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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겨울날의 스플리트(Split)

자다르(Zadar)에서 이동한 크로아티아 스플리트(Split)

by 머슴농부


아침에 눈을 뜨니 창밖으로 겨울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동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눈은 여러 번 마주쳤지만, 이렇게 비를 맞이하는 건 처음이었다.


차분히 내리는 비는 낯설면서도 여행의 새로운 기운을 안겨주었다.


다행히도 숙소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빗줄기가 잠시 잦아드는 틈을 타 서둘러 이동했다.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버스에 몸을 실었고 스플리트를 향해 출발했다.

창밖으로 흐릿하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 위로는 여전히 겨울비가 가늘게 내리고 있었다.


스플리트에 도착한 뒤에도 비는 멈출 줄 몰랐다.

짐을 들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미리 예약해 둔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쳤다.


숙소는 구시가지에 위치하고 있어, 도심 한복판의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짐을 풀고 휴식을 취하던 중, 다행히 비가 멈춘 것을 확인한 후 밖으로 나섰다.


숙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은퇴 후 머물기 위해 지어진 궁전은 17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전히 그 위엄을 간직하고 있었다.


비록 입구 주변만 둘러보았지만, 오래된 석조 건물과 좁은 골목길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비 때문인지 구시가지의 골목은 한산했고, 발걸음 소리만이 적막함 속을 메우고 있었다.

궁전 주변을 벗어나 바닷가 쪽으로도 걸어가 보았다.

자다르의 해안과는 또 다른 분위기였지만, 겨울바다 특유의 쓸쓸하고 차분한 느낌은 닮아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도 적고,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아 조용했다.


왠지 모르게, 도시 전체가 긴 겨울의 낮잠을 자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하자 다시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와 창밖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스플리트에서의 첫날, 비는 하루 종일 우리를 따라다녔고, 날씨는 생각보다 훨씬 추웠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이 도시의 조용하고 깊은 매력을 조금 더 느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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