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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에서 기차로 이동한 “누와라 엘리야”

캔디에서 느릿한 기차로 이동한 고산도시 누와라 엘리야

by 머슴농부


캔디에서의 2박을 마치고, 누와라 엘리야(Nuwara Eliya)로 향하기 위해 아침 일찍 캔디 기차역에 도착했다.

누와라 엘리야에는 기차역이 없어, 나누오야(Nanu Oya) 역에서 내려 툭툭이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이번 여정은 2등석 기차표를 발권했는데, 요금은 약 2,200원 정도로 무척 저렴했다.

다만 좌석 지정이 없어 빈자리가 없으면 약 4시간을 서서 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전날 알아본 바로는 스리랑카 기차에서 에어컨과 지정 좌석이 있는 칸은 일등석뿐인데, 일등석은 몇 달 전부터 현지 여행사들이 미리 싹쓸이해 일반 여행객들이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스리랑카의 기차는 영국 식민지 시절 수탈을 목적으로 건설된 철도망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전 세계 여행자들이 기차를 타기 위해 몰려드는 명물 여행 코스가 되었다.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오고, 사람들은 서둘러 탑승을 시작했다.


예상대로 빈좌석은 없었고 나도 서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차 안에는 간식을 파는 상인들이 오가며 열심히 물건을 팔고 있었고, 먹음직스러운 간식들이 눈에 띄었다.

캔디에서 누와라 엘리야로 향하는 기차는 시속 30~40km 속도로 느릿하게 달리는 마치 옛 한국의 비둘기호 같은 분위기였다.

모든 작은 역마다 정차했고, 창밖으로는 간간히 차밭 풍경이 펼쳐졌다.

빠른 속도에 익숙한 여행자라면 불편할 수도 있지만, 느림이 주는 여유와 정감이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기차 안을 둘러보니 기차 탑승구가 그야말로 “명당자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탑승구는 창문보다 훨씬 넓게 바깥 경치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원한 바람을 그대로 맞을 수 있는 최고의 뷰포인트였다.


느린 속도로 달리기에 가능한 하였다.

빠르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기차가 출발한 지 두 시간쯤 지나자 운 좋게 나도 탑승구 자리가 비어 앉을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바라본 광활한 차밭 풍경은 시원하고도 여유로웠다.

베트남, 태국, 네팔 등에서도 익숙하게 보았던 차밭 풍경이라 낯설지 않은 편안함도 있었다.


약 4시간가량 지나 나누오야에 도착했다.

기차 안에서 만난 프랑스 여행객과 함께 툭툭이 요금을 나누어 예약해 둔 누와라 엘리야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친 뒤 숙소 주인의 모친이 만든 가정식 점심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인도 음식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풍미가 있었는데, 오히려 인도 음식보다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식사 후 숙소에서 만난 네덜란드 60대 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함께 시내 구경에 나섰다.

길을 걷다 힌두교도들의 장례 행렬도 지나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맥주 한 잔을 나누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해가 지기 시작하자 금세 쌀쌀해졌다.

누와라 엘리야는 고산지대라 캔디와는 기후가 완전히 달랐다.

다음 날은 네덜란드 부부와 함께 일일 투어를 하기로 약속하고, 숙소 근처에서 간단히 식사를 함께 마친 뒤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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