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에서 가장 유명한 2개의 섬이 있는 페라스트
몬테네그로의 코토르(Kotor)에서 약 12km 떨어져 있으며, 차로 15~20분 정도 걸리는 작은 해안 마을인 페라스트(Perast)를 가보기로 하였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페라스트행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코토르 재래시장이 주말을 맞아 한창 열리고 있었다.
전날보다 규모가 커지고, 장을 보러 나온 현지인들도 제법 많았다.
산악지대인 몬테네그로는 경작지가 부족해 많은 농산물을 수입한다고 들었지만 시장에 진열된 채소와 과일들은 싱싱함을 잃지 않았다.
하몽과 치즈, 살라미가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었고 빛깔이 선명한 농어(Sea Bass)도 눈길을 끌었다.
페라스트로 가는 버스는 Blue Line이라 적힌 노선으로 약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였다.
요금은 1유로로 버스 기사는 다이얼을 돌려 옛 방식으로 종이 버스표를 인쇄해 주었는데 묘하게 아날로그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버스 안에서 담배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였다..
운전석을 보니 기사분이 운전을 하면서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1970년대와 80년대 초가 떠올랐다.
그 시절에는 버스 안에서 흡연을 하였으며, 심지어 비행기 안에도 흡연석이 있던 시절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다중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인 시내버스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아무리 그들의 흡연문화를 이해한다 하여도 승객에 대한 배려심이 전혀 없었다.
페라스트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니콜라스 교회(St. Nicholas Church)의 종탑이었다.
버스 정류소 근처에서 만난 현지인에게 길을 묻자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 보라고 했다.
계단을 내려가며 마을로 발을 드리니 예상대로 한산하면서도 평화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흐린 날씨와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 페라스트는 한층 더 고요하고 깨끗하게 빛났다.
이 마을에는 두 개의 유명한 섬이 있다.
하나는 인공섬으로 그 위에는 성모 마리아 교회(Our Lady of the Rocks, Gospa od Škrpjela)가 서 있다.
전설에 따르면, 어부들이 바다에서 성모 마리아의 성화를 발견한 뒤 이곳을 신성한 장소로 만들기 위해 수세기에 걸쳐 돌을 던져 섬을 만들고 그 위에 교회를 세웠다고 한다.
또 다른 섬은 자연섬인 세인트 조지 섬(Saint George Island, Sveti Đorđe)으로 베네딕트 수도원이 자리해 있지만 일반인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바다 위를 오가는 작은 배들이 성모 마리아 교회와 페라스트를 연결하며 잔잔한 물결을 가르고 있었다.
마을 자체는 아담하였고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아드리아 해의 풍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바다에는 언제나 그렇듯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있었고 그 모습조차 마을 풍경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여름철이면 수많은 여행객으로 붐빈다지만 겨울철 페라스트는 그저 고요하기만 하였다.
코토르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길목에서 한 무리의 라이딩족이 거리를 스쳐 지나갔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벽면 가득 스프레이 낙서가 어지럽게 남아 있었는데, 지저분한 곳으로 보아 공공시설물 파괴 혹은 훼손하는 행위인 반달리즘(Vandalism)으로 느껴졌다.
시내버스에서 흡연하는 운전수와 더불어 실망스러운 몬테네그로다.
코토르로 돌아온 뒤, 페라스트·코토르·부드바 세 곳을 돌아본 느낌을 곱씹어 보았다.
부드바와 코토르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남은 곳은 단연 페라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