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토르에서 다녀온 몬테네그로 대표 해변도시 “부드바“
코토르에서 부드바(Budva)를 다녀오기로 했다.
묵고 있던 코토르의 숙소는 아침 식사를 코토르 구시가지의 중심지인 오루치아 광장(Trg od Oružja)의 시계탑 앞에 위치한 카페에서 조식을 즐길 수 있는 쿠폰을 제공했다.
무기의 광장(Piazza of the Arms)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이 400년간 지배하던 시절, 병사들이 훈련하고 무기를 보관하던 장소였다.
겨울철 아침 광장은 조용했고, 광장을 둘러싼 카페와 레스토랑들도 대부분 한산했다.
아침식사를 기다리는데 시계탑 벽면 앞에 삼각뿔 모양의 돌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에 그 정체를 알아보니 삼각뿔 돌기둥은 “수치의 기둥(Pillar of Shame)”이라 불리던 곳이었다.
과거에는 죄인을 밧줄로 묶어 시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던 장소였다고 한다.
무심코 지나칠 뻔한 조형물 하나에도 깊은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
조식을 마친 후에 성벽 위로 올라가 잠시 산책을 즐겼다.
높지 않은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코토르의 풍경은 고요하고 고즈넉했다.
그리고 곧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도로변으로 나오자 자그마한 재래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코토르에서 부드바까지는 버스로 약 40분 거리로 바다를 따라 달리는 길은 한적했고, 차창 밖으로는 가끔씩 아드리아 해의 풍경이 언뜻 눈에 들어왔다.
부드바는 코토르와 마찬가지로 해안을 끼고 있는 고도(古都)다.
바다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구시가지(Old Town)를 향했다.
하지만 부드바의 겨울 바다는 기대와는 달리 을씨년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지저분하였고, 온통 쓰레기 투성으로 해변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걷다 보니 멀리 구시가지의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드바 항구에는 택시 보트들이 정박해 있었는데, 아마도 관광객들을 상대로 운영하는 것 같았다.
성문을 지나 구시가지로 들어서자, 마치 중세로 돌아간 듯한 돌길과 골목들이 펼쳐졌다.
부드바의 구시가지는 2,500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의 골목은 마치 미로 같아 방향을 잡기 어려워 약간 불편함이 있었지만 나름 재미도 있었다.
돌길을 따라 이어지는 식당과 카페, 소품 가게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해 있었지만, 대부분 문을 닫은 채 겨울잠에 든 듯 조용했다.
구시가지를 빠져나오자 다시 눈앞에 바다가 펼쳐졌다.
쌀쌀한 겨울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했지만, 아드리아 해의 짙푸른 풍경은 그런 추위를 잠시 잊게 했다.
우리는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 세인트 존 교회(St. John’s Church)를 찾았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이 성당은 긴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코토르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 부드바의 종(Bell of Budva)“이라는 이름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한때 이 종소리가 도시를 울리고 시간을 알렸을 생각을 하니, 다시금 도시의 역사가 짙게 느껴졌다.
코토르로 돌아온 우리는 이번엔 미처 다 둘러보지 못했던 구시가지를 다시 걸었다.
낮게 드리운 겨울 햇살, 굿은 하늘, 그리고 드문드문 지나가는 여행자들 사이로 펼쳐진 돌담과 좁은 골목 풍경은 과거의 시간과 겨울의 정적이 맞닿은 공간 같았다.
코토르와 부드바는 같은 아드리아 해를 품고 있지만 각각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