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 튀르키예를 겨울철에 여행하면서 셀축에 보름가량 머문 적이 있다.
하루는 와인을 마시기 위해 시린제 마을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향했다.
셀축 버스 터미널에서 잠깐 만난 한국 패키지 여행객분들이 “혼자 여행하면 외롭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오히려 혼자라서 좋은데요”라고 웃으면서 대답한 적이 있다.
이렇듯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씩 어쩌다 만나는 우리나라 여행객들로부터 “혼자 여행하면 외롭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외롭다의 사전적 의미는 “혼자 있거나 의지할 대상이 없어 고독하고 쓸쓸한 상태”라 되어 있는데, 혼자서 여행을 한다 하여 사전적 의미처럼 의지할 대상이 없거나 고독하고 쓸쓸한 상태가 되지는 않는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다른 나라의 여행객들과 현지 사람들, 도미토리 등 숙소에서 만나는 투숙객들, 현지 투어에서 만나는 여행객들, 길을 물어보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 등등 잠시라도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가 의지의 대상이자 말동무이기에 고독하거나 쓸쓸하지 않다.
동일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나라 사람이 옆에 있어야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동행이 있어도 서로에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대화가 사라진다면 오히려 외로워질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혼자 여행 중에 어쩌다 심심함을 느낄 때는 있지만 외롭다는 것은 전혀 느끼질 못했다.
아무런 구속 없이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기에 머릿속에 외로움을 느낄 정서적 공간이 없다.
더군다나 놀기에 바빠서 외롭거나 심심하다는 생각을 가져 본 적도 거의 없다.
혼자서 걸어 다니고, 혼자서 이동하고,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이 외롭지도 않고 처량하지도 않다.
당사자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제삼자들이 혼자 여행하면 외로울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하고 있을 뿐이다.
혼자 여행하기에 혼자서 걷고, 밥 먹고, 차를 마시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이를 외로움으로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외롭지 않으세요?”라고 물어보는 이에게 “외로움이 무엇인가요?라고 되물어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람들은 심심함과 외로움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외로움과 심심함은 확연히 다른 것이다.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집을 멀리 떠나왔기 때문이라든지 혹은 일행이나 동행이 옆에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자신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혼자만의 여행은 멀어진 자신과 가까워지려는 행위이기에 혼자 여행을 하면서 자신과 가까워질수록 외로움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
자신과 가까워지고 자신을 알아가는 것은 혼자만의 여행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큰 소득이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 “외롭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은 어쩌면 “사실은 제가 외롭습니다”를 스스로 밝히는 것은 아닐까?
혼자 여행은 어쩌다 심심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외롭지 않다.
외로움이란 결국 본인 스스로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외로움의 반대말은 없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외롭지 않으세요?”라는 질문보다는 “심심하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이 오히려 현실성이 있을 것 같다.
시린제에 도착하여 마을을 거닐다 벽난로가 활활 타오르는 와인 가게가 눈에 띄어 들어갔다.
저렴한 블루베리 와인 한 병을 주문하였다.
때론 낮술도 괜찮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린제에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하였고, 가게 안은 벽난로에서 타고 있는 장작의 열기로 따뜻하다.
의지할 와인과 따뜻한 벽난로 그리고 비가 있기에 전혀 외롭지도 심심하지도 않고 오히려 혼자라서 더 좋다.
일행이 있으면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와인, 벽난로 그리고 비는 말없이 친구가 되어준다.
외롭거나 심심하다는 단어는 이미 벽난로 속에서 장작과 함께 활활 타고 있었다.
와인병이 거의 비워갈 때쯤 비가 그쳤다.