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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로 May 15. 2022

좋은 회의란 무엇일까요?

회의는 아주 '잘' 운영하지 않으면 대부분 시간 낭비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저는, 2년 전쯤 조직이 10명 미만일 때 합류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조직이 빠르게 커져서, 곧 100명을 달성하게 됩니다. 비교적 초기 멤버이자, 한 팀을 이끌어야 하는 팀장으로서, 그리고 수십명의 사람들을 관리해야하는 관리자로서 조직이 10배 커지는 경험은 매우 많은 고민을 제게 주었습니다.


여러 종류의 고민들과 챌린지가 많았지만, 그 중 가장 큰 고민은 '내 업무할 시간이 없다' 였습니다. 분명히 팀장이자 관리자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직원으로서 내게 부여된 과업이 있고, 만들어야 할 성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9시에 출근해서 정신차려보면 이미 오후 5시, 6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출근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두로님, 이거 피드백 잠시 가능할까요?', '두로님, 잠시 논의 가능하세요?' , '두로님, 여기 ~한 문제가 생겼는데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등등의 요청을 받았고, 제 업무시간은 계속 사라져 갔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된 느낌이었고, 제가 저를 찾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힘들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떻게든 제가 그들에게 Value Add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오후 6시가 되면, 남들은 다 퇴근하지만 저는 그제서야 제 업무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이런 상태로 대략 3개월 넘게 일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피곤에 찌들었고, 야근 빈도가 많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9시,10시,11시 미팅이 잡혀 있고, 12시에는 런치챗이 있으며, 1시,2시,3시,4시,5시 까지 모두 회의와 미팅으로 구성된 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퇴근 이후에는 지인과의 약속이 있는 날이었죠. 약속까지 전쟁처럼 해내고 집에 돌아가서 생각해봤습니다. '정말 이게 최선일까' 하고요


이 날은, 진행한 미팅 모두를 복기하지도 못했고, 당연히 회의록 정리 따위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딱히 개연성 있는 논의들이 아닌, 제각기 다른 주제들로 하루에 미팅을 5개 이상 진행하는 것은 굉장히 큰 피로감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미팅의 주제를 생각해봤을 때, 제 포지션에서 모두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이 맞았습니다. 관련된 업무들을 하고 있었고, 각 회의의 아젠다를 계속 팔로업해야할 필요가 있는 내용들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스스로에게 딱 2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모든 회의체를 굉장히 밀도 있고 효율적으로 만들겠다', 그리고 '나의 시간을 누군가에게 할애해줄 때는 사전에 협의된 시간만큼만 할애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좋은 회의란 무엇인지, 시간 관리를 잘하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미친듯이 리서치하고 도움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회의, 좋은 시간관리는 너무나 개인별로 다른 영역이었고, 산업별로, 비즈니스별로, 직무별로 너무 상이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저만의 효율적 회의방법과 효율적 시간관리법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제가 내린 결론과 방법론에 대해 이 글에서 공유해보고자 합니다.(서론이 생각보다 길었네요)



1. 회의를 '왜' 하는지 명확히 정의하기

여러분이 참석하고 있는 정기 회의가 있다면 한 번 떠올려 보세요. 그 회의는 '왜' 하는 회의인지 명확히 답이 떠오르시나요? 만약 떠오른다면, 축하드립니다. 매우 건강한 회의체에 참석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적어도 회사라는 곳에서 운영되는 회의의 대부분은 '왜'하는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있더라도 참석자들의 소중한 1시간을 쓸만큼 의미 있는 '왜'는 아닌 것 같습니다.


1시간 짜리 회의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참석자는 8명입니다. 그럼 순수 시간의 리소스로만 생각하면 8시간을 사용하는 회의입니다. 회의 아젠다를 생각하고, 회의록을 정리하고, 하드카피를 만드는 작업까지 하면 못해도 9시간을 사용하는 회의라는 것이죠. 이 말인 즉슨 직원 1명이 하루 종일 업무하는 시간만큼을 회의에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월급 300만원인 회사라면, 20일 근무 기준으로 하루 일급이 15만원이니, 8명이 진행한 1시간짜리 회의는 15만원의 비용을 발생시킨 회의라는 겁니다. 


