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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누와라 엘리야 일일투어

네덜란드 60대 부부와 함께한 누와라 엘리야 일일투어

by 머슴농부


누와라 엘리야의 밤은 생각보다 훨씬 추웠다.


옷을 겹겹이 껴입고 두꺼운 이불을 덮었지만, 밤새 추위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설쳐야 했다.


고산지대에 위치한 누와라 엘리야는 일교차가 컸다.

특히 밤이 되면 체감온도가 뚝 떨어져 상당히 추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하게 조식을 마친 뒤 네덜란드에서 온 60대 부부와 함께 툭툭이를 타고 누와라 엘리야 일일 투어에 나섰다.

누와라 엘리야는 스리랑카에서도 손꼽히는 차(Tea) 산지로 도시를 벗어나자마자 끝없이 펼쳐진 차밭 풍경이 시야를 채웠다.


스리랑카의 차 역사는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실론 티(Ceylon Tea)”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스리랑카 홍차는 원래 커피 재배가 주 산업이던 시절 커피 녹병으로 농장이 몰락하면서 차 재배로 전환하면서 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스리랑카는 세계 차 수출량 3위이며 특히 고급 블랙 티로 명성이 높다.


멀리까지 이어진 차밭의 규모는 압도적이었고, 초록빛 물결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탁 트인 경치 속에는 대규모 차밭뿐만 아니라 계단식 논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베트남 사파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었다.

툭툭이 기사님은 누와라 엘리야에서 딸기 재배도 활발하다고 귀띔해 주었다.


실제로 길가에는 딸기 노점들이 종종 보였고, 이 지역은 아보카도 생산지로도 유명한데 1kg에 약 1,500원 정도로 무척 저렴했다.

기사님의 안내로 방문한 곳은 블루 필드 티 컴퍼니(Blue Field Tea Company)다.

이곳은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차 공장 투어와 차 시음, 찻잎 채취 체험, 차밭 산책을 제공해 차의 생산 과정을 자세히 알 수 있는 곳이다.

무려 140년의 역사를 지닌 이곳에서는 찻잎을 따고, 말리고, 선별하는 전 과정을 직접 설명해 주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지금도 사용 중인 기계들이 대부분 100년 이상 된 것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수차례 수리를 거쳐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사용되고 있다니, 차 산업의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역시 명성이 높은 곳답게 방문객들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블루 필드를 나온 뒤에는 근처 폭포로 이동했다.


폭포를 제대로 보려면 약 20분 정도 가파른 길을 걸어 올라가야 했는데, 날씨도 덥고 길도 만만치 않다 하여 모두 포기하고 아래에서 잠시 머물다 돌아섰다.


대신 인근 뷰 포인트로 이동했다.


뷰 포인트에서는 멀리 호수가 내려다보였고, 주변을 감싼 차밭과 함께 몇 개의 폭포가 희미하게나마 한눈에 들어왔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누와라 엘리야의 풍경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딸기를 얹은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다.

신선하긴 했지만, 솔직히 맛은 우리나라 딸기보다는 많이 아쉬웠다.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네덜란드 부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러 다시 밖으로 나왔다.


해가 지자 공기가 금세 차가워졌고 찾아간 식당에서는 추위를 막기 위해 장작불을 피워두고 있었다.

라이브 음악이 흐르는 따뜻한 분위기의 식당에서 스리랑카 대표 음식인 “꼬뚜(Kottu)”를 주문했다.

꼬뚜는 로띠를 잘게 썰어 달걀과 채소, 혹은 닭고기 등을 넣어 볶아낸 요리로, 소박하지만 든든한 한 끼였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숙소로 돌아왔다.


차가운 고산의 밤공기가 이불속으로 일찍 들어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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