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을 지나 도착한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고향인 그라츠
설국을 지나 도착한, 예술과 고요함의 도시 — 그라츠
오스트리아 린츠(Linz)에서 그라츠(Graz)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도시를 벗어나 기차가 산을 넘기 시작하자, 눈 덮인 풍경이 창밖에 펼쳐졌다.
마치 설국을 달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멈추는 역에서는 스키 장비를 든 승객들이 눈에 띄었고, 이들은 스키장이 가까운 역에서 하나둘씩 내려갔다.
린츠에서 그라츠로 향하는 여정의 일부는 말 그대로 하얀 설국이었다.
그라츠는 오스트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기차역에 도착해 숙소에 체크인을 마친 후, 곧장 구시가지로 향했다.
이 도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할리우드 스타인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고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라츠는 무어(Mur) 강변을 따라 형성된 도시다.
무어강 위에는 인공섬이 떠 있는데, 현대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인 이 구조물 안에는 카페가 들어서 있어 잠시 둘러보았다.
강을 건너 구시가지 방향으로 조금 걷다 보니, 또 하나의 독특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해삼이나 멍게를 닮은 듯한 곡선형 외관의 이 건물은 “그라츠 쿤스트하우스(Kunsthaus Graz, 예술의 집)”라는 이름의 현대 미술관이다.
쿤스트하우스를 지나 중앙광장을 가로질러 언덕 쪽으로 오르자, 고즈넉한 분위기의 그라츠 대성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당을 둘러본 후 길을 따라 내려오니, 이번에는 우아한 외관의 그라츠 오페라 하우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라츠의 중심은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한 구시가지다.
이 구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중세 건축물들이 중부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좁은 골목과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로는 카페와 상점들이 밀집해 있어 걷는 재미가 있다.
그라츠는 빈이나 잘츠부르크처럼 널리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만큼 덜 붐비고 더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도시였다.
구시가지를 둘러본 후, 그라츠의 상징인 시계탑이 있는 “슬로스베르크(Schlossberg)”언덕으로 향했다.
이곳은 계단을 따라 걸어 올라갈 수도 있지만, 터널 속에 설치된 유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더욱 수월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시계탑이 눈앞에 나타났고, 언덕 위에서는 그라츠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슬로스베르크 언덕에는 소소한 볼거리도 많았다.
거리의 악사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고, 언뜻 이국적인 중국풍의 정자도 자리하고 있었다.
멀리 내려다보이는 무어 인공섬과 쿤스트하우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일몰이 다가오자 노을이 도시를 물들이기 시작했고, 해가 진 후에는 조용한 야경이 도시를 감쌌다.
비록 야경이 화려하진 않았지만,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내려와 숙소로 돌아왔다.
린츠보다 훨씬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던 그라츠다.
조용하지만 개성이 뚜렷한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