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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성과 어부의 요새 그리고 푸아그라 요리

부다페스트, 부다성과 어부의 요새에서 보내는 하루

by 머슴농부


부다페스트의 상징과도 같은 부다성과 어부의 요새는 다뉴브 강 서쪽, 부다 지구의 언덕 위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두 곳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헝가리 수도를 대표하는 명소다.


부다성으로 향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럽고 날씨가 추워서 언덕을 오르는 캐슬 힐 푸니쿨라(Funicular)를 택했다.

짧지만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푸니쿨라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점점 넓어질수록 기대감도 커졌다.


꼭대기에 닿자 눈앞에 펼쳐진 부다성의 위용과, 다뉴브 강 너머 페스트 지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부다성은 13세기 몽골의 침공 이후 건설이 시작된 요새로, 제2차 세계대전 때 큰 피해를 입었다가 긴 복원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한다.

실제로 마주한 성은 고풍스러움 속에서 웅장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성 앞에 놓인 사자상은 왕권과 국가의 수호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국회의사당과 세체니 다리에도 같은 사자상이 있다.

성 내부에는 부다페스트 역사박물관과 헝가리 국립 갤러리, 도서관 등이 있지만, 이번에는 들어가 보지 않았다.


대신 성 뒤편으로 나가 눈 덮인 지붕들 위로 펼쳐진 부다 지구의 풍경을 감상했다.

차가운 공기에 몸이 얼어 카페에 들러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온기를 채운 뒤,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왔다.


성에서 내려와 세체니 다리에 다다르니 또 다른 사자상이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세체니 다리의 사자상에는 “혀가 없다”는 소문이 있지만 실제로는 입 안쪽에 조각되어 있다.


부다성에서 내려와 버스를 타고서 어부의 요새(Fisherman’s Bastion)로 이동하였다.


버스에서 내려 바라본 요새는 하얀 건축물이 마치 동화 속 성처럼 언덕 위에 서 있었다.

이름은 중세 시절 이 지역을 지키던 어부 조합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일곱 개의 탑으로 이루어진 하얀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풍경은 부다성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요새 안에는 마차시 성당이 있다.

헝가리 왕의 대관식이 열렸던 역사적 장소라 해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았다.


내부는 다른 유럽 성당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지만, 왕의 대관식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니 공간이 새삼 특별하게 느껴졌다.

성당을 나와 다시 눈 덮인 요새를 거닐자, 하얀 풍경 속에서 건물들이 더욱 멋지게 느껴졌다.


내리막길을 따라 걸어 세체니 다리에 이르러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미리 예약해 둔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부다페스트의 별미라 알려진 푸아그라를 맛보기로 했다.

오래전 파리에서 리도 쇼를 보며 먹었던 푸아그라의 진한 풍미가 떠올라 기대가 컸지만, 결과는 아쉽게도 기대와 달랐다.


푸아그라(Foie gras)는 거위 또는 오리 간을 지방 축적된 상태로 만든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급 요리다.


푸아그라(Foie gras)는 프랑스어로 “지방간”이라는 뜻이며, 부드럽고 진한 풍미가 특징이다.


하지만 오리나 거위의 간에 지방축적을 위해 옥수수 등을 강제로 먹여 사육하기에 동물학대의 논란이 있다.


주문한 푸아그라가 나와 맛을 보았는데, 내가 기억하고 있던 푸아그라 맛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나온 푸아그라는 지방 축적이 안된 생간을 펜에서 구워서 나온 시어드 푸아그라(Seared Foie Gras, 구운 푸아그라)로 약간 비린내와 함께 입맛에 맞지 않았으며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한국의 순대집에서 맛볼 수 있는 돼지 간이 훨씬 고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같이 주문한 해산물 파스타도 또한 평범한 맛으로 ”미슐랭이라고 다 맛있는 건 아니구나”라는 경험을 얻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럼에도 부다성과 어부의 요새에서 보낸 하루는 부다페스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겨울 눈발 속에서 더욱 빛나던 부다성과 하얀 요새, 다뉴브 강 위에 놓인 세체니 다리의 풍경은 부다페스트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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