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이 맛을 보았던 2주간의 인도여행
최근에 인도여행을 무계획으로 다녀왔다.
언제부터인가 대부분의 여행을 계획 없이 다니고 있다.
계획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계획 없는 여행은 간혹 빼먹거나 누락되는 부분들도 있지만 얽매이지 않고 편해서 좋다.
인도도 마찬가지로 일단 무조건 가보자였고, 델리/아그라/바라나시 세 곳을 다녀볼 생각으로 빠하르간지의 “나빈가게“만을 알고서 시작한 여행이다.
카주라호, 자이푸르는 뉴델리의 나빈가게에서 만난 두 번째 인도여행을 한다는 어르신으로부터 추천받아 방문한 도시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북인도 골든 트라이 앵글코스가 델리 - 아그라 - 자이푸르라는 것도 여행을 하면서 알았다.
어쩌다 보니 북인도 골든 트라이 앵글코스 여행이 함께 되어버렸다.
인도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온 사람들도 인도를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짧은 2주간의 경험으로 인도를 평가한다는 것은 코끼리 다리 만지기라 할 수 있지만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본다.
인도는 아시아에 속하지만 서로 다른 인종과 종교, 사고방식 등이 아시아권에서도 왠지 거리감이 많이 느껴지는 나라임에는 틀림없었다.
인도는 “여행”이 곧 “고행”이다라고 들었고, 릭샤와 자동차, 개와 소 그리고 사람들이 뒤섞인 거리는 무질서의 극을 달리고 버스와 기차가 제 시간을 지키면 그것이 비정상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경험한 인도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물론 대기오염이 심하고 릭샤와 자동차로 인한 길거리 소음으로 귀가 먹먹하고 짜증이 나곤 했지만 이 또한 견딜만하였다.
많은 인도분들과 접촉하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친절하였고 무난하여 여행 중에 현지인들과 마찰이나 도난, 소매치기, 바가지 등 불미스러운 일도 없었다.
인도여행이 주변에서 들었던 것보다 어렵거나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여행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인도라 하여 특별히 어렵고 힘든 것도 없었으며 미리 겁먹을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
프랑스 소설가 로맹 롤랑은 인도를 “세상 어디에도 없는 여행지이자 힐링의 땅”이라 했다는데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인도는 힌두국가다.
힌두교는 인도의 토착 민간신앙과 융합하고, 불교 등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신을 섬기는 다신교다.
이렇게 힌두교가 다양하고 복합적인 특성을 지니게 된 것은 울창한 숲의 풍요로운 공간에서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나무가 우거진 숲이 많다는 것은 은둔지가 많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경관에 익숙해지면 이곳저곳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까지 인정하게 된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다양한 신이 살고 있다고 해도 전혀 낯설지 않다.
자연의 다양성이 신의 다양성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처럼 수많은 식물이 자라고 다양한 동물이 살아가는 변화의 공간은 여러 신과 여러 진리를 믿게 하는 토양이 되었고 종교화가 된 것 같다.
인도에는 아직도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네 계급의 카스트가 존재하고,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불결하게 여기는 “불가촉천민”이 있다.
법적으로는 불가촉천민이라는 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오랜 관습법처럼 지금도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참고로 카스트가 없는 외국인들은 “불가촉천민”에 해당된다.
만약에 한국여성이 인도남자와 결혼을 한다면 한국여성의 지위는 불가촉천민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한국남자가 인도여자와 결혼해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
인도는 힌두교와 카스트 제도라는 거대한 용광로 속에 갇혀 스스로를 녹여버리고 빠져나오지 못하는 쇳물 같다는 느낌과 인도의 오른쪽 발목은 힌두교가 잡고 있고 왼쪽 발목은 카스트 제도가 잡고 있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이로 인한 고통과 불평등은 오롯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숙명처럼 감내하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인도의 수많은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종교적 내세의 논리에 지배되어 현실에 대한 인식을 마비시켜 버리는 집단 최면에 걸린 것처럼 보였다.
바라나시에서 적나라한 힌두교의 장례의식을 볼 수 있는 마니까르니까 가트(Manikarnika Ghat)를 바라보면서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에 나오는 내용이 생각났다.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죽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집니까?”
스승이 답하였다.
“시간 낭비하지 말라.
네가 숨이 멎어 무덤 속에 들어가거든 그때 가서 실컷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거라.
왜 지금 삶을 제쳐 두고 죽음에 신경을 쓰는가.
일어날 것은 어차피 일어나게 마련이다.”
인도여행은 “가장 소중한 것은 죽은 다음이 아닌 지금 깨어 있음이다 “를 알게 해 주었다.
인도 관광을 홍보하기 위해 인도 정부의 관광 캠페인은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ıble! India)”다.
인도를 제대로 표현한 문구인 것 같다.
인도는 좋은 의미의 Incredible과 나쁜 의미의 Incredible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인도에서는 “Incredible”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현장, 신의 숫자가 인구수와 같다는 종교, 타지마할을 비롯한 화려한 건축물 등 인도는 “Incredible”이라는 감탄사와 “Incredible”이라는 욕설이 번갈아 나왔다.
인도는 개인 취향 혹은 여행 취향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여행지가 될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겐 최악의 여행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 인도가 최고의 여행지인지 아니면 최악의 여행지인지는 여행자 본인만이 알 것이다.
인도를 짧은 기간의 여행으로는 판단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흥미롭고 구미가 당기는 여행지임에는 틀림없으며, 나에겐 앞으로 한 두 번은 더 다녀와야 할 여행지로 버킷리스트에 추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