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광 Jul 19. 2016

안전제일, 노가다 대전제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취득하며

*
노가다에도 준비물이 필요하다. 첫째는 안전화다.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전화를 신지 않은 채 행여나 못이라도 밞으면 어떻게 될지, 나는 상상하기도 싫다. 둘째는 작업복이다. 옷장에 방치된 해진 옷가지들을 사용하면 좋다. 등산복도 괜찮다. 양말은 등산양말처럼 두꺼운 것이어야 한다. 셋째는 주민등록증이다. 인력대기소에서 일거리를 받을 때, 사업장에서 일용직노동자의 신분을 확인할 때 필요하다.
 
넷째는 안전교육이수증이다. 정확히는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이라고 부른다. 대형 작업장의 경우 이것의 유무는 민감한 사안이다. 만약 정부에서 건설작업장을 대상으로 무작위 검사를 실시하는 날, 일용직노동자가 안전교육이수증을 소지하지 않았거나 일체의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 적발되면, 사업자는 50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
안전교육이수증이라니.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나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데도 어떤 이수증을 얻는 등의 정성이 필요하다니. 심지어 비용까지 들었다. 취득하는 데 4만원이 필요했다. 아까웠다. 생각해보면, 육체노동에 대한 나의 선입견 때문에 더 아까웠던 것 같다. 가령, 토익 시험을 보는 데 돈을 내는 것에 대해서는 무감했다. 즉각적인 쓸모를 따지자면 안전교육이수증이 토익점수보다 더 쓸모 있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안전교육이수증의 유효기간은 평생이다. 얼마나 남는 장사인가...
 
 
*
종로의 어느 안전교육원을 찾았다. 강의실은 넓었다. 족히 100명은 수용가능한 공간이었다. 그곳에 9명이 듬성듬성 앉아 있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교육을 들으러 온 사람들의 평균연령은 50세쯤 될 것 같았다. 흰 머리 지긋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맨 앞에 앉아 계셨다. 손바닥이 두껍고 손가락이 굵은 아저씨가 세 분 계셨다. 피부가 희고 손끝이 고우며 금테 안경을 쓴 아저씨 한 분이 창가에 앉아 계셨다. 키가 작고 목소리가 소녀처럼 수줍은 아주머니가 한 분 계셨다. 나보다 10살 정도 많아 보이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듯한 남자가 어느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나까지 9명이었다.
 
 
*
‘안전 제일.’ 4시간 동안 진행되는 안전교육의 핵심이다. 작업장에서의 안전은 근로자 자신부터 신경써야 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는지, 그 수업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앞 뒤 위 아래, 자신을 둘러싼 사방팔방의 안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점만은 확실히 기억한다. 조금 불편하고 번거롭더라도 반드시 안전이 보장되는 방법으로 일해야 한다. 때로는 편할수록 위험에 노출되는 법이다.
 
 
*


4시간의 교육이 끝나자 안전교육이수증이 내 손에 쥐어졌다. 체크카드만한 크기다. 지갑에 쏙 들어간다. 손에 쥔 안전교육이수증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마음이 든든했다. 앞으로 굶어 죽을 일은 없겠다, 싶었다. 혹시나 인생이 꼬이더라도 살아갈 방도가 아주 없지는 않겠다, 싶었다. 8~9시간 일하고 10만원 정도를 받는다니 웬만한 아르바이트보다도 나았다. 알바천국이나 알바몬을 기웃거릴 일도 없었다. 속이 다 후련했다.

 


 

Q1. 안전교육은 어디에서 들을 수 있나요?

 

A.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현재까지 홈페이지에 등록된 안전교육기관은 전국 88곳입니다. 교육기관명, 소재지, 전화번호, 교육일정, 홈페이지주소 등이 리스트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의 링크를 통해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기관 등록 현황

http://k2b.kosha.or.kr/hse/regListPop.do

 


 

Q2. 꼭 예약을 하고 가야 하나요?

 

A. 현장접수가 더 간편합니다. 예약하지 않으시더라도 충분히 여유롭습니다. 교육장은 넓은 반면, 이곳을 찾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자리가 부족할까봐 예약하시려는 것이라면, 안심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교육기관에 전화해서 교육일정 정도는 확인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간혹 단체로 교육을 들으러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기우이기는 하지만, 수강자가 '0'명이라 교육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꼭 전화하셔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만유인력대기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