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도나우 강변의 고풍스러운 풍경과 국회의사당
부다페스트의 중심에는 유럽을 가로지르는 도나우 강이 흐른다.
독일식 표현으로는 “도나우(Donau)”이며, 영어로는 “다뉴브(Danube)”라 불린다.
이름만 다를 뿐 같은 강이다.
숙소에서 도나우 강의 세체니 다리까지는 도보로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세체니 다리 못 미쳐서는 트램 정거장도 있었다.
특히 2번 트램은 도나우 강변을 따라 운행되기에 부다페스트를 여행한다면 2번 트램을 타고서 둘러보라는 여행정보가 기억이 났다.
세체니 체인브리지(Széchenyi Chain Bridge)는 부다와 페스트를 연결한 첫 번째 다리다.
교량 입구에는 위엄 있는 사자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었고, 묵직한 철제 교량이 인상 깊었다.
다리 너머 언덕 위에는 웅장한 부다성(Buda Castle)이 자리 잡고 있어 도시의 품격을 더하였다.
도나우 강변에는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 나와 같은 여행객들 그리고 가볍게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가하면서도 여유로운 도나우 강변 풍경이다.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마주한 도나우 강의 풍경은, 그동안 바라보았던 동유럽의 어느 강변보다도 고풍스럽고 아름다웠다.
강변을 걷다 다뉴브 강둑의 신발(Shoes on the Danube Bank)’이라는 추모비를 발견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시스트 헝가리 민병대에 의해 학살당한 유대인들을 기리기 위한 이 기념비에는 당시 강둑에 남겨졌던 신발의 모습이 그대로 형상화되어 있다.
신발을 벗으라는 명령을 받고 강둑에서 총살당한 후 도나우 강에 몸이 떠내려갔던 그들의 비극이 차갑게 놓여 있는 철제 신발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쟁의 역사와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말없이 흐르고 있는 도나우 강이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자, 부다페스트의 상징이자 랜드마크인 국회의사당(Hungarian Parliament Building)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딕 리바이벌 양식의 화려한 건물은 압도적인 규모와 섬세한 장식으로 웅장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건물 곳곳에는 총 88마리의 사자상이 자리해 있다는데, 이는 헝가리 의회의 불가침성과 위엄을 상징한다고 한다.
국회의사당 주변을 천천히 둘러본 뒤, 현지 식당을 방문하였다.
헝가리 전통 요리인 굴라쉬가 포함된 세트 메뉴를 주문하였다.
특히 굴라쉬는 지금까지 먹어본 굴라쉬 중에서 가장 맛이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강변으로 나가자, 도나우 강 위로 붉게 물드는 석양이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다.
낮과는 또 다른 부다페스트의 얼굴이 눈앞에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