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리트 피쉬마켓과 재래시장 그리고 스플리트 둘러보기
전날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아침 햇살에 자취를 감췄다.
습기 머금은 공기를 가르며 숙소를 나서니, 도시가 막 눈을 뜬 듯 고요하면서도 생기가 느껴진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숙소 근처의 피쉬 마켓(Fish Market)이다.
하지만 어쩐지 시장은 조용했다.
아마도 비 때문에 어부들이 조업을 나가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판 위에 놓인 생선들은 제법 싱싱해 보였고, 몇몇 상인들은 하루를 시작할 채비로 분주했다.
피쉬 마켓을 나와 다음으로 찾은 곳은 스플리트의 재래시장으로 그린 마켓(Green Market)이다.
그린마켓은 스플리트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은 현지인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시장으로 향하는 길목엔 웬일인지 아침부터 사람들 무리가 모여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다.
아마도 작은 시위였던 듯,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린 마켓에 도착하자, 신선한 과일과 채소, 진열되어 있었고 시장을 찾은 현지인들도 많이 보였다.
그중에서도 오렌지가 유난히 싱싱해 보여 1kg을 샀는데, 가격은 2.5유로(한화로 약 4,000원)로 달고 맛있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곧장 그레고리우스 닌(Statue of Gregory of Nin)의 동상을 보러 갔다.
이 거대한 동상은 높이만 4.5미터에 달한다.
그레고리우스 닌은 라틴어가 아닌 크로아티아어로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교황에게 요청했던 종교 지도자다.
그레고리우스 닌은 크로아티아인들의 자긍심을 상징하는 인물로, “크로아티아어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한다.
그의 엄지발가락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어, 수많은 손길에 반질반질해진 동상의 발가락이 눈길을 끈다.
그 후엔 특별한 목적지 없이 스플리트의 골목을 이리저리 거닐었다.
로마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고대 유적지가 길모퉁이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스플리트 출신의 유명 축구 선수들의 벽화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고, 돌고 돌아 바클라예비 광장(Pjaca Square)에 이르렀다.
중세의 향기가 배어 있는 이 광장은, 주변 건물들의 섬세한 디테일과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연히 광장 벽면에 재미있는(?) 조형물을 보았다.
스플리트는 고대 로마의 유산과 아드리아해의 풍경이 공존하는 과거와 현재가 손을 맞잡고 걷는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