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릴 적 쓴 일기장을 들춰보는 느낌이었다. 남쪽으로 넓게 난 창에서 얼굴을 고스란히 비추는 햇살이 들어오고, 그 틈에 바다 냄새를 품은 바람이 밀려 들어와 무딘 아침을 깨운다. 바닷마을 특유의 습함은 어찌할 도리가 없어 애꿎은 선풍기만 분주하게 돌려본다. 울릉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와 가마쿠라에 사는 네 자매의 아침이 어딘가 닮았다.
영화는 세 자매가 오래전 엄마와 헤어진 후 다른 곳에서 가정을 꾸린 아빠의 장례식에 찾아가는 여정으로 시작한다. 아빠를 향한 미움이나 미련 따위의 감정은 사라진 지 오래. 그저 딸 된 도리를 다하기 위해 찾아간 그곳에서 뜻밖의 인연을 만난다. 이복 여동생인 스즈다. 세상에서 가장 질긴 인연으로 묶였기 때문일까 세 언니는 아빠의 장례식 이후 혼자 남겨질 여동생이 마냥 안타깝기만 하다. 헤어지는 기차역에서 언니들은 동생에게 터를 잡고 있던 바닷마을에서 함께 살기를 권유한다. 외로웠던 스즈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복’이라는 관계의 이질감은 쉽게 넘을 수 있는 벽이 아니었다. 스즈는 언니들에게 옅게 드리워진 아빠의 그림자를 마주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언니들 역시 점점 움츠러드는 스즈를 발견한다. 그래도 그들은 한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밥을 차려 먹는다. 출근 시간을 바투하고 전차 역으로 뛰어가 언니는 출근을, 동생은 등교를 한다. 해가 질 때쯤엔 집으로 돌아와 술을 나눠 마시곤 다시 아침을 맞는다. 아버지의 끝을 시작으로 새롭게 이어진 네 자매의 인연은 수많은 아침을 함께 보내며 더욱 짙어진다. 하루 동안 생겨난 생채기는 깊은 밤을 지나 아침이 되면 사라진다. 어떠한 상처라 할지라도 그렇게 몇 번의 아침이 지나고 나면 치유된다. 언니들과 스즈가 그러했고, 내가 그러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