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연이 Apr 13. 2021

방향을 잃지 않는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 1편

지금의 나를 위한 마케팅 지도를 만들어봤다.

마케팅은 너무 어렵다. 별안간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워서 내가 마케팅을 하는 것인가 삽질을 하고 있는 것인가 뜬금없이 현타가 올 때가 있다. 벌이는 일이 늘어날수록 본질을 잊어버리기 쉽다. 내가 무엇 때문에, 무엇을 알리기 위해 마케팅을 하고 있는지 중간중간 멈춰 서서 점검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일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마케팅하고 있는 걸까. 길을 잃지 않기 위한, 길을 잃은 것 같을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지도가 있었으면 했다. 내가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괜한 삽질을 하고 있지는 않는 건지 그 지도를 꺼내보면서 계속 체크해보고 싶었다.


지도라고 하기엔 너무나 표구나..!



우리가 알리고 싶은 건 무엇인가?

마케팅이란 건 말 그대로 시장 market에 우리 브랜드를, 우리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계속 알리는~ing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가 명확해야 한다. 알리고 싶은 내용은 브랜드의 가치와 일치하여 늘 변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그때그때 회사가 설정해둔 목표에 맞춰 변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려웠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 달라질 때마다 방식도 변해야 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컸다. '새로운 마케팅, 새로운 마케팅'을 주문처럼 외우면서 디지털 세상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느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마케팅 액션은 이 5가지 안에서 다 이루어지고 있구나.’


이렇게 만들어놓고 보니 참 기본적인 것들이라 민망하다. 하지만 이 기본적인 것들이 하나로 이어지고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여 본래 우리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목표했던 타겟에게 일관성 있고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게 마케팅의 기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업의 규모가 더 커지고, 기술이 더 발달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하는 마케팅은 이 요소들 안에서 이루어지고 이를 잘 고도화해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니까 정리를 하자면 지금이었다. 이제껏 배운 기본적인 마케팅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고 가야 더 많은 것을 습득하고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을 하더라도 기본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으므로.





결국엔 콘텐츠

내 이야기를 누군가의 귀에 바로 속삭일 수 없을 때 우리는 어떤 수단을 쓸까?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편지를 남기기도 하고, 노래를 만들기도 하고, 조각을 하기도 하고, 영화를 찍기도 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가 가진 생각, 가치관, 취향을 정확히 전하고자 한다면 결국엔 콘텐츠가 필요하다.


앞으로는 광고의 러쉬 속에서도 유저가 계속 보고 싶어 하는, 누가 봐도 '이 브랜드 거다!'싶게 색깔이 명확한 콘텐츠를 만드는 브랜드가 굵고 길게 살아남을 것이다. 광고만 만들었다 하면 유저든 유저가 아니든 감탄을 하게 만드는 애플, 책 보다 더 재미있는 유튜브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민음사,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공유하며 팬을 모으고 있는 MoTV처럼.


콘텐츠를 만들 때 놓쳐선 안될 점은 ‘내가 알리고 싶은 내용과 콘텐츠의 내용이 일맥상통하는가’이다. 가끔은 알리고 싶은 내용은 A라고 정해놓았는데 막상 만들고 있는 콘텐츠는 B에 더 가까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내가 무엇을 알려야 할지 정확하게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처음에 나는 '메이커는 남들과 같은 길을 가길 거부하며 나만의 철학을 갖고 내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인터뷰를 만들고 싶었다. 인터뷰이를 섭외하고 촬영을 하고 편집을 마쳤다. 그런데 나온 인터뷰를 보니 '메이커는 새로운 제품을 만든 사람'이라는 내용만 담겨 있다. 방향성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이 반드시 담겨야 하는지 한번 더 파고들고, 레퍼런스를 다시 찾고, 촬영 방식을 바꾸고, 콘텐츠 형식을 바꿨다. 그제야 처음 내가 기획했던 방향성대로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결과물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건 '콘텐츠는 만들면 끝'이라는 생각이다. 역시나 경험담이다. 예전에는 만들기만 하면 끝인 줄 알았다.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찾지 않을까? 말하기도 부끄러울 만큼의 흑역사다.


