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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겨울철 자유여행 삐딱선 에필로그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 겨울철 동유럽 6개국 자유여행 에필로그

by 머슴농부


당초 계획보다는 단축된 한 달간의 일정으로 동유럽 6개국(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헝가리)과 20개 도시를(프라하, 플젠, 체스키크룸로프, 린츠, 잘츠부르크, 그라츠, 빈, 류블랴나, 블레드, 자그레브, 플리트비체, 자다르, 스플리트, 트로기르, 두브로브니크, 코토르, 부드바, 페라스트, 포드고리차, 부다페스트)를 둘러보았다.


여행시기가 겨울철이기에 추운 날씨 그리고 크리스마스와 새해가 끼어있어 여러 가지로 여행하기엔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짐작은 하였으나 찬바람과 짧은 낮시간, 크리스마스와 새해로 인한 물가 상승, 그리고 곳곳에서 느껴지는 피로한 도시의 공기 등 현지사정은 생각보다 전체적으로 훨씬 나빴던 것 같다.


물론 나와 같은 시기에 여행하셨던 다른 분들은 나와 다른 의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겨울철에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헝가리를 자유여행하면서 느꼈던 개인적인 느낌을 “삐딱한 시선”으로 적어본다.

1. 아름답지만 비슷한 모습의 구시가지와 도심

동유럽의 도시들은 중세와 근대의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풍경을 선사하였다.


체스키 크룸로프의 동화 같은 거리,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의 붉은 지붕은 여전히 눈에 선하다.


그러나 도시를 거듭할수록 비슷비슷한 풍경에 익숙해졌다.

마치 잘 꾸며진 테마파크 안을 걷는 듯했다.


또한 여행기간이 길어질수록 오래된 건물의 아름다움보다 “관광지의 피로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2. 비싼 물가와 관광지 입장료

동유럽의 물가는 소득 수준에 비해 결코 싸지 않았다.

평균 20%의 VAT(부가가치세)가 부가되는 물가는 여행자들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이었다.

몇몇 관광지의 입장료는 그 가치에 비해 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말 이만큼의 돈을 낼 만큼의 감동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남았다.

3. 공공장소의 흡연과 나쁜 공기질 그리고 짧은 낮시간

유럽의 기차역과 공공시설에서는 시민의식이 부족한 흡연자들을 자주 마주쳤다.

심지어는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운전을 하면서 흡연도 하였다.

특히 크로아티아 수도인 자그레브에서는 최악의 공기질을 경험했다.

스모그가 심해 마스크 없이는 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기대했던 유럽의 맑고 깨끗한 공기는 허상이었고, 거리 곳곳에는 담배 연기가 가득했다.


여행을 하면서 방문했던 여러 도시들은 스모그 문제가 심각했다.


이는 여행의 불편함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이었다.

전체적으로 공기질이 좋지 않아, 도시 탐방이 즐겁지 않았다.

게다가 겨울의 해는 짧았다.

오전 8시에야 떠오르고, 오후 4시면 어둑해졌다.

짧은 낮 시간만큼 여행의 여유도 짧았다.​

4. 기대 이하의 크리스마스 마켓과 현지 음식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영화 속에서 보던 로맨틱한 분위기를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비슷한 기념품,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풍경.

체코와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어디를 가도 풍경이 겹쳤다.


체코,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에서 맛본 음식들도 마찬가지였다.

현지 음식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특별한 매력을 가진 음식도 없었던 것 같았고, 햄과 소시지 등 가공식품들이 많았다.


전통 음식들은 대부분 고기와 감자를 기반으로 한 무거운 요리들이었고, 새로운 맛을 경험하기보다는 익숙한 맛의 반복이었다.

날씨 탓인지 입맛을 사로잡은 건 오히려 따뜻한 베트남 쌀국수 한 그릇이었다.

5. 복잡한 유럽 역사와 백인우월주의

유럽의 역사는 늘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동유럽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시 곳곳의 박물관에서 그들의 과거를 엿볼 수 있었지만,

그 속에는 백인우월주의의 잔재도 남아 있었다.


여행 중 서너 번의 인종차별적 경험도 있었다.

자그레브의 한 호텔에서는 유럽인에게는 먼저 체크인을 허락하면서, 나에게는 기다리라는 말을 반복했다.

