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엘라의 나인 아치 브리지와 리틀 아담스 피크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는 여행객들이 오토바이나 스쿠터를 렌트해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스리랑카에서는 오토바이가 아닌 툭툭이를 직접 렌트해 이동하는 서양 여행객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오토바이에 비해 두 명 이상 탈 수 있고 짐도 실을 수 있어 나름 실용적인 선택처럼 보였다.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숙소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직원에게 나인 아치 브리지(Nine Arch Bridge)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었다.
그때 벨기에에서 왔다는 한 서양 여행객이 내 이야기를 듣더니 가이드와 렌터카로 그곳에 갈 예정이라며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처음 만난 여행객에게 이렇게 선뜻 호의를 베풀어준 벨기에 아저씨 덕분에 나는 나인 아치 브리지 근처까지 아주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다리로 가기 위해서는 도로에서 약 10분 정도를 걸어 내려가야 했다.
나인 아치 브리지에 가까워질수록 멀리서 아치형 다리가 보였고, 마침 기차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다리 아래로 내려가 아치 부분을 하나씩 세어 보니 이름 그대로 아홉 개였다.
엘라의 나인 아치 브리지는 스리랑카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도 다리 중 하나로 꼽힌다.
영국 식민지 시대에 고산 지대를 연결하기 위해 건설되었으며, 설계는 스리랑카 토목 엔지니어가 맡았다고 한다.
특히 부드러운 곡선을 살린 디자인이 인상적이며 콘크리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돌과 벽돌만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기차는 하루에 약 5~6회 정도 지나가며 관광객을 위한 관광열차도 운행되고 있었다.
기차가 한 차례 지나간 뒤, 고마운 벨기에 아저씨와 가이드에게 간단한 간식과 커피를 대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대의 기차가 다리 위로 들어왔다.
운 좋게도 두 번이나 기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차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스리랑카에는 정말 많은 서양 여행객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여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스리랑카의 진짜 매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나인 아치 브리지를 둘러본 뒤에는 리틀 아담스 피크(Little Adam’s Peak)로 향했다.
멀리서도 완만한 능선을 가진 리틀 아담스 피크가 눈에 들어왔다.
스리랑카에서 가장 유명한 성산은 아담스 피크(Adam’s Peak, 해발 2,243m)인데, 지금 오르는 곳은 그 이름을 딴 리틀 아담스 피크다.
아담스 피크는 스리 파다(Sri Pada)라고도 불리며, 부처님이 스리랑카를 방문했을 때 남긴 발자국이 있다는 전설로 불교의 성지 순례지로 알려져 있다.
이슬람과 기독교에서는 아담(Adam)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뒤 처음 지상에 발을 디딘 곳이 이 산의 정상이라고 믿으며, 그 바위의 흔적을 “아담의 발자국”이라 여긴다고 한다.
또 힌두교에서는 그 발자국을 시바 신의 것이라 믿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하나의 장소가 종교마다 서로 다른 의미를 지닌 매우 특별한 곳이지만 나로서는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내용들은 무신론자인 나에게는 결국 신(神)이란 존재는 인간이 만들었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뿐이다.
리틀 아담스 피크로 향하는 길목에는 전망 좋은 리조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절벽 끝에 설치된 그네를 타는 사람도 보였고, 집라인 시설에서 짜릿한 체험을 즐기는 여행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리틀 아담스 피크 정상에 오르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엘라 주변의 풍경은 탁 트여 시원했고, 더위와 피로를 잠시 잊게 해 주었다.
리틀 아담스 피크에서 내려온 뒤 고마운 벨기에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혼자서 엘라 마을을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서 날씨가 너무 더워 숙소로 돌아왔다.
엘라는 아마도 많은 여행객들 때문인지 왠지 조금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다.
엘라는 그런 매력을 지닌 마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