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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밥 그리고 식문화 이야기

매일 마주하는 밥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by 머슴농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영양소를 섭취하는 행위를 넘어선다.

그 속에는 생산지의 지형과 기후, 토양과 같은 자연환경이 깃들어 있으며, 그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관습과 생활양식, 그리고 경제적 토대와 같은 문화적 특성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쌀로 지은 밥은 서양의 음식인 샌드위치나 햄버거처럼 손에 쥐고 간편히 먹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쌀은 주식과 부식을 구분하는 독특한 식문화를 만들어냈고,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밥과 반찬, 국이나 찌개가 어우러진 “밥상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서양의 식문화가 빵 속에 고기와 채소를 끼워 넣어 한 번에 먹는 “조합의 문화”라 한다면 동아시아의 식문화는 밥을 중심으로 다양한 반찬을 곁들이는 “조화의 문화”라 할 수 있다.

벼농사는 손이 많이 가는 집약적 농업으로,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벼농사가 이루어진 지역에서는 자연스럽게 협동과 분업, 그리고 대가족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문화가 발달하였다.

아열대 작물인 벼는 계절풍과 풍부한 강수량이 뒷받침되는 아시아 지역에 적합했고, 벼농사의 높은 생산력은 인구 부양력을 크게 높여,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 세계 인구 대국들이 모두 쌀을 주식으로 삼게 만들었다.

벼는 크게 자포니카종과 인디카종으로 나뉜다.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쌀은 자포니카종으로 단맛을 지닌 둥근 모양의 쌀로 점성이 높아 잘 뭉쳐져 젓가락 문화를 발달시켜 한국과 일본, 중국을 “젓가락 문화권”이라고도 부른다.

또한 자포니카종의 점성을 활용한 떡과 같은 음식도 만들어졌다.

흔히 “안남미”로 불리는 인디카종은 점성이 약해 잘 뭉쳐지지 않기 때문에 손을 사용해 먹는 음식 문화를 발달시켰다.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등에서 주로 먹으며,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거나 국수·전병 형태로 조리하는 문화가 발달하였다.


이처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오롯이 담긴 작은 세계인 것이다

결국 쌀 한 톨은 단순한 곡식이 아니라, 그 지역의 자연환경, 농업 방식, 사회 구조, 문화적 전통까지 함축한 존재라 할 수 있다.

밥 한 그릇에는 땅의 숨결과 사람의 삶, 세대의 이야기가 스며 있어,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인류의 서사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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