결국 항의 끝에 사과를 받고 방에 들어갔지만, 그 찜찜한 기분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요즘의 인종차별은 종종 잘 사는 아시아인에 대한 열등감과 반감으로 나타나며, 특히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집단에서 더 두드러지는 듯했다.

6. 1회 사용료가 1유로(1,600원 상당)인 화장실 문화

공공 화장실 사용료가 1유로인 것은 여행자들에게 큰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마트나 카페에서도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불편했으며, 여행 중에는 나름 스트레스로 느껴졌다.


이는 동유럽의 공공 서비스에 대한 우리와 다른 문화와 서비스에 대한 개념 차이가 가장 크지만 한편으론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의 공공 서비스에 관심을 가질 만큼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규모나 나라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고도 할 수 있다.


공공 화장실의 사용료는 대부분 1유로다.

카페나 마트에서도 손님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매번 동전을 찾는 일은 작은 스트레스였다.

이런 불편함은 그들의 경제 상황과 공공 서비스 수준을 보여주는 단면 같았다.

7. 이미 알고 있었지만 우리보다 수준 낮은 동유럽 국가들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헝가리를 대한민국과 비교해 보면 오스트리아가 우리보다 국민소득과 국가경쟁력 부분에서 앞서고 체코와 슬로베니아는 우리와 국민소득이 비슷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제규모, 인구, 국토면적, 군사력, 국가경쟁력 등 여러 지표와 숫자들을 종합평가해 보면 대한민국과 어깨를 견줄만하거나 우리와 비교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헝가리가 대한민국보다 앞선 부분은 점토기와를 지붕에 얹은 수많은 빨간 지붕의 낡은 아름다움 밖에 없었다.

8. 트레블로그와 환전 그리고 편리했던 eSIM

현지에서 비용은 대부분 트래블로그를 이용하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환전은 비상용, 화장실 사용료, 크리스마스 마켓과 길거리 음식 등을 사기 위해 체코에서 약 100불 상당을 현지화가 아닌 유료화로 환전소에서 환전한 것이 전부다.

환전은 블로그 등을 찾아보면 프라하의 캐피털 환전소(Capital Exchange)가 많이 나오는데 오히려 캐피털 환전소보다 옆에 있는 망고 환전소(Mango Exchange)가 환율이 좋았다.

블로그나 유튜브의 정보가 모두 정확한 것은 아니기에 참고만 하면 될 것 같다.

아무튼 현금 없이 대부분 트래블로그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데이터는 유럽 42개국 사용이 가능한 eSIM을 출국 전에 설치하였는데 자동으로 방문국가 통신사와 연결되어 국가 간 이동시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유럽 여행 시 트래블로그 카드와 eSIM을 적극 추천한다.

9. 방문했던 도시 중 최고는 부다페스트였다

그동안 20개 도시를 방문했다.

일일투어로 다녀온 곳도 있고, 길게는 3박 혹은 4박을 한 곳도 있다.

그중에서 개인 취향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도시는 부다페스트였다.


20개 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단연 부다페스트였다.

도시의 규모가 컸기에 시야와 개방감이 좋았고 도나우 강이 흐르며, 도시도 깨끗하였고 공기질도 비교적 깨끗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표정이 다른 도시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부다페스트는 삭막한 겨울 속의 작은 위로였다.

10. 동유럽 여행 그리고 기대와 현실​


이번 동유럽 여행은 ‘유럽의 낭만’을 기대했던 나에게

현실적인 유럽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야경은 사진보다 덜 화려했고, 음식은 짰으며, 공기는 탁했다.


비싼 물가, 공기질 문제, 1유로 화장실, 공중도덕 및 시민의식 결여, 가공식품과 짠 음식 등은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요소들이었다.


하지만 그 덕에 알게 되었다.

여행의 본질은 “멋진 장면”이 아니라 그곳의 삶을 이해하려는 시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동유럽 한 달간의 여정을 정리하자면, 그 결론은 “Nothing Special.”로 간단하다.


특별히 인상적인 무언가보다는 그저 세상의 또 다른 단면을 본 시간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말한다면 겨울철 동유럽 여행은 굳이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여전히 동유럽만의 묘한 매력이 있었다.

추운 공기 속에서도 어딘가 끌리는 낯선 온기처럼…


더불어 동유럽 겨울철 동유럽 6개국 자유여행 에필로그는 개인 의견임을 다시 한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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