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마케팅에 앞서 꼭 알아야 할 것
벌써 2018년 상반기가 지났다. 올해 목표는 단 한 가지 ‘부지런히 살자’ 였는데 잘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속이 쓰리다. 하지만 신에게는 아직 6개월의 시간이 남아있사오니 이것이 연초 월초 분기초 가 주는 축복이 아닐까 싶다. 상반기를 그럭저럭 보내고, 하반기를 맞이해 다시 한 번 떠올려보았다.
본질
본질을 떠올리다.
처음 회사에 들어와서 작년 3월까지, 약 6개월 간 나는 리워드 CD(콘텐츠 디렉터)로써 메이커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스토리를 다듬고, 제작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개별 프로젝트 단위로 스토리라인을 기획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프로젝트 하나 하나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마케팅팀으로 팀을 옮겼다. 콘텐츠 디렉터에서 콘텐츠 마케터로 변신한 것이다. 개별 프로젝트에 집중했던 디렉터와 달리 마케터는 전체 프로젝트를 살펴보고 우리 브랜드의 고객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제작해야 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는지 모를 기발한 아이템부터 농사꾼의 피와 땀이 담긴 농산물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이 곳에서 우리 브랜드의 콘텐츠를 볼 고객을 정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리워드(아이템)과 투자(주식/채권)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야 했다. 투알못, 아니 투자무개념에 가까웠던 내게 아노미 현상이 찾아왔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본질이었다. 나와 와디즈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14년이었다. 말인즉슨 난 이미 내부자 of 내부자 마인드에 쩔어있었던 것이다. 이 상태로는 고객의 시선에서 우리 브랜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갑자기 엄청난 멍청이가 된 느낌에 사로잡혔다. 내가 와디즈에 대해 알고 있는 건 겉 껍질에 불과하단 생각이 스쳐가고, 더 깊이 알아봐야겠다는 의지가 찾아왔다.
본질을 찾다.
본질을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브랜드와 관련된 책을 뒤져보고, 입사할 때 나눠주는 회사 가이드북도 다시 펼쳐봤다. 서포터/투자자들의 댓글과 배심원의 피드백, 메이커의 이야기, 인터넷에서 검색한 리뷰, 서비스 팀의 분석자료, CX팀의 고객의 소리를 보며 밑그림을 채웠다.
최대한 많은 자료를 긁어모아 기초 공사를 튼튼하게 하고, 본질을 재대로 세우기 위해 몇 가지 프레임을 만들어 살을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이때만큼 포스트잇을 알차게 써본 기억이 없다.
하나. 와디즈는 어떤 곳인가? -우리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
둘. 와디즈의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가? -우리 서포터/투자자의 특징, 고객이 우리를 찾는 이유
셋. 와디즈의 고객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넷. 이 어려움을 어떻게 해소해줄 수 있는가?
이 질문들에 답을 채워나가니 자연스레 우리 브랜드가 무엇을 지향하고, 우리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디테일하게 그려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해한 바가 정확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포스트잇을 정리해 PPT로 만든 뒤 대표님께 찾아갔다. 혹시나 잘못된 부분이 있을까 노심초사하며 보여드렸고, 다행히 정확히 파악했다는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는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아노미 현상의 종말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좋은 브랜드는 경쟁 브랜드와 싸워 이기는 방법을 궁리하는 대신, 브랜드를 통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가치 있는 변화를 제안하고 그 약속을 잘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예컨대 브랜드를 만든 목적은 무엇이며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고객은 누구이며 그들은 어떤 것을 원하는지와 같이 사람들이 브랜드를 선택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편익과 가치를 명확히 하고, 이를 통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굳건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 임태수 <날마다, 브랜드> 중
‘본질만 알았다고 끝이 아니다. 그것부터가 시작이다. 그럼에도 본질이 중요한 이유는 제대로 된 시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는 물론 겪겠지만 본질을 알고 확신이 있는 사람은 보다 빨리 회복한다. 첫 단추는 제대로 꿰었으니, 이제 남은 단추를 하나하나 채워나갈 때이다. 월요일이 기대되는 일요일이다.’
라고 2017년 3월 26일 일기장에 써두었더라. 그렇다. 본질은 중심이자 방향일 뿐 답이 될 수 없다. 아직도 가끔 콘텐츠의 망망대해에서 너풀거리며 헤매곤 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빨리 정신을 차리고 어떤 방향으로든 헤엄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본질이라는 구명조끼가 나를 거뜬히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가끔 미니 아노미 상태가 다시 찾아올 때면 그 때 만들었던 PPT 파일을 열어보며 갈피를 잡는다.
이번 상반기, 여러 핑계를 차치하고 반성하자면 이론은 알고 있었지만 실행이 부족했다. 하반기에는 다시 이 본질을 무기 삼아 콘텐츠 플랜을 다시 세팅하고 부지런히 실천해보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