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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ookong May 29. 2018

스텐바이 웬디

please stand by ; 2018. 5. 30 개봉

스텐바이 웬디 포스터 _ draw by dooookong


이 이야기는 어쩌면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할 것 같은 '어떤 친구'에 관한 사연이었다.

그 친구는 자폐를 앓고 있고 그래서 가족과 분리되어 보호소에서 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잘 쓸 줄 알고 있다. 기억력이 좋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력이 뛰어나고 꽂히면 끝까지 가보는 의지력도 가졌다. 뜬금없지만 과연 나는 웬디만큼 삶을 집요하게 살아봤는가 반성해 보기도 했다. 나의 이런 생각은 영화 전반적인 내용에서도 드러나지만 그보다 앞서 마주한 '스텐바이 웬디'의 원제목(please stand by)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주인공 웬디만을 겨냥하지 않았다. 삶을 게을리 살거나 반대로 너무 숨 가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기다려보자고, 침착하라고 나긋이 조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영화 <스텐바이 웬디>는 작가의 꿈을 꾸는 자폐증 소녀 웬디가 스타트렉 시나리오 공모 마감이 임박해 오자 427페이지의 원고를 들고 할리우드 파라마운트 영화사로 직접 찾아가는 이야기다. 매일 입을 옷과 해야 할 일, 조심해야 할 것들이 모두 정해 진채 살아가는 웬디에게 버스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조차 생소하고 두려운 일이지만 오직 꿈을 위해 낯선 길로 걸음을 재촉한다. 쉽지만은 않은 여정 속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친구는 보호소를 떠나던 새벽, 웬디를 뒤따르던 반려견 '피트'다. 이렇게 시작된 여행은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새로운 용기와 진정한 믿음으로 차차 성장하게 된다. 과정을 지켜보는 나의 호흡마저도 서서히 웬디와 피트와 함께 맞춰지고 있었다. stand by please...


웬디의 친구, 피트 _ draw by dooookong


웬디가 작성한 시나리오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스팍'에 관한 이야기였다. 스팍은 반은 사람이고 반은 외계인인데, 중간에 글을 읽으며 읊게 되는 대사로 추측해보면 아마도 스팍이 점차 완전한 인간으로 변해가는 내용 같았다. 사람이지만 사람과 다르고 외계인이라고 하기에 사람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스팍에게 웬디는 자신의 상황을 부여한 걸까? 자폐증이란 자신의 상태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가족마저 멀리서 그리워해야 하는 웬디로써는 충분히 그럴 수 있었겠다 생각했다. 그 안타까움을 응원으로 대신하는 게 나로서는 가장 긴장감이 들었다.


국내에서는 드디어 내일(5월 30일)이면 웬디의 여정이 공개된다. 과연 웬디는 파라마운트 영화사가 선정한 시나리오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반쪽이 아닌 온전한 용기를 펼친 웬디에게 그게 중요하기는 할까? 무언가를 향해 꾸준히 정진하고, 도전하고 실천한 자체로 꿈은 이미 이루어진 것일 테니까! 


배급사 판시네마 제공선물 _ 시나본롤과 피트 미니 입간판

 

추가로 사색 한 마디 덧붙여 본다면, 꿈을 향한 집요함에 관해 혹자는 지독하다 말한다. 하지만 스스로 한 번 솔직해 보자. 지독하다는 생각 속에 분명 미치도록 부러웠던 건 아닌지. 우리는 살면서 '보여지는 것'과 '적당히'를 배우는 '요령'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적당히 잘 보일 정도에 그치지는 않았는지, 내 눈이 아니라 남의 눈으로 스스로를 평가하지는 않았는지 웬디를 통해 함께 되돌아보자!.... 벌써 반성합니다^^



- 글. 그림. 사진 두콩(doooo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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