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럽의 건물 지붕은 붉은색을 띠고 있을까?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늘 궁금한 부분이 하나가 있었다.
왜 유럽의 지붕들은 붉은색일까?
단순히 아름다워서일까?
아니면 그 안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알고 보니 붉은색은 세월이 만든 자연의 빛깔이었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예로부터 점토 기와(테라코타)를 지붕에 올렸다.
점토는 산화철(Fe₂O₃)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점토를 구우면 자연스럽게 붉은색(오렌지~적갈색)으로 변하는데, 이는 철 성분이 산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색이다.
기와의 붉은색은 인위적으로 칠한 색이 아니라, 흙과 불과 시간이 합쳐 만든 색이다.
유럽의 많은 지역은 온대 기후로,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많이 덥다.
붉은 기와는 태양열을 흡수하고 적절히 방출하는 역할을 해, 여름에는 내부를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북유럽과 중앙 유럽에서는 강수량이 많아 기와를 사용한 경사가 큰 지붕이 필수적이다.
더군다나 점토 기와는 물을 흡수하지 않고 배수가 잘되며, 곰팡이나 이끼가 쉽게 생기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점토는 유럽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기에 경제적으로도 유리하다.
그로 인해 이탈리아에서 독일, 체코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하늘 아래에는 자연스레 붉은 지붕이 이어지게 되었다.
중세 시대부터 붉은색은 도시의 기본 색이었고, 세월이 흐르면서 도시 경관을 통일하는 전통이 되었다.
오늘날에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역이나 옛 구시가에서는 현대적인 자재 대신 여전히 붉은 전통 기와를 고집한다.
그 덕분에 유럽의 하늘 아래에는 붉은 지붕이 끝없이 이어지며 고풍스러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붉은 지붕들이 빼곡히 이어진 풍경 속에는 세월의 냄새와 사람들의 삶 그리고 오랜 시간이 만들어낸 고유한 온기가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럽 지붕의 붉은색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오랫동안 유럽이 걸어온 시간의 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