여러분이 1시간 동안 얻은 것이, 15만원 이상의 가치를 내었나요? 회사 입장에서도 15만원 이상의 밸류를 만들어낸 시간이었을까요? 저는 그다지 확신이 없습니다. 제가 참여하는 회의들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명확한 아젠다나 이유, 목적 없이 이루어지는 회의가 많았습니다. 이런 회의들을 발라내어 참석하는 회의체의 수를 줄였고, 저는 보다 더 나은 업무 환경에서 제 업무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주기적으로 매주 하는 회의 일수록 관성적으로 하는 회의일 수 있습니다. 꼭 한번 점검해보세요)


2. 회의의 '리드' 를 명확히 설정하기

대부분의 회의체는 회의를 주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회의 아젠다를 정리하고, 회의 참석자들에게 안내하며, 회의록을 정리하고, 회의 중에는 회의 전체를 이끌어나가는 사람들입니다. 제 생각에 어떤 회의체든 이러한 리드의 역량에 따라 굉장히 퀄리티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매우 중요한 역할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회의에서 리드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회의에서 직급이 높은 사람이 회의를 리드하는 경우가 있고, 또는 높은 사람은 듣기만 하고 실무진이 리드를 하는 회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드는 직급이 높은 사람이 리드인 것도 아니고,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리드인 것도 아닙니다. 제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회의체의 리드는 '좋은 퍼실리테이터'가 해야 합니다. 


당연히 논의 아젠다를 어느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 '퍼실리테이터'인 사람이 리드를 하는 게 좋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 안되니까요. 좋은 퍼실리테이터라 함은, 오퍼레이터일 수도있고, 중재자일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회의 시작에 앞서, 회의가 왜 소집되었는지 맥락을 잘 설명하고, 발언자들의 의견을 중간중간 잘 정리하며, 발언자들이 밸런스있게 speak up 할 수 있도록 발언의 기회를 잘 조율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맺고 끊음이 확실하고, 흐지부지 되는 아젠다가 없게 잘 관리합니다. 그리고 이 회의체에서 더이상 논의할 수 없는 아젠다를 TBD로 정의하고, 다음 아젠다로 넘기는 등, 매끄러운 회의 운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여러분도 회사에서 한번쯤, '아 저사람이 있으면 회의가 되게 깔끔하게 잘 굴러가는 것 같아' 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을 거에요. 그 사람들이 회의의 리드가 되어야 합니다. 물론 우리각자 모두 좋은 회의리드가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겠지만요. 


3. 회의의 '밀도' 챙기기

하나의 회의에서는 얼마나 많은 아젠다를 다루는 것이 적절할까요? 또는 하나의 회의에서 적절한 시간은 몇시간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 회의의 최대 시간은 1시간이어야 합니다. 참석자 모두가 온전히 집중하여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은 마지노선이 1시간일겁니다. 저는 그래서 구글타이머를 구매하여, 모든 회의에 60분 타이머를 설정하고 들어갑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습니다)


1시간 안에 여러 아젠다를 모두 다루기 위해서는 논의가 새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밀도 있고 컴팩트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논의 아젠다를 모두가 사전에 읽어와야 하고, 참여자들이 서로의 의견개진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회의에서 절대 나오면 안되는 말은 '아 제가 잠시 놓쳤는데 무슨 의미죠?'와 같은 이야기다. 참석자 모두의 맥을 풀리게 하고 밀도를 해치는 일입니다.


동시에 밀도를 또 해치는 태도는 '모르는데 아는 척' 하는 겁니다. 회의에서 논의되는 내용이 불명확한데도 그냥 업무 진행을 위해 아는 척 하고 넘기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회의를 하고 나서, 참석자들은 모두 회의 내용에 대해 싱크가 맞아야 하는데, 아는 척 하고 넘기면 싱크가 안맞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래서 회의가 끝난 직후,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꼭 대화를 통해 싱크를 맞춰야 합니다.



사실 이렇게 적는 저도, 아직 위 세가지를 다 지키냐고 하면, 아직 다 못지키고 있습니다. 다만 좋은 회의와 나의 시간안배를 위해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참석하시는 회의체를 돌아보고, 각 회의체를 조금씩 개선해나가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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