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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ookong Mar 11. 2018

치코와 리타

쿠바에서 멋진 춤을


치코도 그랬고, 리타도 마찬가지였다.

이를테면 애초부터 중앙선을 경계로 마주 달리는 자동차들처럼 부딪히지 않기로 약속된 것 같았다.

모든 연애가 그렇듯 정확하게 설명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서로의 속을 알 리 없고, 그렇다고 마음 하나 생각 한 톨까지 풀어놓기에는 진짜 사랑을 확인도 하기 전에 지쳐버리기 마련이기에 어렵고도 위험한 주행이 아닌가.



이 이야기는 낭만도시 쿠바에서 시작된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내가 몇 번이나 다녀온 듯 익숙한 느낌이 었던 건 바로 음악이었다. 상징적으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란 전설의 뮤지션이 바로 이곳 쿠바를 대표한다. 원색적이면서 그만큼 고혹적인 쿠바의 음악. 사람들은 밝고 경쾌하고 묘한 슬픔이 있다고 표현하는데, 나는 쿠바 음악을 들을 때면 '슬픔에 잠긴 가벼움'이 느껴진다. 예술은 어느 나라나 그 지역의 역사나 문화에 내재된 음율을 품고 그려지는 것 같다. 역시나 영화는 치코와 리타의 엇갈린 운명을 그려내며 그 안으로 애잔한 쿠바음악들로 꽉 채워가고 있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리타는 즉흥적이고 솔직한 여성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러나 상처받는 것에 익숙해지지 못해 늘 차가운 방어벽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치코? 그는 약간은 우유부단하고 조금은 융통성이 없는 남성캐릭터다. 그래서 그의 사랑은 매번 원치 않는 방향으로 비춰지거나 완전히 다른 색으로 의미를 잃는다. 그와 그녀가 오해의 오해를 거급하다 헤어진 후, 70대 노인이 되어 재회하게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 사족을 하나 붙인다면, 사실 그 이유겠는가. 그 때 그 시절에는 두 사람의 인연이 닿아만 있을 뿐, 얽혀있지 않았을 뿐이 아니었을까?



하여튼 내노라하는 천재 재즈피아니스트 치코와 최고의 재즈 보컬 리타의 엇갈린 사랑이야기는 사실상 이 영화의 볼거리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일러스트 그림체로 그려져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제작된 영화는 쿠바 하바나의 해변가를 부감으로 그려낸 첫 장면부터 마지막 엔딩크레딧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림을 좋아하고 가끔 그리기도 하는 나여서인지 선과 색과 동작이 특히 관점포인트였다. 보고 있으면 '도전의식'이 저절로 꿈틀대는 자극적 영상이었다. 사실은 실제로 애니메이션 어플을 받아서 겨우 12프레임의 5초 영상을 그려놨는데, 그것만도 숨이 꼴딱 넘어가는 거로 봐서 디즈니나 픽사 등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영화를 그려내시는 분들은 신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귀와 눈을 통해 심장을 건드렸던 음악영화 '치코와 리타'를 감상하며 마지막 타이밍에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엇갈린 채 긴 세월 서로를 그리워하며 늙어갔던 두 사람의 키스신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오해에 대한 안타까움이 감성의 훅을 치고 갔기 때문이었다. 그 선택을 꼭 해야했을까, 그렇게까지 몰랐을까, 왜 그런 생각으로 사랑했을까.. 마치 따지듯 묻게 되는 질문들은 나의 경험들을 되돌아보게 했다. 비단 사랑에 국한시키지 않더라도 세상 모든 문제가 일어나는 지점들을 돌아보게 된 것 같았다. 

'그냥 조금 더 가볍게 생각하면 좋았을 걸..'


쿠바에 가고 싶어졌다. 알 수 없는 찐득한 소울이 나를 잡아당겼다. 누구 말대로 정수리를 찍는 따끈한 햇살 아래 흥에 살고 흥에 죽는 그런 삶을 단 하루만이라도 살아보고 싶어졌다. 쿠바에서, 하바나에서, 음악 그리고 춤과 함께! 언젠가 그곳에 내가 있게 된다면, 길 가에서 무심하게 연주되는 거리뮤지션들의 음악에도 마음 놓고 춤을 추겠다. 잘 추는 지 아닌 지는 상관없이. 그저 느낌이 오는대로, 생각의 흐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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