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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운전기사와 이동한 포드고리차

몬테네그로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포드고리차(Podgorica)

by 머슴농부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Podgorica)로 이동하기 위해 아침 일찍 코토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하지만 첫인상부터 순탄치 않았다.

버스 승강장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로 인해 짙은 담배 연기가 자욱하여 마치 공용 공간이 아니라 흡연실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들은 아예 무시한 채 오로지 자신들의 흡연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었다.

더 큰 문제는 포드고리차행 버스 기사였다.


좁고 굽이진 산악도로를 달리면서도 그는 쉴 새 없이 전화를 걸고 받으며 많은 시간을 한 손으로 운전하였다.


코토르에서 포드고리차로 가는 길은 잠시만 방심해도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산악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안전 운행에 대한 개념을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날 페라스트 시내버스에서 담배를 피우던 기사도 황당했지만, 그동안 동유럽에서 많은 버스를 이용하였지만 이번 기사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약 두 시간 가까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안고 가슴을 졸이며 포드고리차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에 내려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번 이동은 동유럽 여행 중 가장 힘든 여정으로 기억될 듯하다.


당초 계획은 포드고리차에서 기차를 타고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이동한 뒤, 보스니아와 루마니아를 거쳐 헝가리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추운 날씨와 높은 물가, 대기오염, 그리고 짧은 낮 시간 때문에 과감히 계획을 수정해 항공편으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향하기로 했다.


포드고리차 기차역은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었다.

수도이자 최대 도시답게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여행지라기보다는 실제 삶이 이어지는 도시의 느낌이 더 강했다.


도착했을 때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간간이 빗방울도 떨어졌다.

기온도 제법 내려가 쌀쌀했다.

숙소에 체크인을 마친 후 가볍게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포드고리차에도 구시가지가 있었다.


하지만 코토르나 부드바의 화려함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돌담이 이어진 골목은 어쩐지 제주도를 연상케 했고 이슬람 사원도 눈에 띄었다.

구시가지를 나와 모라차 강 근처를 걸었다.


강가를 거닐며 마주한 포드고리차는 확실히 관광지라기보다는 현지인의 삶이 묻어나는 도시였다.

하지만 강한 바람과 추운 날씨로 오래 머물기는 어려웠다.

결국 산책을 마무리하고 숙소 근처의 식당을 찾았다.

포드고리차의 어느 식당에서 맛본 음식은 뜻밖의 선물이 되었다.

동유럽 여행 동안 먹었던 음식 중 손꼽히는 맛이었다.

험난했던 버스 이동과 하루 동안의 피로, 그리고 운전기사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그 한 끼 덕분에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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