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무슨 대화를 나누다가
그때는 알았고 지금은 잊고 사는
옛날 사람들 얘기가 몇 나왔는데
별생각 없이, 그러니까 독백하듯
주절주절 뱉어놓고 보니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뒤늦게 든
수치심이 뺨을 때렸다
그 사람 당시의 처지
그 사람 당시의 성품
그 사람 당시의 조건들을
가차 없이 평가하고 있었고
그 당시의 내 처지, 성품, 조건들은
모르쇠로 함구하고 있었다
차마 대화 중에 바로 내 생각과
기억의 무례함을 정정하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혼자서 낯이 뜨거워졌다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분명 나도 그렇게 찬란하고
멋진 사람만은 아니었을 텐데
그들을 모른다는 이유를 방패 삼아
마구 흠집을 내버렸음을 반성한다
나는 그렇다
과대망상과 과대공감이 둘 다 심한 편
주제도 내용도 설정도 다른데
나만의 망상 속으로 누군가 구겨 넣고
내 방식대로 공감했다. 반성한다
나는 그렇다
성격이 팔자라고,
팔자를 좀 고쳐봐야겠다고
성품은 안 바뀌어도 성격은 바꿀 수 있다
눈에 보이나 안 보이나
시절이 같나 안 같나
스쳐갔던가 아니던가
상황은 원망해도
사람은 절대 미워하면 안 된다
사실 그제도 툭, 말을 거칠게 해서
내내 찝찝했는데 나 요즘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