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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불교의 중심인 캔디 불치사(佛齒寺)

부처님의 치아 사리를 모신 스리랑카 캔디의 불치사(佛齒寺)

by 머슴농부


캔디에서의 하룻밤을 마치고 아침 일찍 캔디 호수 뷰포인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스리랑카는 오래된 차량들의 배기가스 때문인지 아침 공기가 맑지 않았고, 호수를 바라보는 시야도 스모그로 조금 흐릿했다.

뷰포인트에서 내려와 캔디 호숫가를 천천히 걸었다.


호숫가 근처 불치사 주변에는 부처님께 공양드릴 꽃을 파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고, 향긋한 꽃 내음이 아침 공기에 섞여 풍겨왔다.

캔디 호수를 따라 걷던 중 “캔디 개리슨 묘지(Kandy Garrison Cemetery)”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이 생겨 찾아가 보았지만 입구는 잠겨 있었고, 틈 사이로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이곳은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 스리랑카에서 활동했던 영국인 군인, 행정관, 선교사와 그 가족들이 묻힌 식민지 시대의 묘지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지만, 낡고 무너져 내린 묘비들과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서는 야생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있었다.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이었다.

캔디의 불치사(Temple of the Sacred Tooth Relic)는 스리랑카어로 ‘스리 달라다 말리가와(Sri Dalada Maligawa)로 “위대한 불치사리의 궁전”이라는 뜻을 지닌다.

부처님의 치아 사리가 봉안된 스리랑카 최상위 불교 성지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스리랑카 불교의 상징이자 중심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기원전 300년경 인도에서 혼란이 일어나자 부처님의 치아 사리를 머리카락 속에 숨겨 스리랑카로 옮겼고, 여러 곳을 거쳐 최종적으로 이곳 캔디에 안치되었다고 한다.

불치사의 푸자(공양) 의식은 하루 세 차례 (5:30, 9:30, 18:30) 진행되며, 입장 시 무릎과 어깨를 가리는 단정한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 신발은 사원 입구에서 벗어야 하고, 사리 보관실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사원 내부에 들어서자 이미 수많은 현지 신도들과 관광객들로 붐벼 있었다.

모두가 멀리 서라도 치아 사리가 모셔진 공간을 보기 위해 모여든 것이다.


전통적으로 부처님의 치아 사리를 소유한 왕조가 스리랑카의 정통 통치자로 인정받았을 만큼, 이 성물은 정치적·종교적으로 막강한 상징성을 갖는다.

치아 사리는 황금 스투파(불탑) 형태의 신전 깊은 곳 금고에 보관되어 일반인에게 직접 공개되지 않는다.


방문객은 금박으로 장식된 문 앞에서 예배할 수 있을 뿐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 신전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해 치아 사리함은 사진으로만 볼 수밖에 없었다.

불치사 내부를 둘러본 뒤 부속 건물들도 방문했다.


박물관에서는 실제 코끼리 박제가 전시되어 있었고, 세계 불교 박물관에서는 한국관이 특히 잘 꾸며져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전설에 따르면 석가모니 부처님은 생전에 세 차례 스리랑카를 방문했다고 한다.


역사적 근거는 부족하지만 스리랑카인들에게 이 전설은 신앙의 핵심이며, 종교적 정체성 그 자체다.


어쩌면 스리랑카와 불교는 아주 오래전부터 운명처럼 이어져 온 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치사를 나와 주변을 둘러보다 구글 평점이 높은 현지 식당을 찾아갔다.

좁고 소박한 작은 식당이었지만 음식 맛은 정말 훌륭했다.

스리랑카 가정식 음식을 제대로 맛본 기분이었다.

더위가 너무 심해 근처 카페에서 잠시 쉬다가 숙소로 돌아오며 캔디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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