면으로 일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낮은 접근 장벽과 비용은 대면업무의 익숙함을 점점 넘어서고 있다.



스마트워크를 연구하는 우리 ‘베타랩’ 멤버들에게도 이는 자명한 사실이었다. 한국에서도 가능하면 비대면으로 일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하지만, 외부 기업이 사무실로 직접 방문을 한다거나 직접적으로 대면 미팅을 요청하면 거절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한달 간, 리모트워크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환경으로 직접 들어가기로 했다. 일종의 실험을 한 거다. 마침 일년에 한번 해야하는 해외 스마트워크 시장조사도 필요한 시기라, 겸사겸사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에서 4월 한달 간 머물며 일을 하기로 했다.  


이번 실험에 함께 한 멤버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한창훈 코치 (Peter Han), 스마트워크 디렉터인 나 최두옥(Agnes Choi), 프로젝트단위로 유럽에서 리모트워크를 하고 있는 프랑스인 아모리 르그랑(Amaury Legrand), 그리고 우리 실험의 기록을 도와 줄 한국인 스태프까지 총 4명이었다.  


이번 리모트워크에서는 한 명이 모든 예약과 행정을 알아서 하는 방식 대신에, 각자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을 스스로 선택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했다. 중요하고 굵직한 것들 – 거주할 도시, 만날 시간, 주요 미팅 일정과 스케줄 등을 협의해서 확정하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상세내용은 각자가 채우는 것이다.  


2018년 4월 2일, 우리는 파리의 북역(Gare de Nord)에서 만났고,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가는 고속열차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서 하던 일을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하게 될 생각을 하니 몸의 세포들이 다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일하기 좋은 나라 네덜란드 (The Netherlands) 


네덜란드는 스마트워크에 있어서는 가장 앞선 선진국 중에 하나다. 최근 몇년 간 우리나라가 많이 따라잡긴 했지만, 아직도 개인들의 의식과 기업의 실천에 있어서는 한국보다 약 7-8년 정도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네덜란드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스마트워크를 실천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네덜란드의 역사에 있다. 


네덜란드(The Netherlands)는, 말 그대로 낮은 땅(Under + Lands)이란 뜻이다. 해수면이 육지보다 높은 지리적 한계 때문에, 네덜란드인들에게 육지로 흘러들어온 물을 퍼내는 것은 생존과 직결된 일이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물을 퍼낼 수 있는 방법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DNA가 만들어졌다. 역사적으로 부유하고 생존의 이슈가 적었던 프랑스에서‘왜’를 묻는 철학이 발전했다면, 생존을 위해서 자연환경과 치열하게 싸워야 했던 네덜란드에서는 ‘어떻게’를 묻는 건축과 상업이 발전한 것이다. 

 

그래서 네덜란드에 가면 여기저기에서 자유와 관용이 느껴진다. 그 자유는 뭐든 맘대로 하는 자유가 아니라 불법이 아니라면 못 할 이유가 없는 자유. 뭘 하든 용서가 되는 관용이 아니라 어떤 차이도 차별이 되지 않는 관용이다.  


불법이 아니라면 못 할 것이 없는 '자유'
어떤 차이도 차별이 되지 않는 '관용'

네덜란드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 가장 관대한 나라 중에 하나로, 네덜란드의 수도인 암스테르담은 유럽의 뉴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외국인들이 함께 어울려서 일하는 도시다. 그러다 보니 모국어인 네덜란드어가 있음에도 외국인들이 있는 자리에서는 영어 의사소통이 일반적인데, 길을 걸어가는 할머니에게 영어로 길을 물어도 영어로 대답을 해 줄 정도다.  


네덜란드에서 불법이 아닌 것들 : 안락사, 매춘, 동성애, 마리화나, 빈건물에 거주하기


이런 자유와 관용을 기반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불법으로 규정된 것들 중 네덜란드에서는 조건적으로 합법화가 된 것이 있는데, 동성애/매춘/마리화나/안락사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네덜란드는 이런 제도들 덕분에 유럽의 어느 나라보다 관련 범죄율이 낮다.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사회제도, 외국인들에게 관용적인 분위기, 외국인이 대화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보편화된 영어,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어디서나 들을 수있는 곳. 경찰도 재택근무가 가능한 나라.  


우리에게 네덜란드는 가장 일하기 좋은 나라었다.  



살기 좋은 도시 로테르담 (Rotterdam, R’dam) 


보통네덜란드라고 하면 암스테르담을 떠올리지만, 일주일 이하의 짧은 출장이나 배낭여행이 아니라면 수도인 암스테르담 보다는 네덜란드 제2의 도시인 로테르담이더 쾌적하고 적합한 도시다. 암스테르담이 수백 년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관광지라면, 로테르담은 항구도시로서의 자연과 도시로서의 편리함을 모두 갖춘 최적의 거주지다.  


로테르담 전경 (출처: https://en.rotterdam.info)


그 이유 역시 역사에서 찾아볼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로테르담은 세계2차대전 때 도시 전체가 공격을 받아 폐허가 되었다. 그래서 전쟁 후에 도시 전체가 새롭게 지어졌는데, 그 때문에 다른 네덜란드 도시에 비해 건물과 시설이 현대적이고 편리하다. 거기에 네덜란드 특유의 창의성까지 더해져서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 와보고 싶어하는 곳이 바로 로테르담이다. 최근에는 관광객 때문에 몸살을 앓는 수도 암스테르담과 비교가 되면서, 네덜란드 내에서도 문화와 예술 행사가 자주 열리는 힙한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로테르담 Oude Haven 카페거리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wsrdam/8728449864)


뿐만아니라 로테르담은 암스테르담과는 자가용으로 1시간 정도의 거리 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제 2의 도시가 가진 장점을 다 가지고 있다. 관광객으로서 체감하는 거주지 렌트비와 물가는 암스테드담의 70%의 수준으로, 유럽의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보다 꽤 저렴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신선한 해산물과 고기,야채류가 서울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저렴해서 우리는 로테르담에서 머무는 동안 한국에서보다 더 건강한 식단을 챙길 수 있었다. 로테르담은 자전거를 탈 줄만 알면 자가용이 필요없을 만큼 자전거의 천국이었고, 그래서 행복한 삶의 핵심 조건을 다 갖춘 도시였다.  


우린에게 로테르담은 살기 좋은 도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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