마케터라면 만드는 데서 끝이 아니라 '수고롭게 만든 이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더 널리 알릴까'까지 고려해야 한다. 내용부터 제목, 업로드할 플랫폼, 공유 방식 등 생각해야 할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에 토스가 만든 다큐멘터리를 알리기 위해 스타트업 업계의 유명한 필진들을 활용해 바이럴 마케팅한 사례가 떠오른다.


이렇듯 잘 만든 콘텐츠가 사장되지 않도록, 계속 다른 사람의 손과 입을 통해 알려질 수 있도록 이후의 프로세스까지 잘 세팅해두어야 제대로 콘텐츠를 완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메세지가 뚜렷한 이벤트/프로모션

좋은 이벤트는 폭발적인 전환 증대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브랜드 인지도 증대에도 기여한다. 이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2가지가 아닐까 싶다. 이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유와 이 이벤트를 알리고 싶고, 이 이벤트를 통해 데려오고 싶은 타겟.


최근 다양한 브랜드가 진행한 이벤트 중 가장 임팩트 있었던 이벤트는 마켓컬리의 100원딜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이상의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프로모션이 폭발적인 전환 증대에는 기여했을지언정 긍정적인 브랜드 인지도 증대에도 영향을 미쳤을지는 의문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긍정적인’ 브랜드 인지라 함은 브랜드 인지도의 정량적 증대가 아니라, 브랜드가 가진 가치관이나 메시지가 타겟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었는가에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 기준에 맞는 좋은 이벤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이벤트는 2가지이다. 첫 번째는 2015년 에어비앤비가 진행한 <지드래곤 슈퍼스타 프로젝트>. 아마 국내에 에어비앤비를 처음으로 제대로 알린 이벤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오직 에어비앤비였기에 가능한 이벤트이기도 했고.


시대의 아이콘이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동경하는 아티스트 지드래곤이 직접 연습생 시절부터 머물렀던 스튜디오의 호스트가 되어 게스트를 초대하는 이벤트였다. 해당 이벤트로 에어비앤비는 단박에 실시간 검색어로 등극했고 774,000건의 페이지 뷰와 56,000건의 참여수를 달성했다고 한다. 브랜드가 설정한 타겟에게 전하고 싶은 브랜드 인식을 제대로 심어주면서 정량적인 성과까지 거둔 이벤트 사례로 보기에 충분하다.



두 번째 이벤트는 29CM와 삼성화재가 함께 한 <어쨌든, 모험 여행>이다. 2019년에 열린 이 이벤트는 '보험'과 '캠핑 여행' 두 개의 키워드를 유려하게 연결한 콘텐츠로 120만 뷰와 11만 명의 참여를 얻었다고 한다. 나도 이 콘텐츠를 보면서 홀린 듯 이벤트를 신청한 기억이 난다.


뒷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타겟이 MZ세대인 게 느껴질 정도로 콘텐츠가 MZ세대의 취향을 관통했다. 콘텐츠를 보고 나면 밀레니얼 세대라면 보험은 삼성화재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자연스레 생각하게 됐고, 29CM의 감성은 쉽게 따라갈 수 없다... 하며 브랜드 충성도와 호감도가 더 높아졌다. 마찬가지로 정량적인 성과와 정성적인 브랜드 인지+호감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거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규모가 큰 이벤트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이보다는 우리가 가진 리소스 안에서 최대한의 아웃풋을 뽑아내기 위한 이벤트를 진행할 때가 더 많다. 그럼에도 고려해야 할 것은 같다.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유와 타겟. 이 두 가지를 간과하는 순간, 안 하니만 못한 이벤트가 되어 버린다.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 >>>



참고)

http://www.openads.co.kr/content/contentDetail?contsId=2909

https://platum.kr/archives/13537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