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가 실험한 브랜드 마케팅 VS 퍼포먼스 마케팅의 결과
이직 후 직무를 바꾸면서 강연을 그만두었다. 마케팅은 트렌드에 따라 워낙 빠르게 바뀌는 일이라 당연한 수순이었다. 종종 예전에 강연을 했던 곳에서 예전 참여자 분들의 후기가 좋아서 다시 섭외 요청이 들어오는데 괜히 죄송스러울 때가 있다. 나 역시 주니어였던 적이 있었고, 마케팅이 어려운 메이커 분들을 많이 만나보았기 때문에 한 줄기 희망이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마케팅 강연을 신청했을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으로 마케팅, 커리어에 대해 질문 주시는 분들께는 말씀드릴 수 있는 선에서 탈탈 털어 말씀드린다. 그럴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브런치에서 알게 됐어요!’였다. 때문에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마지막 강연을 마치고, 새롭게 추가하거나 수정된 부분이 많은 내용은 브런치에 올려야지 다짐했는데 이리저리 일이 많아서 이제야 업로드해 본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강연을 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하는 내용이자 강조하는 내용은 바로 브랜드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이다. 마케팅은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지만 트렌드에 따라 마케팅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마케팅을 뜯어보면 [Market] + [~ing], 말 그대로 시장에 침투하는 것이다. 어디든 날렵하게 침투하기 위해서는 뾰족해야 한다. 뾰족한 전략, 목표(goal) 그리고 목적(objective)이 필요하다.
때문에 마케팅을 시도하기 전, 우리 브랜드는 무엇을 위해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브랜드마다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제 막 시작한 브랜드는 우리 브랜드의 인지도를 알리기 위해, 위기를 겪는 브랜드는 긍정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궤도에 오른 브랜드는 브랜드 고유의 팬을 만들기 위해 등등 저마다의 이유로 마케팅을 한다.
그렇다면 마케팅 중에서도 브랜드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 이토록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 7-8년 전, 내가 처음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했을 무렵에는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거의 쓰지 않았다. 그러다 약 4-5년 전, 스타트업 붐이 일고, 다양한 제품/서비스 사이에서 내 브랜드의 제품/서비스를 각인시키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며 ‘브랜드 마케팅’이라는 분야가 두각을 드러냈다.
새로운 브랜드는 구글, 페이스북 등의 채널에 우리 브랜드의 광고를 노출시키는 것만으로는 이미 뛰어난 인지도를 가진 대기업의 제품/서비스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 때문에 소비자의 니즈 또는 트렌드를 반영한 시의적절한 TVCF, 페스티벌 팝업스토어 옥외 매체 책 매거진 등을 활용한 오프라인 콘텐츠,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이 새롭게 떠오르는 SNS를 활용한 오거닉/인플루언서 콘텐츠 등 기발한 방식의 브랜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제품, 서비스의 퀄리티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 역시 브랜드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다. 갤럭시와 아이폰,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에뛰드와 롬앤. 선발주자와 후발주자의 속도, 취향의 경계는 분명하지만 두 브랜드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비교했을 때 쉽게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그만큼 한 기업이 특정 분야를 독점하기 힘들 만큼 비슷한 정보력, 기술을 갖추게 되며 제품력이 상향 평준화된 것이다.
소비층의 특징이 바뀐 것도 브랜드 마케팅의 필요성에 힘을 더한다. 과거의 소비자가 주로 주변의 입소문이나 티비, 인터넷의 광고 혹은 프로모션에 설득되어 구매하고 마음에 들면 한 브랜드의 제품/서비스를 쭉 이용했다. 반면 최근의 소비자는 보다 적극적으로 내게 맞는 제품, 서비스를 탐색한다.
일단 탐색하고 비교할 수 있는 창구가 훨씬 넓어졌다. 검색으로 전국 아니 전 세계 사람들의 후기를 글과 이미지, 영상으로 찾아볼 수 있고 이런 후기를 전문적으로 비교해 주는 플랫폼도 다양하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자유롭게 넘나들며 내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구매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마케터는 꽤나 골치 아픈 상황이지만 소비자에게는 더없이 합리적인 소비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때이다.
요즘 소비자는 여기서 소비 여정을 끝내지 않는다. 이 브랜드가 마음에 들지만 제품/서비스를 개선하길 바란다면 본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도 하고, 소비자가 직접 제품 개발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창구가 열리기도 한다. 브랜드는 이런 과정을 홍보하여 신뢰도를 높일 수 있고, 소비자는 브랜드와 더욱 가까운 관계가 되어 충성 고객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지금은 나의 소비가 곧 나의 정체성이 되는 시대이다. 다양한 생각, 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소비로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낸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가진 가치, 특성이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와 함께 두드러지는 소비 중 하나가 ‘가치소비’다. 요즘 많은 뷰티/패션 브랜드가 비건을 지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 <그냥 하지 말라>를 쓴 송길영 데이터 분석가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앞으로 시장은 단순히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에요. 내가 생산하는 제품의 이상을 제시하면,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형태죠. ‘좋은 물건 싸게 드릴게요'라고 하면 더 싼 물건 나오면 옮겨가요. 결국 부가가치는 가치를 공유한 관계에서 나와요. 시장참여자는 그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게 큰일이에요.
이 말을 빌려 앞에서 던진 질문, 브랜드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에 한 문장으로 답하자면 다음과 같다.
가치를 공유한 관계를 만들어나가며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
2019년, 에어비앤비는 마케팅 전략을 브랜드 중심(Brand-driven)으로 전환하고 퍼포먼스 마케팅의 일부인 검색 엔진 마케팅의 의존도를 크게 낮추는 방향으로 바꾸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2021년, 검증을 마친 에어비앤비의 CFO인 데이브 스티븐슨은 ‘이 전략이 옳았다’고 말했다.
“We made that shift and it has proven to have been the right shift, not only in 2019 but in 2020 and 2021.”
Airbnb CFO Dave Stephenson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앞으로 에어비앤비는 마케팅의 역할을 ‘고객 구매’가 아닌 ‘교육’의 일부로 바라볼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퍼포먼스 마케팅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레이저’로 활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건 앞으로 예산을 쏟을 브랜드 마케팅은 광고로 고객을 사들이는 것보다 고객에게 브랜드의 가치와 강점을 각인시키는 방향으로 활용하고, 퍼포먼스 마케팅은 매출에 따라 필요하면 돈을 들이고 필요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는 도구(레이저) 정도로 활용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Airbnb now looks at the role of marketing as one of “education”, not “to buy customers”
Airbnb CEO Brian Chesky
이제 우리 브랜드가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해야 할 이유를 확실히 찾았다. 이제는 우리 브랜드에 어울리는 시장에, 고객에게 날렵하게 침투하기 위해 분명한 목표와 전략을 가다듬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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