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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oookong Jun 12. 2018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포 영화보다 무서운 이야기


굉음이나 비명보다 무서운 건 침묵이다.

이 영화는 마치 현장에서 이들의 대화나 태도를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소리와 움직임, 눈빛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심리적인 공포감의 시작부터 절정까지 끌어올리는 것 또한 자극적인 행위나 장면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 대신한다. 자비에 르 그랑 감독을 천재라고 통칭하는 것보다 나는 '당신의 어린 시절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가 있나요?'라고 묻고 싶을 만큼 심각하고 사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홍보하는 글 중에 '관객을 의자에 못 박아 놓을 영화'라고 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표현이 썩 맘에 들지는 않지만 어떤 의도였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했다. 앞서 말한 대로 경직에 관한 표현이었다. 아이가 엄마를 지켜주기 위한 거짓말을 하며 아빠의 차 안에서  떨고 있을 때, 당장이라도 스크린 안으로 뛰어들어가 아이를 꺼내오고 싶은 심정, 혹은 가서 아이를 꼭 안아주고 싶은 기분.. 이런 관객의 마음은 경직에 가까울 정도로 진지했다.  내용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그 사람(아버지)과 마주치고 싶지 않은 11살 소년 줄리앙이 엄마를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시작하는데서 벌어지는 스릴러 드라마이다. 부부가 이혼을 한 절대적인 이유는 남편의 집착과 괴팍함이었다. 아내를 사랑한다고 하기에 광적으로 의심하고, 제 성에 차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한다. 가까이 하기에 너무 위험한 당신인 것이다. 아들 줄리앙은 갓 성인이 된 누나와 달리 법적으로 주 1회 그 사람과 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줄리앙을 위협하는 건 자신이 갖고 싶은 대로 갖고 누릴 수 없는 가정에 대한 집착과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피해의식이다. 실화 같은 혹은 페이크 다큐 같은 극도의 리얼함 속에 스릴러가 드리워져 있다. 영화는 가족을 다룬 장르라기에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주변에 이런 가정이 있고, 그들의 불화를 CCTV 같은 것으로 지켜보는 위태로움마저 느껴졌으니 말이다.


Xavier le grand _ draw by dooookong


무엇보다 놀라운 건 영화의 디테일이었다. 초반에 언급한 대로 감독의 과거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실 같다. 너무나 촘촘한 부분에서 익숙한 표현은 전체적으로 하이퍼 리얼리즘을 선사했다. 정보를 찾아보니 자비에 르 그랑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데, 그래서 천재라고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도 한 표를 던져본다. 감독은 베니스 국제영화제 감독상과 미래의 사자상 수상을 비롯해 전 세계 33개 이상 영화제에 초청되어 그의 작품을 인정받았다. 또 하나 상을 줘야 한다면 캐스팅! 아역 배우 오카 지오리아야 말로 천재적인 감정선 표현으로 전 세계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그 엄청난 에너지는 유수의 영화제 배우상을 거머쥐며 기대주로 확고해졌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나고 나면 사색에 잠기게 될 것이다.

당황스럽고, 찝찝하고, 어쩌면 답답할 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결코 끝날 수 없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가족이라는 연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것의 연속 이 외에도 끊어낼 수 없는 질긴 이야기들이 우리네 삶 곳곳에 깊숙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안다. 그 지독하도록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사실은 그 누군가에게 주어진 삶이라는 것. 그래서 필요한 것 같다. 관심이란 것, 함부로 가질 수 없고 마음대로 가져지지 않는 관심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말이다. 줄리앙의 이웃집 할머니가 신고하지 않았다면, 신고받은 경찰이 귀 기울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개인의 삶이 소중하고 개개인의 삶이 귀한 이 시대에서 감히 강요할 수 없는 '관심'이란 것에 대해 감독의 호흡처럼 무겁고 잔잔하고 침착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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