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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해를 품은 도시 자다르(Zadar)

최악의 대기오염 도시인 자그레브에서 탈출하여 도착한 자다르

by 머슴농부


대기오염의 도시인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를 떠나 자다르(Zadar)에 도착하자마자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기분을 바꾸어 놓았다.

대기오염으로 가득했던 자그레브는 내가 머물기엔 다소 버거운 도시였다.


전날 플리트비체에서 만난 한국인 모녀도 자그레브의 공기질 문제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제부터 어디를 여행하든 마스크는 여행 필수품으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숙소 체크인을 한 후에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탁 트인 아드리아해의 풍경과 비교적 맑은 공기가 몸과 마음을 금세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해안에는 바다로 내려가는 사다리와 다이빙대는 이곳 사람들이 바다를 얼마나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가다 만난 것은 커다란 소라껍데기를 들고 앉아 있는 사람의 동상이었다.


알고 보니, 크로아티아 해양 생물학의 선구자, 스피리돈 브루시나(Spiridon Brusina)를 기리는 조형물이었다.

자다르에는 이 도시를 상징하는 두 개의 예술적 명소가 있다.


하나는 “바다 오르간(Sea Organ)”으로 대리석 계단 아래 설치된 35개의 파이프를 통해 파도의 움직임이 음악으로 변신한다.

가까이 앉아 소리를 들어보면 마치 뱃고동 같은 음이 불규칙하게 들려오는데, 인공이 아닌 자연이 만든 음악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했다.


또 하나는 오르간 옆에 설치된 ”태양의 인사(Greeting to the Sun)“다.


태양의 인사는 커다란 LED 패널로 이뤄진 원형 조형물은 태양열을 흡수해 밤이 되면 빛의 쇼를 선사한다.


낮엔 바다를, 밤엔 달과 별을 품은 듯한 공간이다.

해안을 따라 계속 걷다가 구시가지 나로드니 광장(People’s Square)을 가보았다.


광장 한편엔 기원전 1세기 로마 포럼(Roman Forum)의 유적이 남아 있고, 그 위엔 비잔틴 양식의 성 도나투스 성당(St. Donatus Church)이 우뚝 서 있다.

고대와 현재가 나란히 호흡하는 자다르의 풍경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시간 여행을 선사하였다.

해가 저물 무렵에 다시 바다 오르간을 찾았다.


바다 오르간에는 일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은 자다르의 일몰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이라 극찬했다고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긴 어려웠다.

분명 아름다웠지만, 그런 석양은 다른 해안 도시에서도 볼 수 있을 듯했다.


아무리 유명인의 말이라 해도 그 느낌이 내 감성과 꼭 같을 필요는 없다.

해가 지고 난 뒤에도 구시가지는 여전히 활기찼다.


대리석으로 반짝이는 바닥과 거리의 조명이 어우러져 운치 있는 저녁 풍경을 연출했다.

랜드 게이트(Land Gate)를 지나며 바라본 도시의 모습은 낡고 쇠락한 인상을 남긴 자그레브와는 사뭇 달랐다.


자다르는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발전하고 있다는 기운마저 느껴졌다.


숙소 근처 슈퍼마켓에 들러 둘러보니 물가는 한국보다 다소 높은 듯했다.

제품 구성은 익숙했지만, 햄·소시지·치즈 종류가 특히 다양했다.


숙소로 돌아와 숙소 식당에서 처음 맛본 생선 요리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동유럽에 와서 유난히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던 나였기에 그 한 접시는 꽤나 위안이 되었다.

자다르는 대단히 화려하거나 압도적인 도시는 아니었다.


그러나 걷는 내내 불편하지 않았고, 보이는 풍경들이 편안했다.


자다르는 해안 도시의 여유로움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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