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만 한 마음>
부끄러운가요, 실밥자리를 찾고 있어요
부끄러운가요?^^
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 작품을 보고 누군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나는 몸 둘 바를 몰라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인정받는 것이 확실한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저 행복하다고 전했다. 여기에 대한 답변이었다.
쑥스럽고 얼떨떨해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읽어낸 공감의 표현. 마음껏 기뻐해도 괜찮다고, 마음껏 누려도 된다는 다정함이 스며있는 말. 짧지만 말의 온도가 높았고 그 안에 담긴 품격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살면서 이런 메시지를 처음 받아봤다. 내가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는 문장이다.
이후 나는 매일 아침 글을 쓴다. 동화를 만들고, 브런치를 시작하고, 분에 넘치는 온기를 느꼈다. 아직은 소수지만, 내 글을 좋아하고 나의 문장을 아껴주는 분들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데워준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가 두렵지 않았다. 학창 시절 내내 교내 글짓기 상을 휩쓸었고, 대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방송작가가 되었다. 그 후로 15년 동안 사람들은 저를 ‘작가’라고 불렀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업적(?)은 없었다. 주변 사람들도 이제야 진짜 작가로 바라봐 준다. 오랜 친구들은 “이제야 작가로 보인다.”라고 말하고, 10년 넘게 같이 산 남편도, “우리 여보는 이제 작가인데~”라며 좋아한다. 최근엔 아들이 밑도 끝도 없이 “있잖아요, 우리 엄마가요….”라며 자랑을 시작했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작가였는데. 가족과 지인들에게 작가로 인정받기까지 의외로 긴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사실 요즘처럼 행복한 순간이 없다. 가족들을 지치게만 했던 제 직업이, 가족들을 웃게 하고 있다. 오래전, 내가 쓴 글 중에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같이 TV를 볼 때면 방송 보다, 그걸 보고 있는 가족들 얼굴이 더 재미있다.” 에세이 <엄마, 그냥 한번 도망치고 싶은> 5화에서도 아이가 말한 적이 있다. “엄마 행복해 보인다.” 그 순간이 요즘엔 매일 일어나고 있다. 이렇게 조용히 쓰고 웃고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때때로 불안할 만큼 온 힘을 다해 지키고 있다.
그토록 하고 싶었던 공부도 시작하게 됐다. 아주 잠깐 대학생이 된 기분을 만끽하기도 했다. 단 한 번도 학창 시절로 돌아가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나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께선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환영해 주셨다. 자꾸만 두 손이 가슴 앞으로 모아지고, 두꺼운 어깨가 살랑거렸다. 어울리지 않는 수줍은 모습의 내가, 조금은 웃겼다. 따뜻한 사람들은 한꺼번에 오는 걸까. 어린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여는 날도 오는구나.
공모전에 제출해 볼까 망설이며 마음 깊숙이 담아두고 있는 이야기들도 있다. 이런 내 마음도 기록해두고 싶다. 사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도 잘 모르겠는 날들이다. 그래도 일단은 이렇게라도 마음을 꺼내놓고, 흘러가는 마음의 움직임을 남겨두는 중이다.
조용히 꿰맨 글 조각들을 어디에 붙여야 할지, 실밥이 놓일 자리를 찾고 있다. 언젠가 그 글들을 꺼내는 날, 이 순간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이날 내가 정한 제목은 <동화실밥>이다. 나의 동화들이 단편집으로 나올 수 있기를, 조용히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