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분위기가 잘 보존된 크로아티아 트로기르(Trogir)
스플리트에 머무는 동안, 가까운 소도시 트로기르(Trogir)를 다녀오기로 했다.
트로기르는 버스로 약 40분 거리다.
숙소에서 안내받은 정류소에서 기다리니, 트로기르행 시내버스가 금세 도착했다.
배차 간격은 약 30분, 요금은 약 2유로였다.
트로기르에 도착하자 버스 정류장 바로 앞이 푸른 바다가 펼쳐진 해안이었다.
버스 정류소 옆 다리 입구에는 작은 재래시장이 있었다.
트로기르는 다리 하나를 건너면 닿는 작은 섬이었다.
지도를 펼쳐 보아야 비로소 그곳이 섬이라는 것을 알아챌 만큼 작은 규모였다.
섬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멀리 펼쳐지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고, 고요한 바다 위로 햇빛이 부서지며 반짝였다.
섬 중심으로 들어서자, 중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구시가지가 펼쳐졌다.
트로기르는 크로아티아 달마티아 해안에 위치한 도시로 중세 분위기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여행 중 만난 동유럽 구 도시들 중 많은 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좁고 굽은 골목길과 석조 건물들 사이를 걷다 보면 마치 중세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든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정겹고 인상 깊다.
구시가지 바깥으로 나오자,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해변가의 노천카페들이 반겨준다.
사람들은 여유롭게 앉아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닷가를 따라 걷다 보면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시선을 끈다.
로마네스크-고딕 양식의 성 로브로 대성당(Cathedral of St. Lawrence), 그리고 트로기르의 중심을 지켰던 옛 시청사(Old City Hall)다.
조금 더 걸어가면 15세기에 베네치아 인들이 항구 방어를 위해 지은 캄얼렌고 요새(Kamerlengo Fortress)도 모습을 드러낸다.
요새 뒤편에는 잔디 구장이 있어, 현지 학생들이 축구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산책을 이어가던 중엔 독특한 디자인의 다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다리 바닥과 계단이 콘크리트가 아닌 우레탄 재질로 되어 있어, 걷는 느낌마저 부드럽고 편안했다.
섬을 한 바퀴 돌고 난 뒤 다시 바닷가 쪽으로 나와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따스한 햇빛 아래 자리 잡은 식당에서 크로아티아 대표 해산물 요리인 농어 구이, 문어 샐러드, 그리고 오징어 먹물이 들어간 블랙 리조또를 주문했다.
바다 내음과 함께 즐긴 식사는 여행의 피로를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트로기르를 돌아본 뒤 다시 버스를 타고 스플리트로 돌아오는 길이 약간은 아쉬웠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북적이는 스플리트보다 한적하고 정겨운 트로기르 쪽에 더 마음이 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