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현지인들과 제대로 된 온천을 즐길 수 있었던 루카스 온천과 귀국길
한 달간의 동유럽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저녁 비행기라 여유가 있어 아침 시간을 활용해 부다페스트 카드로 무료입장이 가능한 “루카스 온천(Lukács Baths)”을 가보기로 하였다.
체크아웃을 하고서 짐을 카운터에 보관한 후 트램을 타고 이동했는데, 교통이 편리해 이동 자체가 수월했다.
다만 온천 근처에서 잠시 길을 헤매긴 했지만, 어렵사리 찾아 들어선 순간 특유의 유황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그 향만으로도 “아, 이건 제대로 된 온천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천탕은 주로 실내에 있었고, 실외에는 수영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탕은 크지 않았지만 형태가 조금씩 다른 탕이 네 개 정도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손님 대부분이 관광객이 아닌 현지 어르신들이었다는 것이다.
우리네 온천처럼 아침 일찍 온천을 찾은 현지인 어르신 분들이었다.
전체적인 시설은 세체니 온천이 앞서지만, 물의 질과 온천 특유의 분위기는 오히려 루카스 쪽이 더 진하게 다가왔다.
SNS에 남길 화려한 사진을 원한다면 세체니 온천이 제격이지만, 온천 본연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단연 루카스를 추천하고 싶다.
온천을 마친 뒤에는 웨스트엔드 쇼핑몰을 가보았다.
특별히 살 건 없었지만 구경 삼아 들렀고, 그곳 서점에서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바로 한강 작가이며 헝가리어로 번역된 『채식주의자』가 있어 주저 없이 한 권을 구입했다.
”채식주의자“는 예전에 읽었었고, 이번 여행길에는 “소년이 온다”를 가져가서 틈틈이 읽었다.
헝가리어로 되어있어 아예 읽을 수도 없지만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의미이자 동유럽 여행의 유일한 기념품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역에서 검표원들이 일일이 티켓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부다페스트 카드를 소지한 덕분에 마음 편히 이동할 수 있었다.
숙소 근처에서는 규모가 큰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토카이 디저트 와인, 파프리카 가루 등 다양한 기념품이 즐비했지만 눈으로만 구경했다.
오후로 들어서면서 날씨가 많이 쌀쌀하여 따뜻한 국물이 간절했다.
마침 숙소 가까이에 있던 베트남 쌀국숫집을 찾아 들어갔다.
체코에서 이어 두 번째로 맛보는 쌀국수였는데, 베트남에서 먹는 쌀국수보다는 맛이 떨어졌지만 한국에서 먹었던 것보다는 훨씬 깊은 맛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공항버스를 타고 부다페스트 공항으로 향했다.
사전 웹체크인을 해두었기에 대한항공 전용 카운터에서 빠르게 수속을 마쳤다.
부다페스트에서 인천까지 비행시간은 약 10시간이다.
대한항공에서 제공하는 기내식은 한 달 만에 처음 맛보는 한식이다.
하늘 맛집에서 먹는 비빔밥과 흰쌀죽이 아주 맛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20개 도시를 둘러보았지만, 다시 찾고 싶은 곳은 단연 부다페스트였다.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마음으로 한 달간의 동유럽 여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