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추위를 피해 떠난 남국의 섬 “스리랑카”

방콕과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하여 도착한 스리랑카 콜롬보

by 머슴농부


나이가 들수록 추위가 싫어졌다.

겨울의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 때면, 몸이 먼저 움츠러든다.

얼마 전 다녀온 동유럽 여행의 추위가 아직도 잊히지 않은 터라, 이번에는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나라로 향하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한 곳이 바로 스리랑카다.


스리랑카는 예전부터 언젠가는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다.

내가 막연히 알고 있는 스리랑카는 향신료의 섬, 홍차의 나라, 그리고 부처의 자취가 있는 곳이다.


부산에서는 스리랑카 수도인 콜롬보(Colombo)를 운행하는 직항이 없어 방콕 혹은 쿠알라룸푸르에서 환승해야 하는데 방콕을 경유하는 여정을 선택했다.


방콕에 도착해 하루를 묵은 뒤,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콜롬보로 향하는 항공편을 선택하였다.


방콕에서 콜롬보에 밤늦게 도착하는 직항 항공편보다는 쿠알라룸푸르에서 대기를 한 후에 햇살 속에 도착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쿠알라룸푸르에서 9시간을 대기하고 이른 아침 7시에 콜롬보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결국 부산에서 출발하여 방콕 -> 쿠알라룸푸르 -> 콜롬보로 가는 여정이 길고도 복잡하다.


방콕에 도착하자 공항철도, 지하철, BTS, 시내버스 등 모든 대중교통이 무료였다.

이유를 물어보니, 심각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으로 인해 태국 정부가 5일간 국민 건강을 위해 “외출 시 도보나 오토바이 이용 자제,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시행 중이라는 설명이었다.


500만 명이 넘는 방콕 시민과 수많은 여행자들을 위한 태국정부의 통 큰 조치였다.


겨울철 스모그에 시달리는 유럽 국가들도 태국의 이런 정책을 본받아야 할 것 같다.


방콕에서 하루를 묵으며 오랜만에 똠얌꿍과 쏨땀을 먹었다.

언제나 느끼지만, 매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의 태국 음식은 내 입맛에 딱 맞는다.


아마 내가 태국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태국은 누가 뭐래도 동남아 최고의 여행지다.

다음 날, 에어아시아를 타고 돈므앙 국제공항(Don Mueang Airport)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하여 대기하였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9시간을 기다렸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같은 처지의 환승객들이 많았고, 나름 공항이 활기로 가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스리랑카 입국에는 비자(US$50)가 필요하다.

온라인으로 미리 발급받았지만, 현지에서도 도착비자 발급이 가능하다.


빠르게 수속이 입국수속이 진행되었고, 공항 ATM에서 트래블로그 카드로 스리랑카 루피를 인출했다.


참고로 피플스 뱅크(People’s Bank)와 BOC(Bank of Ceylon)는 ATM 수수료가 면제다.

공항은 서양인 여행자들로 붐볐고, Dialog 매장에서 유심을 구매했다.

공항에는 유럽에서 자주 보던 SPAR 마트도 있었고, 낯익은 로고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 뜨거운 공기가 얼굴을 감쌌다.

직원에게 콜롬보 시내로 가는 방법을 묻자, “공항을 나와 2~3분쯤 걸어 큰길 건너편 파출소 옆에서 187번 미니버스를 타세요.”라고 알려주었다.


파출소 앞에 경찰에게 버스를 물어보자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현지인들과 몇몇 여행자들이 탑승하자 버스는 곧 출발했다.


그리고 약 2km 떨어진 버스 정류소에서 잠시 정차하더니 좌석이 모두 찰 때까지 기다린다.

그 사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먼지 자욱한 거리, 사람들의 표정, 작은 상점들은 마치 인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만석이 된 버스는 출발하여 약 40분 후 콜롬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 터미널에서 숙소까지는 도보로 10분 남짓 걸리는 거리였다.


날씨는 덥고 땀이 많이 흘렸지만 툭툭이를 타지 않고 걸어가기로 했다.

처음 와보는 도시는 잠시라도 걷다 보면 낯선 도시의 공기와 환경, 지리를 익히는데 도움이 되며,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


콜롬보는 인도와 흡사하였으나 인도와 다른 점은 종교가 다르기에 인도처럼 길거리 소가 없었다.


스리랑카는 종교가 다른 “리틀 인디아(Little India)”라 부르고 싶다.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친 뒤, 옆집 식당에서 볶음밥과 차가운 맥주로 늦은 아침을 즐겼다.

땀이 식고, 약간의 취기가 오르자 피곤이 밀려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쌀과 밥 그리고 식문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